이런저런 잡담...(항상성)


 1.하아...주말이네요. 주말...어쩔 수 없죠. 나가기 전에 일기나 하나 쓰려고요.



 2.피트니스에 가면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차의 시동을 건다는 마음으로 계속 운동을 시도해요. 사실...누구든 싫어하잖아요. 괜히 무거운 걸 들었다 놨다 하거나 괜히 트레드밀 위에 올라가 제자리에서 유사 달리기를 하거나 하는 거요. 원시시대에 살고 있었다면 장작을 패면서 무산소운동을 하고 맹수에게서 도망치면서 유산소운동을 했겠지만 피트니스에서 하는 건 솔직이 말해서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잖아요. 언제나 말하듯이 모티베이션이 없으면 효율이 너무 떨어져요.


 그래도 어떻게든 트레드밀 위에 올라가서 억지로 10분정도 뛰거나 어떻게든 무언가를 들거나 하는 걸 하고있으면 관성이 붙듯이 그 날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시동이 걸리지 않는 날은 결국 아무것도 못 하고 나가곤 해요.



 3.너무 오래 피트니스에서 어슬렁거리고만 있으면 트레이너가 찾아와 운동 좀 안하시냐고 하는데...참 할말이 없어요. 위에 말했듯 모티베이션이요.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단련이 아닌 제자리에서 뻘짓거리를 하면서 단련하는 건데 이 단련에 의미가 있으려면 잘 보이고 싶은 여자가 있어야 하거든요. 트레이너와 매번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요즘은 너무 어슬렁거리고 있으면 트레이너가 다가와 '아직 잘보이고 싶은 여자가 없으신가 보군요.'라고 하죠.



 4.휴.


 

 5.흠...그야 잘보이고 싶은 여자는 있지만 식사도 조절하고 미친듯이 운동도 열심히 하게 만들 만큼의 누군가가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한다? 이건 현실적이지 않죠. 그렇게 대단한 인간은 없거든요. 


 내게 그렇게 대단한 인간은 나밖에 없어요.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그렇듯이요. 



 6.사실 운동은...그렇잖아요. 폭발적으로 나아지는 무언가가 없어요. 그냥 조금씩 조금씩 쌓아가는 거죠. 이제는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무언가를 한다...이런 건 절대 해낼 수 없어요. 원래는 인내심이 꽤나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런저런 일을 겪다 보니 다 사라진 것 같아요.


 언젠가 감나무 이야기를 했던가요? 내가 유일하게 했던 일은 오늘은 감이 떨어지는지 안 떨어지는지 지켜보며 기다리는 거였다고요. 여기서 문제는 이거예요. 감은 떨어져야 떨어진 거거든요. 하나의 거대한 감이 조금씩 떨어지는 일은 없잖아요.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뚝 떨어지거나 계속 매달려 있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죠. 


 떨어질지 안 떨어질지 모르는 감이 떨어지는 걸 기다리는 거라면 차라리 마음이 나아요. 그게 아니라서 문제인 거죠. 그 감은 100%확률로 떨어지는 감이라는 게 오히려 문제인 거예요.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좋은 일이 있다면 그냥 잊고 살아도 되지만 100%확률로 좋은 일이 일어나는데 그게 언제인지는 모른다? 이러면 정말 감나무가 인생의 상수가 되어버리는 거예요.


 

 7.감나무만 쳐다보면서 살던 시기에서 배운 점이 하나 있어요. 인간은 감나무 하나만 보고 살면 돌아버린다는 거요. 몸에 항상성이라는 게 있듯이 정신에도 항상성이라는 게 있어요. 몸의 항상성을 위해 좋은 영양을 섭취하고 운동을 하듯이 정신의 항상성을 위해 이런저런 사람들을 보고 다녀야 해요.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자연스레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몇 주 몇 달씩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면 좌표를 잡을 수가 없거든요. 


 최근에 누군가와 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투덜거림을 시전했어요. 내 투덜거림을 듣던 그는 라푼젤 이야기를 해줬어요. 라푼젤에 '내 인생은 언제나 시작될까'라는 노래가 있다고요. 투덜거리는 걸 듣고 있자니 그 노래가 생각난다고 했어요.


 감나무만 쳐다보며 살던 시기엔 '내 인생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어. 저 감이 떨어지는 날이 내 인생이 시작되는 날이야.'라고 여겼지만...사실 스스로 잘 알고 있어요. 내 인생은 진작에 시작되어 있다는 거죠. 언젠가 썼던 냉동인간 얘기나 장작 얘기도 그 시절의 부작용인 것 같아요.








    •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는 사람이 행운이죠.


      사는건 그저 그렇지 않다는걸 알게 해주는 사람.


      감도 그렇고 우선 목표가 있으면 좋은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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