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스>와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소재가 같으니 절로 비교하게 되네요. (민감하신 분들에게는 스포일 수도 있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이 더 취향이에요.




1.

<플로렌스>는 익숙한 배우들의, 익숙한 플롯에 맞춰 만들어진 이야기라면

<마가렛~>은 낯선 인물을 어느새 친숙하게 만들면서, 관객도 이 ‘음모’에 참여하게 만드는, 무장해제시키는 전개였어요. (<마가렛~>의 배우를 보면서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눈망울 같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습니다)


2.

 ‘비밀 유지’에 대한 서스펜스도 <마가렛~>이 훨씬 더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플로렌스>는 그런 부분들을 좀 쉽게 가고, 서스펜스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자체의 매력이 좀 편평하달까 납작한 느낌이에요. 한 시간 쯤 지나고 나면 이 이야기의 승부수는 뭘까, 장르는 뭘까, 지루한 감이 있었어요.


3.

 인물의 ‘순수한’ 매력을 <마가렛~>은 영화도 사랑스럽게 보고 있다면 <플로렌스>는 다소 주책으로도 보는 것 같아요. (그녀의 건강에 대한 설정도 인물 자체의 매력을 충분히 믿지 못하기 때문에 만들어낸 비겁한, 쉬운, 평범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그녀를 보호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애잔해지는 것인데, 그렇게 만들어가는 방식이 꽤나 다른 것 같습니다. 

 희한한 건, 인물의 처참하게 ‘못난’ 모습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건 <마가렛~> 쪽이고, <플로렌스>는 오히려 (배우 보호 차원에서인지, 인물에 대한 예우인지, 암튼) 좀 덜 보여주는데, 오히려 인물을 더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느낌이 드는 건 <마가렛~> 쪽이라는 거예요. 이 마법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마가렛~>을 보고 싶단 생각중입니다.


4.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을 기대하기도 했는데, 초반에 그녀가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는 장면에서 의외의 음악이 슥 들어와서 연결되는 씬이 좋았어요. 하지만 이후에는, 편평한 플롯을 음악이 열심히 캐리하려 하지만 힘에 부쳤을 것 같아요. 


5.

 카네기 홀의 관객 독려 씬은 이게 혹시 (소위) 한국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절망적이었습니다.


6.

 영화 후반에서도, 그렇게 ‘교훈적으로’ 마무리했어야 했을까요? <마가렛~>의 결말은 너무 생각 밖이라서 당황스러웠지만(하지만 나름의 의미를 생각하고 싶게 만들었어요) <플로렌스>의 결말은 매력이 없었습니다. 그녀의 생애는 ‘A급 웰메이드’ 영화에 담기엔 결이 안 맞는가봐요. (<마가렛~>이 할리우드에서 얼마나 ‘B급’인지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이 하는 말입니다. 양해를..)


7.

 주변 인물에 대해서도, <마가렛~>이 더 매력적이지요. 소리없이 딱딱 움직이는 ‘한 패거리’의 움직임도 영화 재미의 한 몫이었어요. 거기에 힘을 주지 않으면서도. 특히나 흑인 집사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반전이었거든요. 반면에 <플로렌스>의 남편과 남편의 정부는 관습적인 필요에 의해 쉽게 만들어지고 애매하게 소비되었다고 생각해요.


8.

 제가 <마가렛~>을 먼저 봤기 때문에 <플로렌스>를 저평가하는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플로렌스>를 먼저 봤다면 <마가렛~>을 챙겨 볼 일은 없었을 거예요.

    • 플로렌스도 평이 좋지만 마가렛은 더 좋네요.

    •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이라 봤는데 본 글을 읽고 나니 마가레트... 작품을 못 본게 아쉽네요.

      카네기 홀 장면에 대한 의견은 공감하나 상황이 너무 비참해서... 이거 다르게 풀어가는 방법이 있었을까요?

      영화 속 플로렌스 부인은 상황파악이나 자기 객관화를 못하는 인물 같지 않은데 왜 저런지 궁금하더군요.

      카네기 홀 공연 전 플로렌스 부인의 서류가방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은 인상적이더군요. 아수라장 속에 마음을 무너지게 하는 것이 튀어나온다면 나는 어찌 반응해야 하는가... 맥문 군 표정은 사실 잘 모르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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