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냉면 바낭

여름도 다 지난 마당에 왠 냉면인가 싶으시겠지만 점심때 강남역 근처에 있던데다 아직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경험에 보탤까 하고 가봤습니다. 점심시간에 방문했는데도 여유가 있더군요. 정확한 상호는 박**진주냉면이었습니다. 강남역 11번 출구에 가깝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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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식객의 영향으로 진주냉면에 대한 인지도는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냉면이 소고기를 베이스로 한 육수나 동치미등 김치 육수를 쓰는 것과 달리 진주냉면은 고기와 해물 육수를 섞어 쓰죠. 달궈진 쇠몽둥이로 잡내를 제거하는 스펙타클한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만화와 다큐에서 봤었죠. 그래서 기대감이 조금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확연한 해물맛은 못느끼겠구요. 그저 보통의 육수보다 복잡한 맛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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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을 펼쳐봅니다. 계란과 육전 계란지단과 편육, 무김치와 배, 오이가 올라가 있고 특이하게도 김이 곁들여져 있네요. 먹을수록 강한 바다 냄새를 가미하는 것은 사실 이 김의 역할입니다. 해물육수를 만들어서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묵혀서 쓴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많은 양을 쓸수도 없고 감칠맛을 더하려다 비린맛을 낼수도 있으니 어쩌면 김이라는 존재는 필수불가결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냉면이라기 보다는 막국수에 가까운 뉘앙스를 줍니다. 


고명에 대해서도 좀 할말이 있습니다. 갓 부친 야들야들하고 뜨끈한 육전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뻣뻣하고 서늘하고 두껍기까지 해서 종이를 씹는(그것도 두꺼운..) 느낌이 드는 육전은 차라리 아니 올리는 것만 못하지 않나 싶습니다. 계란이야 그렇다고 치고.. 다른 고명은 일반적인 물냉면이나 막국수와 큰 차이가 없구요. 그래도 강남 바닥에서 장사하면서 8천원이라는 가격을 고수하는 건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요즘 평냉은 만원이 기본이요, 만이천원이 옵션인 세상인데. 육수를 만드는 방법이 진짜로 식객에서 봤던 것과 동일하다면 이 냄연도 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해도 비난할 마음은 안생길겁니다. 


고명에서 살짝 실망을 하고 먹어봅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훌륭하고 좋지도 않습니다. 면은 건면을 삶아서 쓰는 탓에 메밀의 함량이 어쩌고를 논할 계제가 못되고. 그냥 질깃하면서 부드럽네요. 시원한 육수는 호불호 없이 호감쪽으로 많이 기울 것 같습니다. 텁텁한 맛이 덜합니다. 온육수도 주는데 황태함량이 높은 느낌입니다. 그릇은 유기를 씁니다. 점수를 높이 주고 싶은 대목이네요. 


아시다시피 진주는 교방(기생을 양성하는 기관)이 유명하고 진주목사라고 하면 평양목사와 더불어 풍류라는 말로 얼버무리기 쉬운 기방 문화의 최고 향유자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곳에서 주안상을 받고 먹다가.. 마지막으로 먹는 입가심에서 유래가 된 것이 진주냉면이라.. 올라가는 고명도 화려하고 맛도 육지와 바다가 섞인 그런 것이라는 기본 정보를 가지고 대한 진주냉면은 어딘가 퇴락하고 쓸쓸한 느낌을 줍니다. 육전은 성의가 없고 밋밋한 면발과 화려함은 접어둔채 소박해 보이는 냉면은 그냥 시대에 적응해 버린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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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만두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간이 좀 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살짝 기름지면서 풍부한 맛이 나더군요. 냉면으로 배가 덜차서 고민하다가 추가주문했는데 안 먹었으면 섭할뻔 했습니다. 여럿이 간다면 만두는 꼭 시켜서 드셔보세요. 


시간이 나면.. 저녁에 방문해서 육전에 소주 한잔 하고 냉면으로 마무리하기에 괜찮겠다 싶습니다. 요즘 보기 드물게 소주와 막걸리가 한병에 3천원씩입니다. 흉흉한 강남 물가를 생각하면 심청이처럼 착한 가게라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습니다. 오픈 초기에는 얼마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가격이 높았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온전한 진주냉면의 원형에 가까웠을거라 생각이 들거든요.(오픈 초기부터 지금 가격이었을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런 저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조만간 한두번은 더 가지 싶은 곳입니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먹는 얘기가 길어졌네요. 맛있는 저녁들 드세요. 

    • 저걸 얼음이 자글자글? 그러나요? 얼음이 설설 그러나?

      • 얼음이 슬러시? 같은 느낌이죠. 실제로도 냉육수 보관하는 통이 슬러시야인가 하는 상표명이더군요. 

    • 집 근처에 체인점이 하나 있는데 평가들이 너무 많고 극찬이 많아서 다 알바들 얘긴가 보다... 하고 안 가고 있었습니다만.


      칼리토님 글을 보니 시험 삼아 한 번 방문해볼만은 할 것 같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하하.

      • 다시다 육수로 만든 일반적인 냉면도 6-7천원 하는데.. 이집 냉면이 8천원이면 괜찮다..싶다가도.. 과연 그런가?? 하는 물음표가 붙기도 하고 .. ㅎㅎ 직접 가서 드셔보시고 판단해보세요. 

    • 음 원조 진주냉면집이 주인이 은퇴하고 문을 닫아서 진주냉면의 명맥은 거의 끊어진 것으로 들었는데 프렌차이즈가 생겼군요. 일가친척일까요? 아니면 아무 상관 없는 그냥 진주 사람? 암튼 저도 냉면 하나 먹자고 진주 갈 순 없고 맛은 궁금했는데 한번 먹을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네요.
      • 원조집이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인데요. 자손들이 가게를 나눠 맡아서 한다는 이야기까지만 들어서. 서울로 진출한 가게가 원조집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지의 여부는 모르겠지만 벽면 디스플레이가 그집을 다룬 식객 만화더라구요. 프랜차이즈에 가깝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 박군자 최악인데... 프랜차이즈말고 그냥 진주냉면 집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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