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나니아

나니야 연대기를 읽지 않은지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9살때 처음 읽은 이 연대기는 제 초딩 시절을 지배했지만

배은망덕한 저는 중딩 이후부턴 이 연대기를 의도적으로 피했어요. 정치적 공정함에 눈 뜨던 시기라.

 

하지만 제 초기 상상력를 구축하는데 영향을 많이 준 책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랑합니다. 그리고 또 증오해요.

제가 처음으로 읽은 환상소설의 작가가 무신론자였다면 이런 이중적 감정에 빠질 필요도 없었겠죠.

 

나니아의 영화화는 2003년 무렵부터 들은 것 같은데 그때부터 비관적이었어요.

나와봤자, 일반대중에게는 반지나 포터의 짝퉁으로 밖에 여기지지 않을 것이고, 영화팬들에게는 기독교근본주의와 인종주의로 범벅된 이야기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팬 특유의 직감과 불안감이죠.

제작 스탭 리스트가 흘러나오며 영화적 완성도도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구요.

나니아 영화가 나올 때마다 들리는 영화에 대한 성토를 보면 제 예상이 틀리진 않은 것 같습니다.

 

사자마녀옷장은 보고 실망했고, 캐스피언 왕자는 아예 안봤는데

이번 편에는 제 사랑 유스터스가 나오므로 꼭 봐야겠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유스터스가 저보다 오빠였는데, 지금은 까마득하게 어린 애기네요.

동녁호의 모험 (성바오로출판사 번역판본 제목은 이거였죠. 고유명사 번역이 엉망이었는데..)은 그 특유의 정신나간 몽환성 때문에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같은 이유로 거부하기도 힘들어요. 읽고나면 속이 메스꺼리는데, 청룡열차 한 번 탄 기분..

 

아직 영화는 못봤지만 유스터스 역의 배우는 잘 성장했더군요.

처음 캐스팅이 확정되었는 때는 애가 너무 영국 노동계급꼬맹이스럽게 생겨서 슬펐는데 (나의 유스터스는 저렇지 아나!!)

역시 애들은 어떻게 클지 모르는 일이에요.

제 세컨드 훼이보릿인 에드먼드는 배우가 생각했던 거 보다 넘 잘 생겨서 의외였는데, 여전히 잘 크고 있고 있더군요.

피터는 너무 피터대왕스럽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는 은의자입니다.

유스터스가 주인공으로 부상했고,

유스터스와 질의 관계는 피벤지가 아이들의 형제애보다 흥미롭고,

그리고 퍼들글룸이 나오잖아요. 머쉬위글 퍼들글룸.

나니아 영화화 초기에 팬포럼에서 퍼들글룸 역을 크리스 에클스턴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을 봤는데

그리 어울리진 않지만 흥미로운 캐스팅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크리스가 물갈퀴 달고 나오는 건 그리 달갑지 않네요.

코난 오브라이언이 춤추는 거 보고, 저 양반이 해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영화화도 불투명하다니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기 전엔 별 생각 안할려구요. 게다가 그는 미국인이니.

 

말과 소년이나 마법사의 조카는 나오기 힘들다 쳐도, 은의자나 최후의 대결은 나왔음 싶어요.

사람 맘이 간사한 것도 있고,

영화화 자체는 맘에 들지 않았지만, 이왕 나와서 모든 걸 망쳐놨으면 끝을 봐야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최후의 대결은.. 중반부는 대충 추상적으로 버무린다하더라도.. 그 결말은 어쩔 건지..

 

나니아는 영화화 되지 말았어야했습니다.

동시대에 원작을 접한 팬들이나, 영어권 팬들, 어쩌다가 접해서 그것을 사랑하게 된 팬들의 영역에만 남아있었어야했어요.

영화화가 됐어도, 그것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주체 못하는 이들에 의해서 만들어졌어야 했구요. 어린이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등장인물이 아이들일뿐인 성인용 판타지로요.

 

이미 업질러진 물이죠.

 

    • 안 그래도 나니아 원작에 대해 글 쓸까했었는데요
      나니아가 참 구린면도 있고 참 매력적이게 재밌는 면도 있는 거 같아요...
      이번 개봉한 편도 원작 내용을 깡그리 잊었는데(배타는 것만 기억나요) 은의자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
      그게 혹시 지하세계나오는 거였나요?
    • 네. 지하세계도 나오고 습지도 나오고 북부황야도 나오고 합니당. 거인들 나오는 얘기가 이거죠.
    • 아 그거 영화화 된다면 엄청나게 멋있을 거 같아요
      갑자기 기억이 새록새록납니다. 저도 영화 1,2편 다 안봤지만 은의자와 마지막 전투는 보고싶어요.
      1편은 케이블에서 하면 좀 보다가 집중이 안되서 넘겨버렸었는데...
    • 은의자는 황야에서 올로케, 이런 식으로 찍으면 왕왕 멋있을 거 같아요.

      저도 최후의 대결이 참 보고 싶은데, 결말이 애들한테 넘 충격적일 거라 어케될지 모르겠네용.
      책으로 읽었을 땐 참 좋았는데 그걸 영상으로 옮겨도 유효할지 잘 모르겠구요.
      기독교도 외에는 먹히기 힘든 결말을 루이스가 필력으로 살려낸 건데..

      사자마녀옷장은 원작도 좀 산만하지 않나용
    • 전 진심으로 나니아 마지막편이 영화화되는 걸 보고 싶습니다.
      그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 모두 xx했다니 참 기뻐요~! 하하하! 호호호!" 결말을
      관객들이 보고 난 표정을 직접 목격하고 싶다는 사악한 이유 때문이죠.
      설마 그 "뭥미"스러운 결말을 토씨 하나 안바꾸고 그대로 쓰려나요.
      아니면 몇몇 디즈니 애니매이션에 필적할만한 대대적 개작을 거치려나요.
    • 네, 사실 제가 나니아 시리즈 중에 제일 재미없게 읽은 책이 사자마녀옷장입니다;;
      그러고보니 책도 제대로 집중하지 않고 대충 넘겨읽었던 기억;;
      아슬란 부활쇼로 그렇게 예수 패러디를 꼭 해야했나싶기도 하고
      전 쓰여진 순으로 안 읽고 연대순으로 읽어서 마법사의 조카부터 읽었는데
      마법사의 조카는(물론 창세기 흉내는 내지만)유머도 넘치고 훨씬 더 재밌어서 처음쓰여진
      사자마녀옷장이 더 심하게 별로였어요...
    • 마지막 전투는 판의 미로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올거같아요.
    • 그러고보니 나니아의 그 결말은 저에게 영적인 충만감보다는 허무주의를 가져다 준 것 같습니다.
      나이도 먹은데다 불신자가 돼버린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더욱 그렇네요.
      나니아는 애들한테 안 좋아요.. 내가 지금 이렇게 사는게 다..
    • mithrandir/ 참 저 방금 유에프오 사이트에서 연애담 봤어요.
      영화 좋던데요...
    • 이온스톰/저도 그 암울함을 좋아했었어요 ㅎㅎ
    • 꽃과 바람/ 허걱. 감사합니다.
    • 사자마녀옷장은 첨부터 짜증의 연속이죠. 애들이 루시말 안 믿어주는 것부터, 갱생되기 전의 에드먼드의 성격, 수잔은 수잔대로..
      딱히 모험다운 모험도 없고
      아슬란 부활쇼에선 할말을 잃었슴돠!!
      사자마녀옷장의 존재 의의는 비버부부라능!!
    • 이온스톰/으 완전 공감이요!
    • 사자마녀옷장이 가장 재미없는 거군요... 저는 나니아연대기의 존재를 모르다가 영화화될 시점에 접하고 사자마녀옷장 책을 읽었는데.. 이게 반지의제왕과 같이 거론되는 판타지 명작이라는 게 도저히 수긍이 안되었어요. 해리포터보다 한참 별로였다는 느낌...
    • 네 사자마녀옷장이 제일 재미없어요. 디고리경의 옷장페티시와 사랑스런 비버 부부를 제외하곤..
      글고 말과 소년이 인종주의가 제일 심합니다.
      최후의 대결도 인종주의가 심한데, 이건 그래도 재미있어요. 결말은 충격적이지만 마지막 페이지 전까지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겁니다.
      마지막 페이지도 루이스가 너무 담담하게 서술하는지라 책을 덮으면 묘한 허무감에 빠지죠. 전 그게 좋았구요.
      캐스피언 왕자는 초반부가 즐겁습니다.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구요 (캐스피언 말고)
      전 새벽출정호-은의자-최후의 대결 요런 흐름이 좋아요. 공통점은 모두 유스터스가 나온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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