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 질병이냐구요?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죠. 황희 정승은 아니지만.. 너도 맞고 너도 맞다 라고 밖에는.
듀게에 아이 키우는 이야기도 잘 안 올라오고 애 낳고 키우는게 벼슬도 아니지만 임신과 출산을 간접경험해 본 입장에서 보태자면 출산은 논외로 하고 임신 자체만 보자면 질병이라고 할만한 순간이 있습니다.
둘째때는 덜했는데 첫째때는 와이프가 밥냄새, 김치 냄새도 못 맡았어요. 사람이 먹어야 사는데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을 하는 입덧은 분명히 질병의 증상이죠. 그리고 임신중독증은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잘못되는 경우도 있고.. 임신성 당뇨도 있죠. 임신이 원인이 되어 고통을 겪는 걸 보면 그 자체는 질병이라고 할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질병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 임신은 끝이 보이는 질병이기도 하죠. 출산을 경험하고 나서 더 건강해 지거나 허약해 지는데 대해서는 통계가 없어 이러쿵 저러쿵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산모가 출산하고 나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산을 경험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과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진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만. ( 출산전의 여성과 애를 낳아본 엄마는 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
"임신은 질병이다" 라는 도발적인 한문장만으로 임신과 출산과 거기에 이어지는 긴 육아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미드에서 그랬는지 기억이 잘 안납니다만.. 유방암 위험율이 높아서 유방 전절제를 선택하려던 여성이 등장한 장면이 있었죠. 이미 걸린 것도 아니고.. 엄마가 유방암으로 죽은 트라우마가 있어서 단순한 유전자 검사만 가지고 자기의 유방을 몽땅 들어내려고 했던 거죠. 임신이 치명적인 질병이라면 자궁도 들어내야 할 것이고.. 그게 사회의 전체적인 합의로 간다면 인류는 종족을 보존하지 못할겁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임신과 출산을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아서 정관 절제를 선택하는 남자를 생각해 봅시다. 그 남자의 머릿속에는 "임신은 질병이다"라는 문구가 번쩍이고 있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막 식을 올린 아내는 아이가 없으면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가정해 보죠. 어떻게 보면 듀게에 올라오는 상황과는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런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는 일일까요?
듀게에 올라오는 공정하고 다양한 시각을 좋아하고 저보다 훨씬 똑똑하고 사유가 깊은 분들이 내미는 철학적이고 깊은 대화도 좋아합니다만.. 가끔씩 논쟁을 보고 있으면 듀게는 작은 우물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세상은 좀 더 넓고 다양한 층위로 이루어져 있는데 말입니다.
임신이 질병이냐구요?? 글쎄요..
끝이 보이는 즉 완치가 분명하게 보이는 것일수도 있지만 간혹 여느 질병처럼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있는게 되려 여느 질병과의 유사점일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의학기술의 발달로 극단적인 상황을 방지하고 대처할 수 있게되었지만 아직도 100% 완벽하진 않구요.
하지만 단정짓기 애매한 의학적인 의미의 질병이 아니라 철학적인 고민은 인류가 합의해볼 가치가 있는 명제가 아닐까 싶어요.
전 임신을 질병으로 규정하는게 보편적인 상식으로 받아 들여지는 사회가 적어도 현재보다는 양성평등 및 인간문명의 한 발 더 진보된 상태가 아닐까 주장하는 거에요. 아래글에서 몇 분이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신 것처럼 여성의 인권과 건강을 위해 차라리 임신이 질병으로 인식되는게 여성의 권익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개선된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지니까
이 글 보니 한때 대학가에 라캉 유행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너무 올드패션 아닌가 싶어요 허허.
철학,사상이 제기한 문제의식, 담론등을 당대에 이르러서 해소되지 못한게 있다면 그게 설령 플라톤이라도 언급될 가치가 있는 것이죠. 게다가 라캉이라면 유행이니 올드패션이니 따지는게 유치하죠. 적어도 한남충들이 개판 칠 정도로 후진 한국사회에서는 말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군요. 제목조차 기억 나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한 오래전 읽었던 라캉의 흔적이 저도 모른채 제 짧은 글에 베어 있었다니 말입니다.
의료계에 있는 친구가 오래 전에 해준 얘기가 생각나요. '임신은 열두 달 지나면 체외로 배출(?)된다는 점만 빼곤 암과 똑같다'고 하더군요.
암세포 = 태아 비유인 듯 한데, 맥락은 알겠는데 그냥 들으면 참 이상하게 들릴 수 있죠.
나를 포함 여러분 모두 다 인류의 여성의 질에서 튀어나온 암세포 덩어리입니다. 질병의 원흉들이죠.
심지어 인류는 지구에서의 으뜸종으로 흉폭하고 제멋대로잖아요. 그냥 종말이 답 아닌가 싶잖아요. 니힐리즘?
pc는 류로서 인류가 만들어 낸거고 당대에는 그게 미니멈입니다. 실제로 개별 인간은 그 이상을 늘 끊임없이 시도해 왔고 그들의 희생위에 최소한의 pc가 형성된 거지요. 근데 요즘은 이런 믿음조차 흔들립니다. 보수정권 9년차의 피로함이지요. 여튼 피시는 미니멈이지 맥스가 아닙니다. 그리고 맥스를 시도하는 것, '자각적으로' 그 리스크를 안는 것은 늘 소수의 개별입니다.
육체적인 증상만으로는 - 고통, 육체적 변이, 사망의 위험, 등등등 - 질병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있겠지만
질병이냐 아니냐의 선택은 받아들이는/겪어야할 사람에게 맡겨줬으면 합니다.
의학적으론 질병의 반대아닌가 싶은데요. 질병은 몸에 자신의 것이 아닌것(세균이나 바이러스)이 침입하게되면 몸이 싸우는 과정입니다.
임신은 반대로 태아라는,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이 생겨나고 그것을 보호하면서 최대한 그것과 몸의 면역반응이 싸우지 않으려는 투쟁입니다.
엄마의 면역체계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현저히 낮아지고 힘들어집니다. 우리가 임산부를 보호해야하는 생물학적인 이유입니다.
임신상태란 극도로 본체에게 위험한 순간이니까요. 자신의 본체를 방어하기보다 태아를 보호하려고 촛점이 맞춰지는 이 기간 동안의 몸의 사투를
단순한 질병쯤으로 치부하는건 생명에 대한 모욕이란 생각은 안드시는지.
우리에겐 지난한 여성의 인권과 상관없이, 그리고 인류가 아닌 생명의 임신과 차별없이 임신은 질병따위가 아닙니다.
그 말을 떠드는 사람들도 생명아니신지? 이런 언급없이 여셩의 인권을 말할수 잇다면 더 좋겠습니다만.
가끔은 비유 자체가 본질과 상관없는 피로함을 가중시키는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