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이란게

* 먼저 좀 다른 얘기.

된장녀 김치녀 김여사같은 이야기는 수년전부터 떠돌지요.

허나 어떤 커뮤니티도 이 조어들or조어들이 탄생한 배경을 가지고 이토록 거세고 강력하게 비난하는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나마 몇몇사람들이 이 조어를 비난할때 잠깐 거드는 수준이고, 그와중에 "그래도 진짜 김치(된장)녀들이 있긴하다"라는게 섞여있는 수준이었지요.


유머로 유명한 모대형커뮤니티는 이번 일을 기점으로 오빠가 허락하는 페미니즘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박살내고 싶어하더군요.

뭐 해당 커뮤니티야 예전부터 매우 '표준적인' 대한민국 수준에서 놀던 곳이라 놀랍진 않습니다.

허나 유명 역사학자와 관련한 엄청난 태세전환도 그렇고, 현실인식수준이 부끄러움조차도 모르는 수준인지라 오히려 보는 제가 다 민망할지경.  

 


* 사실 어린시절부터 어머님이나 누나, 혹은 남이 준비해준 살림에서 살아본 한국남성이라면 지극히 평범한 사고방식이지요.

집에 와서 옷벗어서 세탁기나 빨래통에 넣어두고 냉장고에서 반찬이랑 밥솥에서 밥꺼내다가 먹거나 엄마 밥줘 그러면 되고.


옆길로 빠져서 얘기하자면, 일이란게 그렇습니다. 특히 서비스 유통쪽에서 일해보신분이라면 너무도 잘아실꺼에요.

손님이나 고객이 와서 하는 일은 주문을 하고 서비스를 받은 뒤 비용을 지불하고 가는게 전부 다 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선 각 주문들에 대한 밑작업을 수십분~수시간전에 해놓아야 하고, 해당 주문이 들어오면 준비해둔 밑작업에 기반하여 생산-전달에 들어가게됩니다.


접시에 준비된 메뉴, 옷걸이에 진열된 옷, 진열대에 정리되어있는 제품들.

우리가 눈에 보는건 물품이 전달되어 내가 소비(획득) 한 뒤 비용을 지불하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작업이 전부이지만,

그 뒤에 존재하는 수많은 직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일을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죠. 필요성을 느끼는 이들도 없고요.


살림이 폄하되는 이유도 여기에 기반할겁니다.

직접해본적이 없고 할 생각도 없으니 쉬워보이고, 어릴적부터 당연하게 가정에서 존재하던 것이니만큼 대단치 않아보이지요.

더군다나 자취나 군대경험이라도 있는 사람들의 "나도 해봐서 아는데"까지 결합되면 살림은 더욱 쉬운일이 되는겁니다.


밥 알아서 되니까 냉장고에서 반찬 몇가지 꺼내주고, 세탁기야 자동으로 돌아가고, 청소기 대충 돌리면 되는게 뭐가 어려워?

허나 '혼자' 살거나 '단체'단위로 움직이는 일과, 가정을 위해 꾸려야하는 일들은 원숭이와 인간만큼의 차이가 있지요.


하루 8~12시간. 업종을 막론하고 격무에 시달리다 퇴근한 주부들도 집에가면 다 살림을 해야하더군요.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프리랜서할 것 없이 살림을 해야합니다.

남편들이 일을 계속하라고해서 그런건지 자기 의지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되었건 살림은 필수였습니다.

온전한 전업주부들이야 일과 살림을 동시에 병행하는 것보다야 쉽게 느껴지겠지만,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지며 남편이 어지간히 잘벌지 않는 이상 빠듯한 살림을 꾸려야하는 어려움도 있지요.



* 보통 이런류의 얘기들이 나왔을때 주부의 일이나-살림을 폄하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디 미디어에서 예능이나 드라마를 통해 다루는 사람들의 일상만 보고 사는 사람들 같습니다.

오전에 대충 쓸고 닦다가 친구들 만나서 카페에서 수다떨고 취미생활하러 잠깐 간 뒤 남편올시간쯤 집에서 순식간에 저녁준비하고..


말그대로 드라마속에서나 보여질법한 일이지요.




    • 돈 버는 일, 살림 모두 힘든데 그 힘듦의 내용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인스턴트 반찬이나 기본 찌개, 부모님 지원 김치 빼고 요리라는게 한번 할 땐 괜찮지만 매일 하기엔 지치고


      나물반찬 등으로 가면 좀 고난이도 같습니다만.. 간이 맞는 요리를 먹는게 그리 쉽지 않거든요.


      쓴 컵을 다시 씻어서 깨끗한 컵을 늘 쓸 수 있게 하는 것도 부지런해야 가능하고요. 표가 나기가 어려운데 안 하면 당장 표가 나죠.


      제가 생각하기에 누구나 쉬는 집에서 제일 바빠야 하는 점, 예컨대 식탁에 가장 늦게 앉고


      밥을 먹고도 tv앞으로 곧장 가지 못하는 면들이 베이스에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에요.

    • 미디어에서도 먹고 사는 일의 고단함이나 노고에 대해 다루기는 하죠. 대표적인 프로가 삼시세끼. 밥 한번 해먹는데 하루종일 걸립니다. 아침먹고 치우면 점심, 점심먹고 치우면 저녁.. 저게 무슨 프로인가?? 싶지만 그게 정상인걸요. 




      남자라고 해서 살림의 고단함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자취생활이 긴 분들은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살림하는 사람에 대한 감사함이 있습니다. 이런 류의 글들도 남여를 너무 일반화하는 글은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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