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또..

쥐를 잡아서 제방에 데리고 왔습니다.
이 야밤에 혼자 누워 잘랑말랑 하던 저는 침대위에 벌떡 서서 소리를 치기 시작합니다.
가! 가! 저리 가!
의기양양하던 고양이는 어리둥절합니다, 좋은일 하고 욕먹으니 황당한겁니다.
한참 제 얼굴을 쳐다보다가 (쥐는 계속 입에 물고) 제 침대 밑으로 들어갑니다.
안돼! 나가! 나가!
한참 침대 위에 서있던 저는 결단의 시기가 왔음을 압니다.
잡던가, 도망치던가.
다행히 비닐백이 없어서 잡을순 없군요.
다시 소리를 칩니다.
따라오지 마! 나 내려가 따라오지마!
후달거리는 다리로 침대 밑에 내려가 아랫층까지 매우 빨리 도망갑니다.
30여분후 이웃집 사시는 친척분이 오셔서 쥐를 처리해주셨습니다. 죽어있었다는군요.
근데 이분도 긴장하셨는지 제방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십디다.
근데 아뿔싸한건, 이분이 제 고양이한테 칭찬하시면서 잘했다고 하시는겁니다. 그렇죠 고양이는 제 몫을 단단히 한거죠.
그렇긴 하죠.
그러나 전 한시간이 지난 지금도 고양이와 어색합니다.
너는 그 이쁜 입술로 쥐를 물고 있었어.
방에도 가기 싫어 부엌에 혼자 앉아 잠도 못자고.
어리석고 겁많은 밤입니다.
    • 한밤에 깜짝 놀라셨겠어요. 잠은 주무셨나요? 지금은 좀 진정되셨는지요? ;ㅅ;

      “전 한시간이 지난 지금도 고양이와 어색합니다.”라는 구절이 너무 좋아서 댓글 남겨 봅니다.
    • 고양이는 할일을 했을 뿐이니 쥐 처리가 꺼려지지 않으면 저렇게 칭찬해주는게맞고요,

      싫으시면 무서워하는 티를 엄청 내면 됩니다. 대충 감정은 이해 하거든요. 어느 집 고양이는 귀뚜라미잡아주고 주인이 혼비백산하니 다음 번에 다리를 다 떼고 줬다네요. "자 닝겐 이제 안무섭지?" 그래도 무서워하니 안물어왔대요.목장갑 물어다주는 고양이도 있고 대추 물어다주는 고양이도 있어요. 생각하는 맘씨가 귀엽지않나요! +_+
      • 으아아~ 귀뚜라미 사냥한 고양이 사연이요, 닥치면 오싹할 텐데 텍스트로 보니 너무 웃기고 귀엽네요! 대추도 물어다 주고 고양이마다 주인 취향(?) 고려해서 성심성의껏 사냥해 오는 맘씨가 참 훈훈하군요.
    • 귀엽네요ㅋ 그런 경우 고양이 양치 시켜주시겠죠? 본능대로 한 거니 혼낼 수도 없고

    • 그러니 '사냥 잘 하고 절대 안 굶어죽을 것 같은 자'란 믿음을 평소에 심어 주셨어야...;;

      • 그러고보니 최근에


        '집에 나갈때 가방에 캔을 챙겨간 뒤 집에 오자마자 캔을 따주면 밖에서 사냥해서 돌아온 거로 안다'는 얘길 들었어요..


        고양이가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 쥐말고 금덩이 물고 오너라 ㅎㅎ
      • 만화책에서 옛날에 본거라 정확하진 않지만 대추 물어오는 고양이한테 지폐 보여주면서 이런거 가져와 했더니 끙 하고 나가더니 한참 있다 휴지를 물고 왔대요...
        • 앗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네요, 나름 비슷한거 잘 골라온건뎈ㅋㅋ

      • 우와 정말 영리한 고양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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