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셔츠를 사고 싶다.

간만에 여름이다 싶게 해가 뜨겁던 오늘 오후, 시내를 걸어 다니다 남성옷가게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가게 앞에 걸린 푸른색 셔츠가 맘에 든다. 윗부분은 짙은 하늘색인데 손목이랑 셔츠 아래 부분은 파란색이다. 원래 이렇게 색깔 번지는 듯한 옷을 좋아하지 않는데 굉장히 자연스럽다. 어찌나 맘에 들던지 는지 얼마인지 가격표까지 봤다. 천이 얇으면서 딱 보기에도 형태를 잘 유지한다. 그한테 어울린다. 그의 생일이 다가온다. 사고 싶다. 상황이 다르다면, 그가 여기에 있다면, 샀을 것이다. 지금은 사도 그에게 줄수도 없고, 그가 아닌 사람들 중엔 이 옷이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사람도, 주고 싶은 사람도 없다. 


작년 그의 생일에도 이 가게에서 셔츠를 사서 주었다. 그러면서 그 전에는 어디에 남성옷이 있는 지, 매번 시내 갈때 같은 자리에 있던 가게들이 이제까지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었는 데 눈에 들어오는 게 신기했다. 생일때 미국의 형네 집에 있던 그가 돌아왔을 때, 공들인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블루베리 케익과 커피를 마시면서 선물을 주었다. 선물까지? 정말? 이라던 그가 입어보면서 맘에 들어하던 게 기억난다. 그날 헤어지기 전에 그는 오늘 정말 행복했어요, 정말 고마워요 라고 말했다. 그 순간을 위해 내가 한 모든 것이 그의 눈에는 보였던 거 같다. 


그가 가는 것이 정해진 뒤 나는 Skultuna의 놋공예 하나를 샀다. 크리스마스때 선물을 하면서 skultuna 란 회사를 알려주고 검색할 때 이걸 보고 아 이거 정말 멋지네요 라고 말했었다. 그때 이미 언젠가 이걸 선물해야 겠다고 생각했었다. 가벼워서 가지고 가기도 편하다. 아직 아픔이 너무 생생해서 5분마다 울을 수 있었던 날 저녁, 저녁을 먹고 나서 선물을 주었다. 그는 살짝 놀랜 표정을 하더니 상자를 열고는 놀라는 들숨을 쉬었다. 내가 기억하는 걸 그는 알고 있다. 잠시 있다가 그는 내게 이거 당신이 가져요 라고 말했다. 그때 나도 가지고 싶다고 말했던 걸 그도 기억한다. 왜요? 당신 줄려고 산거에요. 다시 잠시 있다 그는 그러면 기쁘게 받을 게요 라고 말하더니 웃으면서 이게 마지막이에요. 이제 더 선물 사지 말아요 라고 말했다. 그럴 생각도 없어요 라고 나도 웃으며 답했던 게 기억난다. 


아직 맘은 변하지 않았는 데 상황이 변했고 행동도 변한다. 생일이 오면 더운데 잘 있느냐고 생일 축하한다고 다른 말 없이 메일을 보내야 겠다. 아마도 그는 내가 그리워하니, 내가 기억하니 메일을 보낸 다는 걸, 메일을 보내는 행동 뒤에 있는 감정들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것이다. 



 

    • 나는 그 사람이 퇴근하면서 이거 오늘 팔다 남은 거, 라며 아무거나 그냥 가다가 던져주기를 바랬습니다. 갑자기 몹시 마음이 아프군요

      • 살다보면 별일 아닌 것 같은데 아픈 날들이 있어요 

    •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을 한 입 베어문 느낌입니다.

      • 그래도 달콤하니까,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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