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ㅊㄱ)


 1.체력이 다 회복되어 버렸어요. 노는 날에는 마른 수건을 비틀어 짜듯이 체력을 모두 써버려야 다음날 회복하고 다시 다음날 놀러갈텐데 어제는 그러지 못해서 너무 빨리 체력게이지가 다 차버렸죠. 그리고 체력게이지가 다 차버리면 지루함이 찾아오거든요.


 '왜 이따위 속편한 소리를 하는 거지?'라고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아니예요. 지루함이라는 건 나를 향해 아주 천천히 다가오는 유령 같은 거예요. 녀석의 걸음걸이는 느리지만 쉬지 않고 착실히 내 쪽을 향해 느릿느릿 다가오고 있다는 걸 한순간도 잊을 수가 없어요. 녀석과의 거리를 벌리는 걸 게을리 했다가 잡혀버리게 되어서 스스로에게 침잠하게 되면 별로 기분이 좋지가 않죠.



 2.친구와 낮에는 대체로 카톡으로 이야기를 해요. 정말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는 매우 착실히 일하거든요. 회사를 벗어나는 법이 없죠. 


 나는 자고 일어나는 걸 유사 죽음과 유사 부활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진정한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는 유사 죽음과 유사 부활을 계속해서 겪어야 하는 저주받은 운명에 대해 친구에게 한탄하곤 하죠. 그러다가 주식 얘기로 넘어가요. 돈을 벌었다거나 주식이 올랐다거나 내렸다거나라고 말하지 않아요. 왜냐면 주식은 곧 돈이고 돈은 곧 권력이니까요. 돌려서 말할 필요는 없죠. 


 주식이 오르는 날에는 '흠, 내 권력이 실시간으로 강해지고 있군.'이고 주식이 좀 떨어지는 날에는 '젠장, 내 권력이 줄어들고 있어.'라고 말해요. 친구는 이 점에서, 돈은 권력의 투사체로서 별로 좋은 도구가 아니라고 말하곤 해요. 왜냐면 돈은 쓰면 줄어들잖아요. 당연하게도.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돈이란 건 쓰지 않고 가지고만 있으면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거죠. 결국 권력을 깎아내면서 권력을 투사하는 것 말곤 권력을 행사할 다른 방법이 없는 거예요. 이런 관점에서, 친구는 돈을 잘 쓰지 않아요. 자네의 황금 곳간에서 티가 안 날 정도로 뭘 좀 꺼내보자고 권하면 뭐하러 권력을 스스로의 손으로 깎아내느냐고 핀잔을 주곤 하죠. 그리고 피자헛 무제한 페스티벌 같은 곳에 가자고 해요.



 3.또 쿨타임이 차서 말을 꺼냈어요. 늘 같은 소리지만 어떻게든 변주해서 친구에게 반복적으로 하는 소리 말이죠. 어떤 말로 포문을 열까 고민하다가 결정했어요.


 '이봐...자네는 늑대라네.'라고 말하자 친구가 '내가 늑대인가?'라고 대답했어요. 주장을 하고 싶으면 근거를 대 보라는 말을 돌려서 한 거죠. 물론 근거 같은 건 없어요. 언젠가 말했듯이 나는 소름끼칠 정도로 친구에 대해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그냥 밀고나갔죠. '자네가 어떤 가죽을 뒤집어썼든 몇 년을 그 가죽으로 살았든...자네는 늑대라고. 음...늑대인거네. 그리고 늑대는 늑대로 살아야 행복한거지 다른 뭔가로 살면 결코 행복할 수가 없다고.'뭐 이런 식으로요.


 이렇게 쓰면 매우 짧은 것 같지만 꽤나 오래 말했어요. 사실 다른 때처럼 뭔가 그럴듯한 비유를 든 것도 아니고 일방적인 헛소리만 해댄 거라 이번 시도는 물건너 갔구나 싶었는데 의외로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맞는 말 같기도 하다면서요. 


 휴.


 홈런이 될 공을, 배트를 휘두르지 않고 지켜보면 스트라이크가 될 뿐이라는 걸 잘 아는 나는 바로 일어나며 '일어나게. 다음 주나 내일이나 이따가가 아니라 지금 당장 가세. 늑대가 있어야 할 곳으로.'라고 했어요. 언제나...다음 주쯤에 어딘가 가보자고 친구와 약속을 하면 다음 주쯤에 친구는 어딘가에 안 갈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냈거든요. 그래서 친구의 마음이 동한 지금 당장 가야 했어요.


 친구는 미동도 하지 않고 '이번 달에는 세금 신고가 있어서 바쁘다네...다음 달쯤엔 한가해질 것 같군. 그때 한번 가보지.'라고 대답했어요. 이게 그럴듯한 이유를 즉석에서 만들어낸 건지 정말인 건지 나는 알 길이 없어요. 다음 달이 되보면 알 수 있겠죠. 7월에 세금 신고로 바쁘다는 건 일단은 사실이긴 하니까요. 



 4.휴.



 5.그날 브릭오븐 피자를 먹고 있었어요. 첫 한 조각을 먹을 때는 이것이 미국 본토의 짠맛이라며 기뻐했지만 세조각쯤부터는 얼굴이 찌푸려졌어요. 친구의 얼굴은 첫 판부터 찌푸려져 있었어요. 


 '이 피자는 짠맛이 아니라 쓴맛이군.' 이라고 친구가 중얼거렸어요. 확실히, 너무 차가운 물이 뜨겁게 느껴지는 것처럼 너무 짠 피자는 쓰게 느껴지는 거예요. 어떤 감각이 극한에 달하면 다른 감각과 혼동되는 거죠. 휴. 친구가 말했어요.


 "역시 피자는 피자헛 페스티벌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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