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무게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띄엄 띄엄 읽는 칼럼이 있다. 젊은 작가인데 꽤 오랫동안 우울증, 혼자인 삶, 자기 가족을 주 내용으로 연재했다. 작년에 새 연인과 행복한 삶에 대해 썼던 걸로 기억하는 데 지난 주에 어쩌다 읽으니까 헤어졌나보다. 지난 주 칼럼의 내용은 이 사람이 벽에다 못을 박는 데 실패한 것이었다. 새로 칠한 벽에 크게 구멍 두게만 만들어 놓고는 못을 박을 수가 없어서, 밖에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목수나 기능공처럼 보이는 사람을 잡아 도와줄래요? 물어보고 그사람이 도와주었다는 이야기. 마기막에 작가는 이렇게 썻다. 

둘이 살면 하나가 못하는 걸 다른 하나가 한다. 아니면 둘이 도와서 한다. 혼자살면 이런 사치는 없다. 그러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좀 뻔뻔해 질 필요가 있어진다. 혼자사는 여자로서 나는 이럴 때 필요한, 사회가 보통 모르는 사람과는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예의를 무시하는 법을 획득했다. 나는 아무에게나 도와달라고 할 수 있다. 나가서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

갑자기 걸어 가고 있는데 놀이공원 빙글 빙글도는 컵을 타고 있는 것 마냥 세상이 돌았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주저 앉아 가만히 있다가 조금 나아져 아이랑 같이 집에 돌아온 후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간호사와 통화를 하고 있는 데 아이가 뭐라고 말을 걸었다. 그러자 수화기 넘어 간호사가, 아이가 있나요? 몇살인가요? 라고 물어왔다. 7살이라고 하자 나 말고 다른 어른이 집에 있는 지 다시 물어왔다. 없다고 하니까 그러면 누가 곧 집에 올거냐는 질문에 또 아니 혼자 라고 답했다. 그러자 간호사는 차분한 어투로, 그러니까 지금 당신은 몸을 움직일 수 없이 어지러운데 어린 아이와 혼자란 말이군요. 자 이 전화를 끊고 응급차를 부르세요. 내 생각에 당신은 달팽이관에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 그건 별거 아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는데 아이랑 혼자 있는 건 아니에요.


응급차는 금방왔다. 간단히 뭘 물어보고 채크하더니 병원에 가야한다고 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는 데 저녁도 먹지 못한 아이를 위해 집에 겨우 반쪽남아 있던 밥빵이 아닌 간식 빵과 주스를 챙겨 넣고 구급차를 탔다. 아이를 돌볼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없는데요를 다시 반복했다. 처음에는 구급차를 탄다고 좋아하던 아이가 엄마 몸에 이것 저것 붙이고 나아가서 주사를 놓자 소리를 질렀다. 우리 엄마한테 그러지 마세요. 보이지 않는 곳에 앉은 아이보고 괜찮아 안아파, 하나도 안위엄해를 반복해 말하는 것이 다였다. 구급차에서 내려 보니 아이는 얼어 있었다. 

응급실에 간호사들이 들어와 또다시 물어봤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있나요? 눈물이 흐른다. 내가 아파서 무서워서 우는 줄 알았던 사람한테 애때문에요 라고 하니까 괜찮아요. 우리가 다 돌봐 줄께요 라고 한다. 

응급실에서 응급하지 않은 환자들은 마냥 기다려야 한다. 아무래도 오래 걸릴 것 같아 아이 아빠한테 전화를 했더니 6시도 되기 전인데 벌써 술을 마셔서 갈 수 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왜 자기가 술을 마셨는 지, 마셔도 되는 지 설명하는 그가 귀찮아서 알았다고 했다. 그는  필요한거 있으면 전화하라고 자기가 도와준다는 그에게 넌 도와줄 수 없잖아 라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작년에 졸업했을 거 같은 젊은 의사가 눈을 상냥하게 뜨고 이것 저것 검사를 한다. 침대를 낮추어야 하는데 잘 못한다고 설명하는 그. 그가 침대를 한 1미터 움직이자 아이는 의자를 따라 움직인다. 검사를 끝내자 의사는 자기 위의 의사랑 상담한다며 갔다. 벌써 2시간이 지났는데 그러면 누구 다른 사람을 불러 아이를 데려가라고 해야 하나, 소피아는 아파서 지금 못 움직이고, 에밀리는 집에 퇴근해 돌아왔나, 생각이 많아 진다. 아무것도 싫다는 아이한테 빵이랑 주스를 먹이고 참아보자 하고 있는데 젊은 의사가 내 나이 또래의 의사랑 돌아왔다. 일어나서 걸어보라는 의사 말에 일어나니까 아이가 옆에서 엄마 나도 엄마랑 걸어 란다. 마지막 검사를 하는데 어지럼이 덮친다. 눈동자가 마구 움직인다. 

예상했던 대로 달팽이관 문제다. 위험하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단다. 나이든 의사가 떠나자 젊은 의사는 어지럼증 올때 같이 일어나는 미식거움을 막는 약을 줄 수 있는데 이거라도 받아 가실래요? 라고 물어봤다. 

돌아오는 길 공항갈때 빼고는 타지 않는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와, 9시 가까운 시간에 저녁을 먹고 나서 아이랑 누우니  아이가, 엄마 아빠는 안왔어 그러더니 엄마 병원은 무서웠어 란다. 엄마 괜찮아. 

...

누군가 없는 게 어찌 이렇게 무거운지. 다시 그 무게에 눈물이 난다. 

친구가 동생과 100일 된 조카가 외국에서 집에 왔는 데 애기 돌보느라 엄마가 살이 빠졌다고 말했다. 애 돌보고 빨래하고 밥하고,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하다가 내가 난 그거 혼자 다 했는데 라고 말했다. 나는 둘이었을 때도 혼자 다 했다. 말하는 게 귀찮아져서 혼자 하고, 내가 못하는 건 바라질 않았다. 그래서 도움을 부탁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간지 겨우 일주인 된 S 에게 장문으로 그리움을 쓴 편지를 보냈다. 병원에서 생각했다 S가 있었다면. 가장 그리운건 그가 있는 동안에는 나는 그를 믿을 수 있었다는 거다. 너무 아파서 한번 잔디 깍는 거 도와 달라고 했을 때, 그는 한번 깍더니 내가 묻기도 전에 늘 깎았다. 이거 무거운데 왜 나한테 말안했어요? 마지막 본날도 잔디를 깎았다. 블라인드가 고장난 날, 사람 불어야 하나 했는데 마침 저녁 먹으러 온 그는 항상 나한테 먼저 물어봐요 라면서 고쳤다. 헤어지는 게 결정된 뒤에도 이것 저것 다 고쳐주고 도와주고 갔다. 길게 부탁의 말을 할 필요도 없는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난 이제 부탁하는 걸 배워야 겠다. 

그리고 기도한다, 하나님 지금까지 그래도 혼자하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리고 응급실이니 병원은 아이가 15살 되기 전에는 다시는 가지 않아도 되게 해 주세요. 


    • 저는 혼자 살 때 제일 힘들었던 게 꽉 닫힌 병 뚜껑 여는 거였어요. 


      스파게티 소스나 과일잼 같은 걸 사왔는데 뚜껑을 못 열어서 저녁을 못 먹고 쫄쫄 굶을 때면


      어찌나 서러웠는지 ;;TOT;;  나중에 뚜껑 여는 비법을 알고 나니 이젠 혼자 살 수 있겠다 싶더군요. 


      (뚜껑 둘레를 가스불 위에서 한 바퀴 돌리며 데운 후 수건을 덮고 열면 바로 열려요. 백발백중 ^^)


      함께 사는 사람이 견뎌야 하는 게 있고 혼자 사는 사람이 견뎌야 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힘내시고 얼른 건강 회복하시길 바랄게요.  


      ==========================================================


      (추가) 전기 스토브를 쓰는 외국에서는 바베큐할 때 쓰는 Kitchen lighter를 사용해서 뚜껑을 데워주면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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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하 뚜껑열기 힘들때 많죠. 여긴 가스를 사용하지 않아서 알려 주신 방법을 쓸수가 없네요. 


        건강은 괜찮아요. 이건 그냥 증상만 지나가면 그만입니다. 언제 다시 증상이 나타날 지 몰라서 그렇지...

      • 수건에 뚜껑을 싸서 두손으로 병을 가슴에 부여 안고 있는 힘을 다하면 열리더군요.


        아니 수건 보다 고무장갑이 더 완벽합니다.

      • http://www.everten.com.au/avanti-slate-jar-opener.html?gclid=CKTtte_Zp80CFdhivAod4GECDA

        저는 요렇게 생긴 도구를 씁니다. 병뚜껑에 고정해서 살짝 들어올린후 도구를 제거하고 돌려서 열면 쉽게 열립니다.
        • 이런 도구가 있었군요. ^^ 사실 꽉 닫힌 병뚜껑을 여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니까 이런 도구가 


          개발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갑자기 아프거나 쓰러지는 것 역시 독신자에게는 좀 더 위험하지만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에도 운 나쁘게 혼자 있을 때 쓰러지는 경우도 있고 누구에게나 위험하니 


          세월이 좀 더 흐른 뒤에는 몸 상태를 체크해서 응급상황일 경우 자동적으로 119에 신고가 되는 


          건강지킴이가 지금의 핸드폰처럼 필수품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우리가 늙어갈 때 세상이 변화 없이 


          그대로인 건 아닐 테니 지금 혼자 살고 있거나 앞으로 혼자 살게 될 것 같다고 해서 미리 너무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라고 믿어봅니다. ^^) 


          =============================================================


          그나저나 가끔영화 님, 가스불로 10초만 데우면 우아하게 열 수 있는데 그렇게 원시적인 방법으로 


          기운 빼지 마세요. ^^ (물론 양자고양이 님의 도구에 비하면 가스불도 좀 격이 떨어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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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고 나니 본문글에서 느꼈던 혼자 사는 삶의 쓸쓸함과는 무관한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은 것 같아 죄송하네요. (죄송해서 글씨가 작아졌어요.) 




          • 불은 좀 위험해서... 고무장갑 없는 집은 거의 없을테니 고무장갑이 안전하고 최고예요. 저처럼 손에 힘이 하나도 없는 사람도 고무장갑이면 대부분 다 열어요 ^^;

      • 폭 3mm정도의 조금 굵은 고무밴드를 뚜껑에 둘러 돌리면 웬만한 뚜껑은 다 열리더라구요. 저는 펫병 뚜껑도 못열어서 고무밴드 필수;;

    • 뻔뻔해져도 괜찮을 사람의 계속되는 이야기인줄 알았네요.


      귀가 이상하면 반듯히 걸을 수 없다는 것도 안지 얼마 안됐어요.


      응급실에 저도 가족의 일로 몇번 가봐서 아이와 엄마의 모습 잘 그려져요.

      • 반듯이,반듯히란 말은 없고요 반드시는 있고.

      • 응급실 가는 건 무서워요

    • 그 무게가 가벼워지기를 기도할께요.

      잘 읽었습니다.
      • 네 기도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 마음이 아프네요. 얼른 나으시길 바랍니다.

      • 괜찮아요 지나고 나면 괜찮아요. 언제 또 증상이 일어날지 몰라서 문제지만요

    • 아이의 엄마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느껴져요.... 글만으로도 따뜻함이 느껴졌어요 .. 큰 일 치루셨네요, 건강하길 기원합니다~~ 

      • 아이의 맘이 굉장히 커요. 참 감사합니다. 

    • 조금만 더 힘내세요.


      곧 선물이가 든든한 동지가 되어줄 거예요.



      • 선물이가 있어서 의지가 있지요. 

    • 커피공룡님 글 늘 기다리는데 걱정되는 소식이군요. 아쉽고 쓸쓸하고도 강인한 마음이 전해져요. 그나마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얼른 회복하셨으면 좋겠어요. 

      •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다녀와서는 아이 겁나게 괜히 응급실갔다 싶었다가 그래도 뭐가 문제인지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하고 있어요

    • 혼자 사는 것과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은 완전히 다르죠.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인디언 속담도 있구요.

      큰 애 2살이었을 때 남편 급성복통으로 데굴데굴 굴러 새벽에 병원을 가야했죠. 이웃의 할머니에게 자는애 안아 맡기고 남편 싣고 가는데 눈물이 막 나고......엄마가 보고 싶고.... 결국 남편은 맹장 수술.

      혼자는 못합니다. 부탁하는 용기를 마구 내세요.
      • 아 응급실에 누워있으니까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 혼자서 힘드셨겠네요. 간호사나 의사의 응대 태도는 참 바람직합니다만.. 그래도 선물이가 느꼈을 무서움과 커피공룡님이 느끼셨을 외로움은.. 




      모쪼록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 예방하는 머리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병원이 무서웠다는 선물이 말이 참 마음 아프네요. 그리고 그걸 들으셨던 커피공룡님 맘을 생각해도 그렇구요.

      빨리 회복되시길 빕니다.
      • 저도요. 어제 기침 좀 하니까 아이가 엄마 또 아파? 하는데 미안했어요

    • 구구절절 공감되네요.. 안그래도 그분 떠나시고 잘 지내시려나.. 생각했는데. 앰뷸런스 부르고 오래 응급실에서 대기하고.. 아이 돌보면서 얼마나 힘드셨을지.. 너무 상상이 돼요.. 그나마 의료진들이 친절한 나라이니 다행이긴 하지만.. 달팽이관 문제는 치료방법이 없나 보지요? 저도 가장 걱정되는 것이 제가 갑자기 아프게 되면 어쩌나 하는 것이 거든요. 물론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다들 살짝 멀리 살아서.. 특히 갑자기 쓰러진다면 아직 어린 아이는 혼자 전화 거는 법도 모르는데 어떻게 하나 싶고.. 주변에 백업을 만들어 두려고 노력은 하는데 다들 바쁘게 살다보니 쉽지가 않네요. 엄마는 아프지 않는 수 밖에.. 그래서 일부러 먹는 것도 운동도 신경쓰고 있는데 어려운 문제네요. 건강 잘 챙기시구요.. 그래도 선물이가 이쁘게 자라서 엄마도 잘 이해해 줘서 다행인 것 같아요. 힘내세요. 저도 기도할께요. 

      • 정말 그냥 혼자사는 거랑, 책임 질 아이가 있는데 혼자사는 거랑 너무 달라요. 건강하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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