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 가보려고 합니다.

포스트잇 챙겨들고 강남역에 가볼까 합니다.

얼마전에 명퇴를 당했어요. 20년을 일한 직장이었는데 남자들 사이에서 버티려고 정말 애를 많이 썼었죠.
결론적으로는 육아휴직을 했었다는 이유로 명퇴 권유를 받고 퇴직을 했습니다. 처음엔 너무 화가 나고 배신감에 힘들었어요. 그 다음엔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유들이 생겨났고 결국 명퇴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이런 자신이 용서가 잘 되지 않아서 아직도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회사생활을 하면서 저는 제가 여기서 버티는게 여성후배들에게 좋건 나쁘건 선례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가 들어갈 때만해도 결혼을 했건 안했건 여성 선배라는 사람이 한두명밖에 없었거든요. 그렇게 멋진 선배는 아니었지만 명예남자로 살지 않고 친정부모 등골도 빼지 않고 아이 한명이라도 키워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있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네요. 지금도 힘들어 하면서도 버티고 있는 여성후배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짧게 나마 제 시간이 생겨요. 회사를 다닐때는 꿈도 못 꿀 시간이었는데 이게 좋지만은 않고 맘이 허해서 방황을 하게 됩니다. 요샌 남초사이트에서 남는 시간에 여성혐오글을 볼 때마다 키보드 워리어질을 하고 있었네요. 그나마 요 며칠은 말도 안 통하는 좀비떼를 상대하는 느낌이었어요.
자기들끼리 자기같은 사람들이 많다는걸 확인하면서 승리감을 느끼고 있더라구요.

오늘은 아이도 학교에 보냈으니 강남역에 한번 가 보려고 합니다. 그냥 강남역에 가면 되는 걸까요?
    • 그냥 오시면 되고요. 펜과 포스트잇은 간간이 두고가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웬 남자들이 거기온사람들 (특히여자) 얼굴을 찍어대니 마스크 사오세요..
      • 게시글로 올려서 품평하고 킬킬대려나 보군요. 소름 끼칩니다.
      • 소름끼치네요. 마스크는 하지 않으려고요. 아줌마 얼굴 올려서 뭐하겠어요.
        • 스스로 아줌마임을 비하하네요
          • 비하가 아니라 자신감입니다.
          • 근데 좀 비열하시군요. 그정도론 어그로감도 안 돼요
          • 시비 거는거죠? ㅋㅋ
    • 포스트잇 자정에 자원봉사자들이 수거한 것으로 아는데, 지금 가시면 포스트잇 붙이실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 게으른냐옹님 글 보면서 저도 남초 업계에서 일하는지가 공감도 많이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수고 많으셨어요.
      • 감사하고 저도 응원드릴께요.
    • 뒤늦게야 포스트잇 준비해서 추모의 말을 써 들고 강남역으로 향했더니,이미 모두 철거되어 버렸네요. 포스트잇들이 있던 자리에는 음료 몇 병,작은 선물봉투 하나,작은 꽃다발 하나뿐이고 그나마도 한 여성이 꽃을 들고 왔는데 관리자가 꽃을 더 이상 두지 못하게 제지합니다. 마스크 쓴 남자 한 사람이 여중생 폭행과 관련된 문구가 쓰인(정확한 내용은 다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종이를 몸에 두르고 1인 시위 중이고요. 프레키님 말씀처럼 재단 내로 추모 장소를 옮겼다는데,비 올 예정이라 그렇다는 것은 듀게 와서 보고 알았지만 막상 싹 치워진 추모 현장을 보니 붙이지 못한 포스트잇을 상기하며 마음이 들썽들썽하는 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 준비다하고 나서려다가 댓글 써주신 거 보고 못 갔네요. 24일에 시청으로 가보려고 해요. 아쉽습니다.
    • 저 토요일에 다녀왔어요. 냐옹님 마음 감히 짐작하지 못하지만, 알게될 마음인 것 같아 불안하고 아프네요. 제가 20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ㅠㅠ 언젠가 때가 왔을 때 냐옹님처럼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틈이 나신다면 남초 사이트 키워질 계속 해주세요. 저도 의미없는 짓인 것 같으면서도 저녁마다 주말마다 계속 합니다. 백명의 좀비 중 한명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나오면 된다는 심정으로... 남초사이트에 올라가는 베스트글들 보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지만 요새 내린 결론은 결국 계속 지랄지랄해야겠다 입니다.

      • 감사합니다. 키워질은 계속하려구요. 오늘은 진흙속에서 연꽃을 발견했어요.

        댓글들 수준이 참 가관이지만 굉장히 좋은 글이라 공유 드립니다.


        http://m.clien.net/cs3/board?bo_table=park&bo_style=view&wr_id=46630446&page=&sfl=wr_subject&stx=%ED%83%88%ED%87%B4&spt=-5052055
        • 이곳이었단 말입니까;;대단하시네요.여기 여혐분위기 못견디고 발끊은 게 칠팔년도 더 된 것 같아요ㅠㅜ
      • 그리고 저보다는 더 잘 버티실 수 있을 거에요. 요새 여성분들은 체력관리도 잘 하시더라구요.
    • 긴 댓글을 썼다가 지웠네요.... 흠...


      여성으로써 일하면서 살아가는 삶이라는게 전혀 특별하거나 어려운 선택이 아닌 나라에서 10년을 넘게 살다보니


      한국이란 나라의 양성평등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저절로 보이더군요. 


      그냥 열심히 성실하게 살기만 하면 되는데 여성에게는 어느 순간 순간 툭툭 전사나 투사가 되길 강요하는거 같아요.


      꽤 오랫 동안 어께를 짖누르던 무게들을 잠시 내려 놓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공허함 대신 채우게 되시길 기원합니다.

      • 감사합니다. 위로가 많이 되네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분이지만 전 개인적으로 soboo 님 팬이에요. 이번에도 속시원한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는 재주가 없어서 좋은 글을 못 쓰지만 soboo님처럼 꾸준히 글을 써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요 며칠은 아이러니하게도 듀게에 글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피신 오신 분들 딴 데 가지 마시고 글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ㅎ
    •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역시 남초 사이트에서 키워질이 주전공인데, 요즘은 일이 너무 바빠져서 넷에는 거의 접속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여기 듀게에는 많은 분들이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틈틈이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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