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별로였던 점.(스포)
감독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에너지가 켜켜이 쌓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의욕이 과한 나머지 각종 종교적 메타포가 넘쳐 어지럽기만 하네요.
오프닝부터 누가복음의 예수 부활 구절이 등장하더니 일본 무당, 한국 무당, 한국 귀신, 카톨릭 부제까지. 영화가 끝나도 정리되는 건 하나도 없이 의문만 커집니다. 왜 그런지 생각을 해보니 애초에 이 영화에선 외지인과 일광의 목적이 무엇인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일본인이 무얼 위해 곡성의 그 산골에 혼자 쳐박혀 그런 행동을 하고. 일광은 또 무엇때문에 외지인과 한 통속이 돼 피해자들을 괴롭히는지. 유일하게 한국 귀신 무명만이 존재의 이유를 드러내는데 그마저도 감독은 끝까지 관객들이
헷갈려하기를 바라며 트릭을 씁니다.
게다가 외지인에 대해선 종구가 여기 왜 왔냐고 다그칠 때 말해도 모를 것이라며 마치 그가 오해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묘사하면서 혼란을 줍니다. 심지어 종구 일행에게 쫓기는 장면에선 측은한 느낌까지 들게 그려지죠.
가장 이해가 안 된 건 일광의 등장입니다. 일광은 외지인과 달리 처음부터 극에 존재했던 게 아니라 중반 이후 종구의 부름에 의해 등장합니다. 종구의 장모가 효진을 위해 용한 무당을 찾다가 불러온 게 일광이죠.
캐릭터의 등장을 그런 식으로 처리해놓고 끝에 가서야 사실 일광은 외지인이랑 한 통속이야. 일광이 일본 빤스 입은 것도 보여줬잖아. 이래버리면 말이 되냔 얘깁니다.
배경도 좀 겉도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저는 사실 TV에 나오는 곡성 예고편만 두어번 대충 봤는데 그 느낌으론 곡성의 시대 배경이 80년대 정도인가 했어요. 황정민이 굿하고 그런 모습때문에 그랬던 것 같은데 영화를 보면서 계속 이 영화의 배경은 80년대쯤으로 처리하는 게 어울렸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에서 시대 배경이 요즘이라고 생각할 만한 소품은 겨우 휴대폰 정도였던 것 같은데 과감히 생략하고 그 시절을 배경으로 했더라면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일단 종구의 생활 공간과 주변 인물들의 모습 자체가 도저히 2010년대의 그것으로는 보기 힘들어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계속 들더군요. 여러 번 등장하는 병원의 모습도 그렇죠.
지도에서 보니 곡성군에서 광주시청까지의 거리가 54km, 자동차로 45분 거리로 나오더군요. 요즘 같은 시대라면 거의 동일 생활권역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죠. 그런데 종구는 아끼는 딸이 그 지경이 되도 허름한 시골 병원을 안 벗어납니다. 거기다 심각한 일이 자꾸 벌어지는데도 경찰로서 독단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행동만 해요.
이런 점은 만약 곡성의 배경이 80년대 정도였다면 자연스러웠을 겁니다. 그때라면 곡성에 등장하는 동네의 모습이라든지 인물들의 행동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을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