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곡성 감상
이 영화의 방점은 초반부 아니 거의 1/3지점까지 겁많고 소심한 모습으로 그려지던 곽도원이
딸아이의 병 때문에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에 찍혀 있습니다.
그리고 나홍진감독은 정말 완벽하게 그것을 해내지요
이것만으로도 영화는 훌륭한 영화라고 부를수 있을테지만..........그런 훌륭한 영화는 이미 많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나홍진감독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지요
그것이 이 영화를 덜 훌륭하게.........아니 불완전하게 만듭니다.
영상원에서 이창동감독이 시나리오수업을 할 때 이런말을 했다고 누군가에게 들었어요
시나리오속에서 사람을 많이 죽인다고 자극이 생기는 게 아니다.
얼마나 그 시나리오속에서 사람 목숨을 가치있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자극이 생기는 거라고
나홍진감독도 영상원출신이니 그 수업을 들었겠지요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전작인 추격자나 황해에서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항상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과정을 묘사하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는 동안 저는 완벽하게 이 영화에 제압당했어요
이 영화에서 시체들은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모습은 나오지 않아요
결국 이 영화의 핵심은 곽도원이 의심과 정황만으로 그 일본인을 죽일수 있느냐? 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저와 관객들 모두 그것을 주목하게 되지요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가지 않아요........
이 영화를 보고나서 사람들이 말하게 되는 것들은 사실 모두 부스러기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나홍진이 키에슬롭스키의 영화들을 레퍼런스로 삼았다고 말할수도 있지요
모호성으로 화제를 일으키려는 상업적인 선택일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건 이 영화의 감독이 자기최면을 걸면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겠죠
'난 지금 정말 새롭고 끝내주는 영화를 만들고 있어, 이건 모든 사람들이 다 처음 보는 걸꺼야'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감독이 말기 중2병 증상을 보이는 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이런식의 자기최면도 없이 어떻게 이정도의 성취를 가진 영화를 만들수 있단 말입니까?
그가 몇년동안의 무간지옥을 거쳐서 만들어냈을 것이 분명한 이 영화 속세계를
어찌 외면할 수 있단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