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책) 수다 떨고 싶네요.
어제 밤에 책을 읽고 자서 오늘 아침에도 여운이 남아 있네요. 이 책과 스쳐지나간 나날이 많았는데 왜 하필 요새 읽게 되었냐. 새ㅇ출판사의 노이즈 마케팅 때문에 열받아서입니다. 이방인 때도 그러더니 이번엔 한층 더 심하네요. 그 새ㅇ출판사 사장이자 이 노이즈마케팅의 주인공은 일단 모국어 구사 능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데다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 좀 벌어버겠다는 사기꾼입니다. 뻔뻔한 트집잡기에 하도 기가 막혀서 이 책은 내가 직접 읽어봐야겠다 싶었어요.
(100년 된 소설을 스포일러라고 하면 좀 웃기지만 아무튼 아래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개츠비의 치명적인 사랑은 이해가 가기도 하고 안 가기도 합니다.
낭만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꿈꾸던 10대 때는 나를 사랑하던 사람이 죽을 때까지 나를 못 잊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기도 했었죠.
지금은? 네버네버! 절대 싫습니다. 제발 저를 잊고 행복하게 자기 삶을 살고 다른 사람이랑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가끔 예전 연인들이 카톡 프로필에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거나 애기도 낳아서 올린 사진 보면서 안도한답니다.
그러고 보니 저랑 엮였던 사람들은 다들 저랑 헤어지고 나서 잘 연애하고 가족도 잘 꾸린 것 같네요. 제가 나름 복덩이인가요! (뭐래)
아무튼 주변에도 개츠비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긴 해요. 20년 넘게(후덜덜..) 한 사람만 바라보기도 하더군요. 저런 사랑을 내가 받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싶어요. 10년 넘게 한 사람만 짝사랑하는 지인도 있었지요. 그런 오랜 짝사랑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이미지를 사랑하는 것이 너무 명확히 보이더군요. 심지어 짝사랑하는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요. 내가 허상을 사랑하는 것을 알겠는데, 그래도 멈출 수가 없다고 털어놓더군요. 다행히 이 지인은 결국 다른 사람을 만나서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사랑의 격렬함이 삶을 압도하는 20대 때 실연의 고통으로 자살한 지인도 생각나네요. 그 맹목적인 사랑의 대상도 역시 제 친구였는데, 양쪽을 다 아는 저로서는 대체 왜 이런 애 때문에 자기 목숨을 끊었는지 어처구니없이 화도 나고 서글프기도 하더군요. 영화 데미지에서 제레미 아이언스가 말했듯... 걔도 그냥 보통 여자였거든요. 찌질하기도 하고 속물적이기도 하고 그냥 그저그런 사람이었는데. 왜 그런 사람 때문에 네 목숨까지 던진 거냐 싶었지요.
개츠비는 데이지가 손에 닿을 수 없는 별같은 존재라서 사랑에 빠진 것이고, 그렇다면 그냥 상류층의 아무 여성이라도 데이지가 될 수 있었겠죠. 루이빌 거리에서 오다가다 데이지 대신 조던 베이커랑 엮였다면, 조던 베이커가 맹목적인 사랑의 대상이 되었겠구나 싶어요. 개츠비랑 데이지가 결혼했다 해도 3개월만에 대판 싸우고 헤어졌을 것 같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개츠비는 가장 행복한 상태에서 죽은 것이겠네요.
미국 사회의 성에 대한 태도는 100년은 앞서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개츠비는 데이지가 다른 남자랑 결혼했다고 해도 그 사실 자체에 그다지 개의치 않죠. 심지어 출산까지 했는데도 별 신경을 안 씁니다. (우리 나라는 아직도 여자가 유학을 갔다 왔으면 결혼 시장에서 감점이라는 둥 이중잣대를 들이대는데 말이죠.) 심지어 데이지도 아이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요... 데이지의 아이를 보모에게 맡겨 키우는 모습은 참 거부감이 드네요. 저렇게 자라나는 아이가 애처롭게 느껴지더군요. 저 아이는 또 어떻게 자라날까? 아직도 많은 부유층은 아이를 이렇게 키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네요.
대놓고 흑인들을 멸시하는 모습도.. 시대상을 반영한 것일지 피츠제럴드의 생각이 드러난 것일지 궁금해지더군요.
너도나도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네요. 저렇게 담배피우다 키스하면 재떨이 빨아먹는 기분일 텐데.. 싶고요.
그런데 저는 전체적으로 좀 불쾌하고 찜찜했어요. 하류층 출신들은 (감히) 상류층들과 엮이려다가 자기들끼리 자중지란으로 그냥 사라져줘서 진입이 봉쇄되는... 상류층 인사들이 보기에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그런 구조잖아요. 상류층은 침범받지 않고 굳건히 잘 먹고 잘 살아갈 테죠. 전도연이 나오는 영화 하녀처럼요. (전도연이 분한 은이도, 은이의 태아도 결국 이정재네 집에 침투하거나 그 집을 붕괴시키지 못하고 그냥 스스로 소멸되죠. 그 집에 소란을 일으키며 자살했지만, 그건 그 집 사람들에게 충격이 될 수 있는 종류의 소란이 아니었어요. 그런 자살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인간들이니까요.)
하류층 출신 개츠비도 별짓 다 했지만 결국 데이지와 톰의 일상에 흠집을 내지 못하고 그냥 소멸되어버렸죠. 피츠제럴드의 그런 안도감이 내심 죄책감을 불러일으켜 '위대한' 개츠비라고 일면 칭송하면서 자기 죄책감을 덜려고 했던 것 같아요. 악어의 눈물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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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보고 싶은데 최근판인 레오나르도 영화를 볼까요? 아니면 그 전에 미아 패로 나오는 영화를 볼까요.
미아 패로는 개츠비의 모든 것을 걸게 만든 데이지라고 하기엔 매력이 딸린다는 평을 어디선가 봤었는데...
레오나르도 영화의 예고편을 보니 레오나르도 상대역 배우도 그렇게 치명적인 매력이 있지는 않은 듯 합니다. 영화를 직접 보면 다를까요?
영화 트로이에서 거대한 전쟁의 시발점이 된 헬렌 역의 배우가 누구인가 했는데 그냥 수수한 다이앤 크루거여서 좀 실망했던 것이랑 비슷한 기분? (다이앤 크루거도 매력적인 배우지만 헬렌 이미지는 좀 아닌 것 같아서요.)
등장인물들이 20대 중반~30대 초반이라 사실 앳된 모습일 거라 상상되는데, 영화에서는 중년들이 나오네요. 그 때 20대가 지금의 30대 같은 느낌이겠죠.
도입부에 나오는 아래 문장은 다시 읽어봐도 모호하네요.
I was rather literary in college—one year I wrote a series of very solemn and obvious editorials for the “Yale News’—and now I was going to bring back all such things into my life and become again that most limited of all specialists, the “well-rounded” man. This isn't just an epigram—life is much more successfully looked at from a single window, after all.
most limited of all specialists 에서 limited는 '귀한'이라는 뜻의 긍정적 단어일까요, '편협한'이란 뜻의 부정적 단어일까요. 일단 모든 전문가들 중 가장 드물고 귀한 존재인 뜻이라고 여겨집니다.
the well-rounded man은 두루 두루 다 알고 모나지 않고 균형잡힌 사람이란 뜻이겠죠.
그렇다면 '인생은 하나의 창으로 들여다볼 때 더 잘 볼 수 있다'는 문장은 무슨 의미일까요. 균형잡힌 사람은 하나의 창이 아니라 수많은 창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하나의 창으로 인생을 보는 건 좁은 시각의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요..
http://www.enotes.com/homework-help/hello-what-does-nick-mean-when-he-says-first-427512 요기서는 well-rounded man을 시니컬한 표현이라고 받아들입니다. 그럼 이것저것 다 아는 척하지만 실속없는 사람이란 뉘앙스의 부정적인 뜻일까요?
저도 왠지 안 끌려서 안 보다가 이번에는 그냥 집어 들었네요. -아, 왜 굳이 지금 읽게 되었는지 생각났네요. 본문에 추가합니다.-
영화도 나름의 매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자꾸 무슨 음악을 연주했다 무슨 노래를 불렀다,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뭐 재즈풍일 거라 짐작은 가는데 아는 노래가 있어야죠. ㅋ 디카프리오 나오는 영화는 꽤 감각적으로 만든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디카프리오 나오는 타이타닉과도 배우랑 묘하게 연결되네요. 하류층 출신 잭(개츠비)이 상류층 아가씨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그 잭이 10년쯤 후에 개츠비 같은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려나?
타인의 정렬-> 처음엔 arrangement라는 뜻인 줄 알고, 타인이 사물과 감정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애착을 나눈다는 뜻으로 쓰셨나 보다 이해했는데 , 생각해보니 정렬이 아니라 정열passion을 쓰신 것 같네요 ^^;;;
그렇죠. 뒤틀리거나 잉여거나 집착이라도 그런 에너지가 문화와 문명을 만든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요~ 막 책 수다 떨고 싶네요.
'삶이란 하나의 창을 통해 볼 때 잘 볼 수 있다'는 문구는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하나의 창으로 보는 것이 제대로 (성공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으니, 쉽고 가치있다는 쪽과는 반대의 의미 같아요.
진짜 이상하긴 하죠. 그것도 여자한테만 잣대를 들이대니.
저도 데이지가 절세미녀배우로 캐스팅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예쁘장하긴 하겠지만, 개츠비가 예뻐서 사랑했다기보다는 사회적 위치 때문에 동경해서 빠져든 것이니까요. 저택, 하얀 차, 화려한 드레스 등이 주는 아우라도 있을 테고요. 무엇보다 높낮이가 변하면서 새 소리 같은 목소리 연기가 중요할 텐데. 데이지 역 배우들은 다들 연기 못했다고 욕 먹는 것 같네요. ㅎ
엘르 패닝이 어떻게 자랐나 찾아봤는데... 키도 훌쩍 크고 잘 컸네요. 올슨이 누군지 몰라서 찾아봤는데 이 배우도 자매들이 다 연예인이군요. 제시카랑 크리스탈의 부모는 딸들만 봐도 배가 부르겠다 싶은데 패닝네, 올슨네 부모도 애들만 쳐다봐도 흐뭇하겠어요. (이상한 결론. -.-;;)
이렇게 보니 이해가 되네요. 이번 여름 내가 좀 글빨 날리고 책깨나 읽던 나의 과거를 재생시켜보겠어! 이런 분위기였으니까요.
음 여담이지만 전 '상실의 시대'를 읽고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위대한 갯츠비'를 읽었다 너무 재미없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취향차인건지 제가 당시 좀 어려서 이해를 못했던 거인지...다시 읽으면 조금은 재밌으려나요.
이런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 하루키에게 낚였다고.
개츠비가 일종의 피트제럴드 작가 자신을 다소 반영한 인물이라고 알려져있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악어의 눈물일리가요.
저는 작중 화자가 애정을 느끼는 인물은 개츠비 밖에 없는것 처럼 느껴지던걸요;;
그리고 데이지는 다소간 절세미녀여야 하지 않나요?
개츠비같은 남자가 별처럼 생각할 여자가 절세미녀가 아니라니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ㅋ
(좋은 표현이 떠오르질 않는데, 소설내내 데이지가 얼굴 믿고 깝치는? 장면이 많지 않습니까? ㅋㅋ 참 별로였다는..)
암튼 ㅋ
글쓴분이 읽은 개츠비와 제가 읽은 개츠비는 깨나 다른것 같습니다 ㅋ
좋은 작품은 읽은 사람마다 다른 평이 나오는, 또는 읽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특성이 있다고 봅니다. ㅎㅎ
피츠제럴드의 시각은 닉+개츠비 섞여 있는 듯 합니다. 자신을 반영한 인물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버리다니.. 물론 그럴 수도 있겠네요.
데이지는 개츠비 눈에는 절세미녀로 보였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에도 상당히 미녀로 보였을 테고요. 하지만 대다수가 인정하는 절세미녀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beaty is in the eyes of the beholder'라고 하잖아요. '다아시 경의 모험' 중 '두 눈은 보았다'에서도 욕망하는 눈으로 본 영상은 매우 주관적이라 실제보다 훨씬 요염하고 매력적으로 기억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저는 개츠비의 눈에 비친 데이지가 이랬을 것 같더군요... 상당한 미인인 건 확실하지만, 실제로 어마어마한 미인일 수도 있고, 또는 개츠비 눈에만 어마어마해 보였을 수도 있다는?
저도 공감해요. 개츠비에게 미인으로 보이면 충분하겠죠. ㅋ!
예전 버전은 비교적 착실하게 찍은 영화이고 최근에 나온 버전은 화려하게 정신없이 찍은 영화입니다. 어떤 면에선 원작 파괴 수준인데 그래도 저는 디카프리오 나온 버전이 더 좋더라고요. 단지 데이지 역은 미아 패로가 더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그 영화에서 미아 패로가 정말 안 예쁘게 나오는데 그 매력없는 느낌이야말로 개츠비의 사랑을 '위대하게' 만들어 줬다고 생각하거든요. 데이지가 되게 속물적인 여자고 인격적으로도 좋다고 하기 어렵잖아요. 그다지 가치가 없는 대상에 모든 것을 던졌다는 점에서 주인공의 아이러니이며 그 이야기의 묘미인데 미아 패로의 데이지가 딱 그런 모습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