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공 유경이 네 번이나 대제학을 맡았다.
그가 선비를 뽑을 때는 먼저 기국(器局)과 식견(識見)이 있는 자를 가리고 그 뒤에 글의 잘되고 못된 것을 뽑았다. 그러므로 그가 뽑은 사람은 다 이름이 알려진 인사(人士)가 되었으며 지위가 재상(宰相)에 오른 자가 잇달아 있었다.
찬성 유천우가 일찍이 유 문정공 아래서 같이 선비를 뽑는 자리에 있은 적이 있다. 그의 성질은 스스로 형식을 즐겨 답안의 문장에 조그마한 흠만 있어도 반드시 버리고자 하였다. 문정공이 맡겨 두고 다투지 않았더니 합격자 발표를 보니 다 과거 시험장에서 늙은 형식만 찾는 사람들이었다. 그 때의 합격자 중에서 달관(達官)에 이른 자가 소수(少數)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현 -역옹패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