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알못이 생각하는 20대 총선과 호남의 지역주의
0. 진중권은 경향의 정동칼럼(고려대 조대엽,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32&aid=0002693539 )에 [공감]을 표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호남정치부활론자들은 호남이 '민주화성지'라는 허울좋은 멍에를 내려놓고 "호남의 세속적 욕망"을 긍정하라고 외쳤지요. 이번 선거로 광주는 30년 멍에를 내려놓고 홀가분해졌습니다. 덕분에 타지역의 민주화세력도 광주에 대한 부채감, 미안함을 덜 수 있었죠.]
https://twitter.com/unheim/status/723130471182266368
문재인 구하기라는 미명 아래 문비어천가로 일관하는 조대엽의 똥글이야 깔 가치도 없겠으나, 이에 [공감]한다는 진중권에 빡쳐서 몇자 쓴다.
1. 피해자 정체성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에 대해 '그래? 그럼 이제 너한테 미안할 필요 없겠네?'라 말하는 자의 [부채감, 미안함]이란 것을, 나는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2. 진중권은 20대 총선의 호남 투표 결과를 [호남의 세속적 욕망]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하면서 그것이 [민주화 성지라는 허울좋은 멍에]를 내려놓은 것이라 말한다. 이는 [호남정치부활론자]라는 김욱이나 강준만의 인용일테지만, 진중권 스스로 다른 해석을 내놓지 않는 한 그가 이번 총선 결과를 달리 해석한다 볼 수는 없을 것이다.
3. 지역구/정당 지지율로 나타난 호남의 표심을 '호남의 특수성=지역주의 회귀'로 단정하는 일은 사실에 부합한다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극도의 지적 불성실이나 악의적인 왜곡을 의심해야 할 수준.
호남의 지역구 의석수를 근거로 한 이같은 해석은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진보지식인들의 기존 입장에 모순될 뿐 아니라, 이같은 관점에서는 전국적으로 고르게 나타난 국민의당 지지율이나 호남 더민주 후보의 지역구 득표율, 정당 지지율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는다.
애초에 호남의 유권자들이 [호남정치부활]을 내건 이데올로그들이나 정치인들에 호응한 것이라 볼 근거가 희박하다는 문제도 있다. 호남 유권자의 동기가 이처럼 단순한 인과로 설명될 수 있다면 더민주의 승리는 김종인의 '경제심판' 슬로건 덕분인가?
전국 정당지지율로 나타난 '기존 양당에 대한 환멸과 제3당에 대한 수요'가 '1번당은 찍지 않/못하는' 호남의 특수성과 결합하여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 보다 보편적으로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역사적 사실들에 부합함에도 애써 '호남의 특수성'을 '지역주의'로, '호남유권자들'을 '지역주의자'로 낙인찍는 행태야말로 지역주의, 아니 인종주의적 편견을 의심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세상이 87년의 정치를 뛰어넘고자 하고 지역주의의 덫에서 벗어났는데 호남만이 다시 지역주의의 늪에 빠진 것이다.] (조대엽, 위의 칼럼)
[세상]과 [호남]의 이분법에 내재된 인종차별적 인식은 양자에 서로 다른 논리를 적용하여 '지역주의'와 '탈지역주의'로 구분하고, 호남에 지역주의와 구태정치의 낙인을 찍는 구체적인 차별 행위로 이어진다.
지역주의 논리를 따르자면 더민주가 부산에서 거둔 5석 또한 공고한 지역주의가 지배하는 영남 유권자들이 더민주의 지역 정체성을 '영남당'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호남 지역주의'의 논거는 동시에 '영남 지역주의'의 논거임에도 조대엽은 이를 무시하면서, 오직 '문재인'만을 유의미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 호남의 유권자들을 모욕하기에 주저함이 없다.
영남유권자 일부의 선택을 '지역정치로부터 세대정치로의 전환'이라거나 '탈지역화'라 추켜올릴 뿐 아니라 이를 '영남', 아니 '호남을 제외한 세상'으로까지 일반화하면서 더민주의 지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지역 또한 호남이라는 사실은 간단히 외면하는 것이다.
그 제3당은 이념대립(...)을 탈피한 합리적 중도보수 노선을 표방하면서, 새누리의 극우화로 발생한 중도보수의 공백을 선점하는데 성공했죠.
김종인의 더민주 또한 같은 노선을 표방함으로써 같은 영역을 분점했고.
김종인 노선에 제동을 걸면서 국민의당에 정치적 명분을 남겨준건 포괄정당론을 내놓은 문재인과 86 운동권.
소선거구제 지역구 투표의 한계에 대해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기존 정치인들]이 패권다툼에서 밀려났다고 정치를 그만둬야 할 이유는 없죠. 이해찬도 자기 영토라는 세종에서 무소속 출마하잖습니까?
[새로운 얼굴]의 당선이 기존 양당에 대한 환멸을 불식시키는 것이란 인식 또한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선호만큼이나 인물 정치에 매몰된 것.
님의 해석을 다른 사람의 해석과 바꿔치기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런 글쓰기 아주 별로에요. 호남유권자 다수가 국민의 당을 택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더민당이 호남에 좋은 후보를 공천이나 했으면 사정이 달라졌겠지만, 현실은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사람들 내 보내니 먹히질 않는 거죠. 이런 건 아주 기본적인 겁니다. 미국에서도 민주당, 공화당 싫다하지만 현실은 현역의원이 95% 확률로 당선되죠. 그렇다고 유권자들이 멍청하다고 비하하는 언론은 찾아 보기 힘듭니다.
에, 뭐 저는 오래 전부터 둘 다 망해버려라..를 하고 있습니다만?
야권의 갈등을 봉합, 또는 더민주가 정당정치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은 김종인으로 표상되는 '당' 아래 양대 패권그룹을 해체 흡수하는 것입니다만..
호남도 친노도 이런 상징적 제의에 제물로 동참할 뜻은 없어보이고.. 권위주의로 회귀할 위험성이 없는 것도 아니죠.
물론 저는 그 위험을 높게 보지 않는 편.
투표란 게 본래 명분과 실리를 아울러 생각해야 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이번 호남의 선택에 대해 도덕적 비난을 가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호남은 지나치게 명분 쪽으로 균형 추가 기울어져 있었다면, 이번에는 실리 쪽을 좀 더 고려한 선택이라고 봐야겠지요. 다만 아무리 실리를 중시하더라도 명분을 아예 무시할 수 없는 게 우리 동양권 백성의 인지상정이어서, 호남 측 정치인들, 호남의 여론을 주도한 언론, 즉 일명 오피니언 리더들은 문재인 필패론, 영패주의, 호남 홀대론 등을 실리적 선택의 정당화 근거, 즉 명분으로 삼은 듯한데요, 이런 논리가 다른 지역 야권 지지자들에게 먹히지 않은 것뿐이겠지요.
지역주의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지역주의가 나쁜 건 지연이라는 우연적 요소가 유권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기 때문이겠지요. 영남의 지역주의가 곪은 대로 곪은 우리 사회의 온갖 '적폐'의 온상이 된 것도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시키고 나라를 팔아먹어도 표를 준다는 아무 맥락 없는 묻지마 투표 때문이니까요. 반면 그에 맞섰던 호남의 명분적 지역주의(?)는 그 적폐를 깨는 선봉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그런 호남마저 이젠 실리적 지역주의(?)로 돌아섰다는 것이 기타 지역 야권 지지자들에게 좀 당황스럽게 느껴졌던 게 아닐까 싶네요.
즉 지금까지 영남의 묻지 마 투표와 호남의 묻지 마 투표는 그 겉모습은 동일하지만 그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 전통적인 야권 지지자들의 생각이었는데, 이번에 그런 기존의 생각이 무너졌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물론 안, 천, 김, 정의 국민의 당이 보이는 모습이 한국 사회 전체를 놓고 볼 때는 명분상 그다지 옳아 보이지 않다는 전통적인 야권 지지자들의 '고정 관념'이 반영되어 있겠지요. 저도 물론 그중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제 생각을 객관화한다는 의미에서 야권 지지자들의 '판단'이라고 하지 않고 '고정 관념'이라고 적었습니다. 국민의 당이 이런 '고정 관념'을 깨주기를 바랍니다.
아무튼 호남에 대한 부채감이니 미안함이니 하는 말은, 저 실리적 지역주의가 난무하는 우리 사회가 완전히 난파하지 않게 막아주던, 명분적 지역주의로 무장돼 있던 호남에 대한 글자 그대로의 부채감이나 미안함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호남 유권자들이 민주주의의 보루로 남아 있었다는 것은, 사실 자체니까요.
문제는 어떤 고립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호남만의 고립감. 명분적 지역주의로 무장되어 있을 때도 호남은 고립감을 느꼈고, 이제 다른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의 실리적 지역주의로 돌아서자마자 또다시 묘한 고립감을 느끼게 된 것. 저는 호남 출신이 아니라서 그 고립감의 정서를 잘은 못 느낍니다만, 주변 친구들의 행동을 보면서 어느 정도 간접 체험은 합니다.
호남 출신 더민주 지지자들에게서 나오는 '부끄럽다', '민망하다'는 소회도 어쩌면 그런 고립감의 소산인 듯하고, 거꾸로 호남 출신 국민의당 지지자들에게서 나오는 '당당하다', '떳떳하다'는 선언도 그런 고립감의 소산인 듯합니다. 다만, 전자가 실리보다는 명분을 좇는 다른 지역의 전통적인 야권 지지자들과의 정치적(?) 연대 의식을 내장하고 있는 표현이라면, 후자는 다른 지역의 중도성 유권자들, 가끔은 자신의 실리를 좇아 약은체도 하고 가끔은 명분을 좇아 옳은체도 하는 그런 중도성 유권자들과의 경제적(?) 연대 의식을 내장하고 있는 표현이겠지요.
그래서 후자의 연대 의식이 승리한 이번 선거를 두고 혹자는 호남의 '세속화'라고 지칭하기도 하는데, 저는 전통적인 야권 지지자 중 한 명으로서 이것이 어느 정도 적정한 지칭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다른 지역, 특히 수도권은 이미 '세속화'의 첨단을 내달리고 있는데 호남이라고 언제까지나 俗되지 말아야 한다는 법이 있습니까.
오히려 저는 호남이든 영남이든 어떤 지역에 속하는 유권자들은 한 묶음으로 묶어 판단하는 기존의 습관적 사고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무너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낙관합니다. 호남에 반문 정서도, 반안 정서도 있듯이, 영남에도 친민주당 정서도, 친새누리 정서도 있는 게 사실인데, 지금까지는 그런 상이한 생각의 흐름들이 소선거구제 같은 승자독식 제도에 막혀 잘 표출되지 않았던 것 뿐인데, 이런 악조건하에서도 뭔가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다는 점이 고무적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정치에는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언제나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cf. 닉네임 변경: 이현 -> 닉닉닉명
(좀 미진한 구석이 있어 제 생각을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윗글에 이어 씁니다.)
호남 이외 지역의 야권 지지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호남의 실리적 지역주의를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호남을 제외한 기타 지역에서는 이미 지난 2007년 대선부터 실용(리)주의를 표방한 이명박을 압도적으로 밀어주었습니다. 그 결과가 오늘날 ‘헬조선’으로 지칭되는 암울한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여기서 당시 대선 후보 정동영의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호남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거의 전 지역은 민주당에서 누가 후보로 나왔어도 떨어뜨릴 태세가 되어 있는, 이미 실리(용)주의라는 유령에 넋이 나가 버린 좀비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호남은 다른 지역보다 한참 뒤늦게서야 실리적 지역주의에 눈을 뜬 셈이고, 그 실리적 지역주의의 아이콘으로 안철수를 지목한 것이므로 안철수를 유사-이명박, 즉 안명박이라고 부르는 것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는 생각입니다.
즉 오랫동안 명분적 지역주의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 온 호남인들이 어느 순간 그 명분의 허망함을 깨닫고 실리를 택한 것인데, 그 순간이 하필이면 다른 지역에서는 실리의 허망함을 깨닫고 명분을 택하는 시기와 겹치게 된 것이 이번 총선의 기묘한 희비극적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랫동안 간을 보던 안철수가 (여론 조사의 왜곡과 미디어의 편파 보도로 인한 착시 효과로 새누리당의 장기 집권이 거의 확실시되던) 지난해 말에야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는 것, 천․김․정 같은 노회한 정치가들이 그 행보를 따라갔다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호남 민심의 저러한 미묘한 변화(김욱이 이론적으로 대변한 호남의 세속적 욕망론)를 감지했기 때문일 테지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 노회한 정치가들이 다소 민망할 정도의 마타도어를 사용한 것은 비난할 만한 일이지만, 그것이 새누리스러울 정도로 개탄스럽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다만 정치인으로서 호남의 민심에 명민하고 기민하게 대응하였을 뿐이지요.
다만 안타까운 것은 호남인 다수의 이런 선택은 어쩐지 대한민국의 다른 지역과는 8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벌어진 지연 현상 같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문화적 지체 현상이랄까요.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실리의 허망함을 깨달아 가고 있는 중인데, 호남에서는 객관적인 조건에 따라 이제서야 실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게 된 처지라는 느낌인 것이지요.
이것이 지금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쟁점이 된 호남 차별론의 어떤 실상이 아닐까 저는 추측합니다. 호남은 언제나 기타 지역과는 다른 선택을 했는데, 아니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대부분은 명분과 합치되었지만 이번에는 명분과 어긋낫다는 것이 기타 지역의 야권 지지자들에게는 인지 부조화의 상황을 연출했고, 국민의당을 지지한 호남인들에게는 오랫동안 억울하게 참아 왔던 정정당당한 자기 욕구의 표명이라는 통쾌한 일이 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이런 의미에서 저는 국민의당을 지지한 호남 유권자들이 호남의 이익이라는 실리에 더욱 더 악착 같이 집착하라고, 감히 주제 넘지만, 조언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악착 같이’란 표현은 호남의 일부 ‘토호’나 ‘특권층’이 아닌 호남인 전체의 실리에 더욱 더 부합하게 행동하도록 국민의당 정치인들을 채찍질하라는 의미로 쓴 것입니다. 굳이 실리를 선택한 것이라면, 그 이득이 호남인 일부가 아닌 전체를 위한 실리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아주 드물게는 명분을 택하는 것이 실리를 가져오고, 이보다는 덜 드물게는 실리를 택하는 것이 실리를 잃게 하는 아이러닉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므로, 그 결과가 어찌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요.
덧붙여, 이런 실리 선택이 마치 처음 보는 새삼스러운 현상인 것처럼 놀라는 기타 지역의 야권 지지자들은, 국민의당을 지지한 호남 유권자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한 번쯤은 호남을 제외한 대한민국 전체가 실리 추구에 광분할 때 호남인 대다수는 어떤 이유로든간에 그 지랄발광의 속도전에 브레이크를 걸려고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진중권의 호남에 대한 부채의식은 까 보니 "슨상님 민주당에 100% 몰표 줘서 전라인민공화국 건설하세요"였던 겁니다. 하여튼 진중권도 늙으면서 양심도 같이 변질되나 봅니다. 구역질나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