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살아보기
영화처럼 산다면 어떤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으세요? 요즘 들어 일본 영화에서 나오는 사람들 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항상 반복되는 삶 속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에피소드들과 그냥저냥 시간이 가면 어떻게든 해결이 될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여유가 간절히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기대와는 달리 현실은 끊임없는 서스펜스 스릴러 물이거든요. 똑딱똑딱 시간은 가고 마감은 다가오고 수많은 메일들과 전화 속에서 어떻게든 내 일부터 지켜야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서로 끊임없이 자기 일부터 해달라고 들이밀고, 그 아수라장 속에서 받을 것은 받고 끊을 것은 끊어야 되는 선택의 순간이라니. 더 무서운 것은 엔딩이 없다는거죠.
보드카에다가 오렌지 주스를 타 마시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오렌지 맛 밖에 안나는 것 같으면서도 마시도 보면 은근히 취해요. 여기에 탄산수까지 섞으면 더 맛이 나는데, 아쉽게 탄산수는 없군요. 그냥 여기에 만족하고 마시는거죠. 결국에 내 영화가 옛날에 생각 했었던 그렇게 화려했던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찍어온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만족하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아무도 꿈을 그냥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 꿈을 가지면 오히려 주위에서 뭐라고 했었죠. 꿈은 크게 가지는 것이라고. 그때 꿈을 크게 가져서 지금 이정도로 사는 것인지, 아니면 꿈을 크게 가져도 이정도 밖에 못 사는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이러한 와중에서도 나름 '성공'이라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어떻게든 Major 영화의 주인공으로 사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인데, 저는 노오오오력이 많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 잔잔한 일본 영화의 사람들처럼 사는 삶이 결코 나쁘지는 않아보이네요.
영화처럼 산다길래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한 삶을 예상하고 들어왔는데 일본 영화처럼이었군요^^ 일본영화에도 여러 장르가 있겠지만 흔히들 보다가 졸려서 나왔다고 말하는 그런 일본영화에 동경해왔죠. 커다란 사건도 없고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평화로운거요. 카모메식당에서 시나몬롤을 굽는 식당주인이나 pool의 풀옆에서 잠자듯 숨을 거둔 할머니, 심야식당 마스터 같은..물론 그들도 그런모습이기 이전엔 영화?같은 장면들을 살아냈겠지요 아마. 현실이 서스펜스 스릴러는 아니지만 나름 큰 시련을 한번 겪고나니 영화처럼 아름답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먹고살아가는 매일에 감사합니다. 자연재해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보는 요즘은 더욱.. 노오오오력이 부족해서 큰꿈을 못이룬 지금이라는것에 반박은 못하지만 조금은 일본영화에 닮아가는 오늘에 별 불만은 없습니다. 그저 남은 삶에 보고싶지 않은 영화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랄뿐이죠.
저는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주인공이라면야 액션이나 스릴러 재밌을 것 같네요.
코미디가 가미되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주위 가족이나 연인, 지인도 안 죽었으면 좋겠구요..
영화는 아니지만, 역시 산다면 시트콤 '프렌즈' 주인공들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죠. 삶의 역경이 30분 혹은 60분만에 해결되는 매직. 지금은 그냥 하늘 위인지 어딘지는 모르지만 제 인생을 찍고 있을 영화감독에게 찾아가서 카메라 뺏어버리고 싶네요. 아니, 시나리오 라이터를 찾아가야하나?
일본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면서 '한적한 곳에서 카페나 하며' 사는 인생을 꿈꿨었는데, 막상 실행하고 보니 실상은 그렇게 영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더군요. 영화에서 사치상이 커피를 내리면서 맛있어져라 얍! 하는 것처럼 외우던 주문 '코피 루왁'에 얽힌 슬픈 일들도 알게 되고... 무엇보다 주인공 선택을 잘못했단 생각이 들더군요. 워낙 고요-고상과는 거리가 먼 자인지라..;; 뭐 장르를 바꿔서 주성치의 <식신>을 찍어볼까 싶기도 하지만, 뭔 기대를 해도 이 인생은 기대 이상(이하)을 보여줄 것 같아 그저 흐르는 시간에 고단한 삭신을 맡기고 갑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