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집 추적자.

꽤 오래전부터 전국에서 볼 수 있는 똑같이 생긴 집들이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것인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시골에 있는 삼각형 지붕을 한, 마치 아이들이 괴발새발 그린듯한 집들은 박정힌지 전두환인지 모르겠지만 새마을 시절에 길가에서 마을을 바라보면 예뻐 보이라고 그렇게 만들었다는 루머를 들어 대충 짐작을 했습니다만, 빌라는 아닌데 2층집으로 되어 대문 위를 돌아 화장실 지붕 위로 내려오는 계단을 가지고 있거나, 1층집 대문과는 따로 오른쪽 구석 문으로 타고 내려오는 그 집들을 과연 누가 설계했을지 궁금해했습니다. 보통 그런 집들을 옥상에서 보면 3단짜리 계단처럼 생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계단형 집이라고 분류하고 있었죠.


최근에 [확률가족]을 거쳐,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아파트 게임]을 읽으며 박해천의 현대주거사(?) 3부작을 읽어넘기고 있는 저로써는, 아파트 말고 주택에도 관심을 가지고 싶사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미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을 읽었기에 대략적으로 재미없는 2층 주택의 과거사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으나 (재개발 상황에서 많은 분양 이득을 얻기 위해 다세대로 쪼게 조밀하게 사람들을 박아 넣는다거나, 규제가 풀려 사람들이 작은 공간에서 더 살 수 있게 되어 1층 주택 위에 층을 하나 더 얹거나 2층 주택을 개조하여 셋집을 마련한다거나) 그래도 과연 한국을 뒤덮을 그 주택을 누가 설계했을지 궁금했죠.


일단, 시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삼각형 지붕을 한 주택은, [불란서 주택]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고 그걸로 검색하면 역사를 쉽게 추적할 수 있더군요. 70년대에 정말로 새마을 운동이 불어닥칠 때 마을을 완전히 재정립시킨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그런 자료들을 파악하면서, 정말 시골에 돈이 쏟아져내릴 때가 이 때이긴 했었나 싶더라구요.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꾸면 지원비를 준다는 그런 옛쩍 소설 같은 이야기는 들어본 바 있었으나, 건물째로 짓는다라. 그 이전에도 여러 방식의 거대한 주택 주거단지를 (아파트가 아니라) 찍어 냈더군요. 박완서의 시대 쯤 와서야 아파트들이 그렇게나 들어서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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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집의 단서를 쫓아가서 얻어낸 것은 위의 그림 정도였습니다. [다세대 거주 단독주택]이요. (별명도 없습니다.) 집을 지어내는 이야기를 추적하다 보면 [집장수 집]이란 말이 있는데, 저 형태의 주택도 집장수 집에 속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설명을 보면 1층에 2세대를 세주고 2층에 임대인이 살면서 세를 받아 근근히 살아간다는 그런 모습인데, 최근에 보면 1층에 주인이 살고 2층에 세입자가 들어오는게 보통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림에는 2층집들의 머리에 삼각 지붕이 얹혀져 있지만, 보통은 옥상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고 어쩌면 눈썹지붕이 옆으로 달려 있는수도 있는 그런 형태더군요.


혹시 저런 집에 살아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대학 다닐 때 선후배 모여서 돈을 함께 내며 저런 집 2층에 한두학기 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근데 이 기억은 이 집들을 추적하다가, 제가 지금껏 살아왔던 집들 내부의 평면도를 그리다보니 불현듯 생각나더군요. (오래전에 살던 집 내부는 도무지 그려지지가 않더라구요. 직전에 살던 집들도 문이 어느쪽으로 어떤 방향으로 열리는지를 명쾌하게 그려내려면 꽤나 집중해야 되었습니다. 베란다가 어디까지 붙어있었는지, 방은 어디부터 갈라졌는지 기억이 나질 않으니 참으로 놀랍고 답답하더군요) 저 집 형태는 전국적으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주변에도 있나요? 서울에서 (지도로) 저런 집을 찾아보려고 하니까 아무리 뒤져도 보이질 않더군요. 헐고나서 다들 빌라로 올린 것 같습디다. 3가구 세줄 것을, 12가구 세주는게 더 이득 이런 생각이지 않았는지.


듀게에서 올라오는 글을 읽다보면 묘한 부분이, 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개인 살림이나 부동산 가격, 금융 포트폴리오나 가계부, 쓸 돈의 비율을 조절한다던가하는 세속적인 글들을 보기 힘들어요. 옆동네들을 돌다 보면 그런 것들을 흔히 (아니면 가끔) 볼 수 있는데 말이죠. 특히 사적인 이야기가 드문드문 올라오는 듀게임을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이 올라오지 않는다는게 꽤 의미가 있겠다 생각해요.


저희 집 주변에 저 형태의 집들로 가득한 꽤나 큰 지구가 있는데 뒷조사(?)를 해보니 70년대에 세계은행 차관으로 지어진 주택단지더군요. 한국은 꽤나 (어떤 면에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게, UN이 막 만들어진 후에 벌어진 첫 큰 전쟁이 일어나서 다들 힘이 펄펄 넘치는 신입같은 마음으로 도와주려 전쟁도 참여하고, 소-미간 경쟁-외교적 ODA가 성장할 시점에 잘도 융자를 받아서 마구마구 개발을 하죠. 그렇게 돈이 흘러들어올 70년대에 그 돈을 받아서 지은 거대한 주택단지가 변함없이 그대로 형태를 유지하며 제가 살때도 그대로라니 재미있지 않습니까. 이후 한국은 너무 성장을 해버려서 차관을 받을 수 있는 선을 넘어서서 다른 방식으로 돈을 모아 짓기 시작하죠. 공병대를 불러다가 아파트를 세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저희집 주변에도 76년도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가 하나 있습니다.


[아파트 게임]을 읽고 있는데, 거 보면 다양한 평수의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평수'로 비교하는 개념이 잡혀간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확실히 궁금하긴 해요. 월세 > 전세 > 자가의 고리에서 아파트가 없었을 때는 마지막 꿈이 '내집 마련'으로 끝났다면, 18평, 24평, 32평 아파트들이 줄줄이 세워질 때, 18평 자가에서 24평 자가로 레벨업 하는 그런 욕망이 사람들을 묶어 놓았을 것인가 하는 그런 궁금증 말이에요. 서울의 많은 과거 아파트들은 평수를 통계적으로 구매 가능성을 따져서 중간 평수를 놓고 양 옆으로 고르게 분포해서 지었더군요. 도시계획 초기부터 소셜-믹스를 고려했다는 이야기도 있구요. 과연, '휴먼시아-거지'라는 말을 들으면서 같이 사는게 나은지 아니면 외국처럼 슬럼-가가 형성되서 분절되어 뒤쳐지는게 나을지는 생각해볼만한 이야기죠. 임대아파트를 아파트 단지 사이에 끼워넣는 정부안은 꽤나 의미심장한 목표가 있는 것이니까요.


[일본에서 배우는 고령화 시대의 국토-주택정책]은 06년도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것 치고는 굉장히 빠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역개발이 답이라고 생각하던 연구자는 일본을 연구하면서 왠지 모르게 회개하는 글을 써 내립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나...' 뭐, 1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급격한 집값 하락은 그다지 관측되지 않으니 딱히 맞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저 책 중 다른 내용에서도 꽤 놀랐지만, 주택 모기지가 발전한 미국에서도 실제 주택을 모기지 잡아 연금을 받으며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은 매우 소수라는 것에서 가장 놀랐습니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노년이 되면 '주택을 팔아치우고 더 작은 주택으로 이동하여' 그 차익을 연금으로 사용하고 다시 그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택을 은행에 맡기고 꾸준히 돈을 받아 결국에 죽으면 주택이 은행 소유가 되는' 그런 형태의 금융상품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일본도 '국토 균형 발전'에 실패했다던가 중소도시가 쪼그라들면서 수도권으로 다시 사람이 몰리고 있다던가 하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이 책 쓴 사람이 요새 뭐하고 있나 검색해봤는데, 음,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싶군요.)


2015년도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의 대상을 읽으면서 우연치고는 너무 놀랍다는 생각을 했단 말이죠. '건축이냐 혁명이냐'라는 소설은 거의 학술서 비슷한 느낌으로 한국(혹은 외국)의 현대 건축사를 앞뒤로 긁어나가거든요. 콘크리트 세계를 살아가면서 감수성 다- 죽는다라고 벌벌 떨던 시대가 정말 저물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편향되었기 때문에 그런진 몰라도) 도시에 대한 구성-시각을 가지려는 시도들이 많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요. 도심을 콘크리트-숲 같은 걸로 은유해서 애정을 가지게 되는게 아니라 건물의 형태와 구획의 모양 그 자체에 애정을 가지는 이들이 나타나는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비웃는 사람들이 떠오르는군요.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게 집값 내려간다더니 집을 산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아라. 누가 집값 내려간다고 너희에게 속삭였는지 되짚어 보아라' 제 기억에 박근혜 당선 이후 한 때 그런 이야기가 더 들려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너희는 잘못된 선택을 했고 우리는 좋은 선택을 했다.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그러니까 지금 한 번 그 사실을 되짚어 보아라, 라고 말하는 개척자적 욕망. 저는 예언가적 욕망이 있기 때문에 저랑은 정반대의 속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뭐, 저는 집살 돈도 없는 걸요. 아마도 도시를 사랑하게 되는 (혹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그걸 소유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닌지 싶습니다.


굳이 따지면 롱과 숏 같아요. 제가 주식투자는 전혀 모르지만 [빅쇼트]를 보니 그런 이야기가 있더군요. 뭔가 가격이 심하게 떨어질 것을 상상하면서 돈을 걸 때는 주기적으로 [프리미엄]이란 것을 지불해야 하더라구요. 한국에서 집을 산단건 롱을 잡는다는거고 앞으로 경기를 포함하여 뭐든 상승세일꺼라고 가정하는 거겠죠. 그리고 집을 사지 않고 전월세로 산다는건, 그 이자와 집세를 [프리미엄]으로 꾸준히 지불한다는 것이겠구요. 그런데 아무리 뒤져봐도 영원히 모르겠더라구요. 집값이 오를지 떨어질지 말이에요. 제주도의 집값은 중국 때문이라지만 지방의 아파트 값은 무엇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을까요. 서울과 수도권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눠가져보자는 이야기였을까요?


두서없는 이야기를 적당히 마무리짓자면, 집을 살지 사지 않을지를 무엇을 가지고 결정해야 할지. 결국 결혼하면 집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2층집에 대한 추적은 집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욕망이 어렴풋이 나타난게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고. 아아, 갑자기 생각난 다른 이론 때문에 마무리 짓지 못하겠군요. 이건 지금까지 이야기한 주제와도 좀 동떨어지는 것인데. 짧게 하고 끝내도록 하죠.


이삼십대 여성의 구매력에 대해 궁금해져서 들입다 파봤는데 결론이 나질 않았어요. 과연 왜 남성(?)들은 여성들이 자신이 번 돈을 쓰는 것에 그렇게 못 마땅한 것인가. 저는 현재 베이비붐 세대가 과소비를 했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자기들이 평생 벌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써버려서 허덕이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집이나 차, 그리고 자식들에게 투자한 교육비 같은 것은 과거 평균 수명이 50대라거나 1년에 10%씩 국가가 발전할 때나 가능한 씀씀이였죠. 52세에 퇴직해서 80세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시절에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죽을 때까지 돈에 시달릴 고통이죠. 그래서 퇴직 직후의 나잇대에서 자살률이 치솟는다고 생각합니다. 빈곤한 60대, 70대, 80대.


여기서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냐면, 결국 돈을 누가 얼마나 쓸 지에 대한 이야기기 때문입니다. 결혼비용이 그렇게 말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거라고 봐요. 결혼을 위해, 집을 위해, 차를 위해, 기타 인생에서 쓸 목돈을 위해 돈을 세이브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오지랖을 펼쳐대고 있는 것이죠. 마치 결혼하지 않을것처럼 돈을 쓴다고 하면 흠... 사실 전 결혼도 육아도 생각하기 어렵게 되었어요. 주판을 튕겨보니까 제가 죽을 때까지 저 하나 부지 못할 벌이더라구요. 거기다가 남까지 끼워넣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더 벌어서 얼마나 더 과소비를 해야 된단 말입니까. 정말 수명 증가는 저공으로 비행하며 한국인들에게 폭격을 가하는 느낌이라니까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다가 융단폭격을 맞는 거죠.


제 입장에선 남의 씀씀이에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은 단 하나 뿐이에요. 국가에서 구제를 받아야 될 만큼 (즉, 내가 낸 세금이 누군가에게 쓰이게 되는 상황) 어떤 집단이 과소비를 하고 있다면 화를 내면서 오지랖을 떨겠죠. 그런데 도대체 문화 소비를 하면서 커피를 사 마시는게 정말 그런 상황을 일어날 정도라고 믿는 것인지 아니면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제 생각에 독신남녀가 새로운 경제적 패러다임을 그려내고서야 이런 비난들이 멈출거 같다고 생각해요. 과소비를 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사는 집단을 보고서야, '아, 그게 과소비가 아니었군'이라고 판단내릴 수 있을만큼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음... 전체적으로 너무 막말을 해서 조금 그렇군요. 마지막 4문단은 조금 가볍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아직 더 많이 알아보질 못했거든요. 2층집이 이 글의 진짜 주제란 말이에요. 사족이 각광받을 때마다 꽤 슬픕니다.. 추가 근무를 해서 우울해졌기에 말투가 좀 이상했을 수도 있으니 조금 봐주세요 하하. (네가 그렇든 내가 무슨 상관이냐 하면 어쩔 수 없지만...)

    • 저요, 2층 집은 아니나 따로 부엌이 딸린 방이 있어 임차인을 수용할 수 있는 집에 살았습니다. 인천이었고, 70년대 후반입니다.


      동네 집들은 대개 모양이 비슷했고, 2층집도 있긴 했으나 위의 그림의 집처럼 다세대를 염두에 둔 구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동네는 개천 - 하수화 된 도심 개천이죠. - 이 흐르는 평범한 동네였습니다. 얼마 전(3년쯤 전)에 가 보니 개천은 복개되어 있지만 집들은 거의 예전 그대로더군요.

    • 제 기억이 맞다면 가계부가 듀게에 한 번 올라왔다가 엄청난 욕을 먹은 적이 있었죠 아마.
    • madhatter_ 오오, 그렇군요. 70년대라고 하면 저 집들이 막 지어진 시기라 신축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혹시 1, 2층 사이에 내부에 있었던 계단이 메꿔졌다거나 그런 느낌은 없던가요? 듣고 보니 생각나서 하는 말이지만, 제가 전에 살던 곳들은 완전히 갈아엎어져서 어디가 어딘지도 알아보기 힘들더군요. 하지만 저는 갈아 엎어지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그다지 타격은 없었지만. 참고로 한국에서 2층집이 늦게 지어진 이유는 온돌을 2층으로 올릴 수 있게 될 때까지는 2층을 주거공간으로 쓸 수 없었기 때문 이었다고 합니다. (시골의 불란서 주택 2층은 다락으로 쓰이는 이유..) 개천이 흐르는 평범한 동네라니 정경이 그려지네요.




      페리체_ 그런 끔찍한 일이.. 그렇다면 모네타의 미가파티는 듀게의 시선에 의하면 악의 소굴이란 말입니까. 오, 신이시여.

      • 제 기억으로는 내부 계단 흔적은 없었습니다. 2층이었던 이웃집은 외부로 계단이 있어서 1층을 통하지 않고도 올라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부에 계단이 있는 2층집은 부잣집이었죠..


        그리고 지붕도 저런 3각형과 평평한 2종류가 있었습니다. 3각형인 집은 저 부분이 다락이었을 겁니다. 방에서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작은 계단이 있었죠..

    • madhatter_ 저도 내부 계단을 가진 집에 대한 은근한 환상이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대부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오지 않나 싶지만. 삼각형이 다락이었군요. 보통 저렇게 생긴걸 박공지붕이라고 부르더군요. 그렇게 집의 '앞면'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끼워서 설명이.


      음. 제가 붕어빵같은 2층집에 관심이 생긴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소유의 집을 지을 수 있는데도 개인의 욕망이 듬뿍 들어간 독창적인 형태의 집들이 지어올려지지 않은 이유는 뭔가, 였었어요. 막상 짓는다고 하면 돈을 벌고 싶을 것인가, 내부 계단을 선택할 것인가 매우 고민이 되겠네요. 오래 전에는 내부계단 상태로 세를 냈는데 프라이버시 때문에 계단이 우회해서 바깥으로 나가게 되었다더라구요.

      • 실제 2층이 아니라 저 경사진 지붕 밑에 다락방이 있는 구조의 집을 '불란서 미니2층집' 이라고 부른다네요. 제가 경험했던 건 그런 집들입니다. 실제로 작은 원형 창문이 달린 집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같은 동네라도 제가 알기로는 집 설계도가 10여종이 돌아다녔고, 짓는 사람들마다 조금씩 수정해서 지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붙어 있거나 골목 끝부분에 비스듬하게 대문을 양쪽으로 낸 집들은 거의 같은 구조였죠..

    • 제 세대에는 굉장히 흔한 구조라고 생각해왔는데 궁금하시다니 놀라워요.^^;


      한 동네서 오래 살았는데 비슷한 집들이 많습니다. 지을 때부터 아래층와 위층 중 어디 주인이 살 것인지에 따라 수조가 다를 걸요.

      저렇게 버젓한 대문으로 비교적 넓은 외부계단이 난 집은 대체로 이층에 주인이 삽니다. 이런 집은 마당이 좁은 경우가 많고요.

      이 층으로 외부계단이 나더라도 쪽대문으로 이어지거나 철제계단인 경우는 아래층에 보통 주인이 살죠. 이런 집은 안에 내부계단이 따로 있는 집도 있습니다. 아니면 지을 때는 내부만 있다가 나중에 외부계단을 낸더거나요.

      저런 집들은 아마 헐어도 빌라 지을 자리는 안 나올 것 같고, 주로 다가구주택을 올렸죠. 교수나 변호사가 살다 이사간 터에 보통 빌라가 올라갔어요. 정원 딸린 이층집들.
    • madhatter_ 10여종의 집 설계도!! 그.. 그걸 얻고 싶군요. 사실 궁극적으로 얻고 싶은 정보는, 국민 주택(국민 여동생처럼 발음)인 저 집의 형태를 누가 설계했는가에요. 누군가가 설계해서 전국으로 퍼졌겠죠? 시간이 날 때마다 주변의 저 형태 집들을 그려보고 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다들 미묘하게 다르더군요. 1,2층을 가로지르는 2층 벽같은게 달렸다던가, 발코니나 옥상이 다르다던가, 바레이션이 재미있더라구요.




      오후_ 오오오! 그렇군요! 제 딴에는 어떻게 집 빌려주는 사람이 2층에 살지? 1층이 괜찮지 않나? 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지을 때부터 위냐 아래냐를 정하는 것이었군요! 그렇다면 저런 집의 형태를 보면서 예전에 누가 어디 살려고 이렇게 지었는지 알겠다, 하고 추측도 가능한 거겠군요, 오오. 빌라 세울 부지가 안 나온다니 ㅠㅠ. 그거 참 왠지 모르게 슬픈 이야기군요. 집 모양 보면서 유추라고 하니까 생각났는데 건물의 역사에 관심이 팍 꽂히기 시작한 것이, 뤼팽 이야기 중에 '여 주변 집은 1884년에 지어졌지, 그 때 건축가가 내가 아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비밀 통로가 있지' 그 부분 때문이었다는게 갑자기 기억났어요.

    • 수명증가를 폭격에 비유한게 인상적입니다. 요즘 설탕이 조용한 암살자다 어쩐다 하는데 한국사회로 보면 수명 증가야말로 그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현상이 아닌가 싶네요.
    • 연남동 소이연남/브레드랩 한번 찾아가보세요. 저렇게 삼각지붕은 아닌거같지만 오래된 2층집을 개조해서 그대로 가게로 쓰고 있어요.


      2층 브레드랩만 가봤는데, 방이랑 구조 다 그대로고 문짝만 떼어냈더군요. 


      옛날에 그런 집에서 살았던 친구가 참 좋아했어요.

    • 제가 사는 동네에도(서울과 경기도 접경지대인 주변부 주택가입니다) 외부 마감재까지 동알한 쌍둥이꼴 집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어 처음 이사왔을 때 흥미로웠지요. 아직 재개발 안 된 동네에는 더러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2층에 온돌을 올리는 기술 개발이 그렇게 늦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을 참고하자면 전후 본격 재건에 돌입하던 50년대 후반에도 이미 2층 이상의 주택을 계획하고 있는 걸요. 60년대면 이미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고요. 다만 아직은 땅값이 쌀 때였고 건축비 문제도 있어서 60년대까지만 해도 대규모 주택 단지를 계획할 때에 단층 주택이 더 많았던 것 같기는 합니다. 


      그리고 제가 대충 기억하는 게 맞다면, 그런 집의 평면도는 처음에는 국가 주도로 만들어졌을 겁니다. 일제 때부터 주택 개량을 시도한 흔적들이 있지요. 대체로 전통 가옥 형태에서 집합 가옥 형태로 개량되는 과정이라 화장실이 실내로 들어오고, 구석에 작게 있던 부엌이 좀 더 생활 공간의 중심이 되고, 대청마루가 거실이 되면서 마루를 중심으로 배치되던 중앙집중형 구조에서 복도식 구조로 바뀌고 뭐 대충 그런 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주택 단지가 건축될 무렵 사람들이 선호하는 형태로 내부가 배치되었겠죠. 


      아파트 시대로 온 지금에 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의 신축 아파트는 방문할 일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실내 구조와 인테리어 등에 꽤 관심이 있어서 쭉 보다보면 평면도나 내부에 쓰인 마감재만 봐도 대충 어느 시기쯤 만들어진 건지, 혹은 어느 시기쯤 리모델링 했는지 짐작이 되는데요. 확실히 시기별로 트렌드가 있어요. 물론 고가의 수입 자재를 사용해서 짓는 고급 주택은 형편이 다르겠지요. 


      그러고보니 1층을 작게 나누어서 세를 주고 2층에 주인집이 거주하는 형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생각난 게, 1980년대 초 그때는 변두리 주택가였던 서교동으로 이사온 친척 어르신이 직접 집을 설계해서 지으셨는데(건축과 나와서 건축일 하시는 분이라) 그 집도 아래층에 세 내주는 두 개의 반지하 주거지가 있었고 2층(1.5층)과 3층이 살림집이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집장수가 균일하게 지은 것도 아니고 시대도 조금 뒤인데도 그렇게 했다는 건 그때쯤은 이미 도시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 정도로 보편화된 양식이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댓글 쓰다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한국의 주택, 그 유형과 변천사>라는 책이 있습니다. 표지가 익숙한 걸 보니 언젠가 샀거나 빌려서 봤거나 사려고 사진 찍어뒀을 것 같은데 책장에서는 안 보입니다. 혹시 잔인한오후님도 관심이 있다면 한번 찾아보세요. 전 책장 좀 더 뒤져보고 없으면 주문해야겠네요. 

      • 50년대면 온돌 구조가 온수 파이프를 이용하는 게 아닌 연탄가스를 그대로 이용하는 방식이었을 겁니다. 이 방식으로는 2층까지 온돌을 올리기가 쉽지 않죠.

    • zna_ 수명연장된 1세대가 노년에 접어들면서 2세대와 3세대가 그 세대를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구상해보는 느낌이에요.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에 접어들고 세대 교체가 될 쯤에서야, 평균수명 80세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패러다임이 잡힐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를 보면 결말이 나지 않은 금융 포트폴리오 같은걸 보고 있는 심정이거든요. 과연 저렇게 살아야 겠다, 가 될지 저렇게 살면 안 되는구나, 가 될지.




      빠삐용_ 검색해보니 확실히 그 형태가 그대로 살아있군요. 다른 점이라면 엄청나게 넓은 마당... (대부분의 2층집은 아주 작은 마당과 다른 옆 2층집과 딱 달라붙은 담장을 가지고 있죠) 2층 내부도 그대로 살렸다니 재미있네요. 그런데 2층 올라가는 계단이 너무 풍만해서 웃겨요. 원래는 매우 협소한 건데..




      해삼너구리_ 돌베개에서 주거와 관련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한국 주거의 공간사]와 (그 삼부작도) 함께 [한국의 주택, 그 유형과 변천사] 같은 책도 내주고 그러니까요. 저 위의 책 사진은 사실 [한국의 주택, 그 유형과 변천사]에서 찍은사진이랍니다. :) 예상했던 것보다는 2층집과 관련된 챕터 양이 별로 많지 않아 실망했어요. 해주신 이야기는 재미있네요. 아파트의 모양새를 보면 언제 건축되었는지 알아볼 수 있다니, 아파트 탐정이신데요.. 

    • 사진속의 형태의 집.. 상계동에서 좀 봤어요.


      노원역과 상계역 그 중간 중앙시장 쪽 그 주변 길들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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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ymeetgirl_ 제가 서울에 살질 않아서, 서울 지리를 거의 모릅니다. 그래서 3차원 지도(http://3dgis.seoul.go.kr/ )로 말씀하신 곳을 둘러보니, 그 주변부가 주택들이 많이 있고, 간간히 2층집들이 보이는군요. 올려주신 집사진은 완전 전형적인 형태구요. (다만 각이 두 번이 아니라 한 번만 진게 약간 다르군요) 음, 제가 사는 주변 2층집 단지도 철학원이나 점집들이 가득인데, 전체적으로 집세가 싸서 그렇게 되는 걸까요.




      jHu3tkd.png




      잠깐 찾아보니, 서울 내 아파트 비율이 그렇게 막 엄청 높은게 아니었군요. 위성사진으로 서울 둘러보면서 새삼스럽게 깨달았어요. 마치 서울살람들은 다들 아파트에서 사는 것처럼 그려지던데 주택과 거의 동수였군요. (고시원이나 옥탑방 등 열악한 주거 환경도 듣긴 들었지만) 왜 이런 편견에 빠져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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