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말)


 1.동물을 꽤나 경계하는 편이예요. 그런데 그게 다른 사람들이 보면 유난을 떠는 걸로 보이는 듯 해요. 길을 가다가 개가 눈에 띄면 크기와는 상관없이 반드시 공격 범위 밖으로 빙 돌아서 가거든요. 그래서 그럴 때마다 동물을 싫어하는 건지 무서워하는 건지 질문을 받곤 하죠. 그럴 때마다 '동물은 다음 순간에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라고 대답해주곤 해요.


 이건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것과는 별개로 확실성에 관한 거예요. 말 그대로 동물은 다음 순간에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잖아요. 사람을 만나서 테이블에 마주앉을 수 있는 건 이 사람이 바로 다음 순간에 내게 덤벼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예요. 왜냐면 그런 짓을 해봤자 상대에게 전혀 이익이 되지 않으니까요. 


 주식이라면 뭐랄까...위에 말한 '공격 범위'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요. 주식이라는 다리를 건너면 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지만 다리를 끝까지 잘 건너면 보상 또한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런 보상도 없는데 괜히 동물의 공격 범위 안으로 들어가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었죠. 쓸데없이 동물의 공격 범위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스릴을 추구하느라 그런거겠죠?

 


 2.최근에 말을 몇 번 타고 그랬어요. 제목에 승마라고 쓸까 하다가 이 정도 탄 걸 승마라고 하면 우스워서 그냥 말이라고 적었어요. 아직 누가 직업을 물어보면 작가라고 하지 않고 백수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처럼요.


 위에는 저렇게 말했지만 사실 도시의 동물은 전혀 무섭지 않아요. 놈들이 혹시라도 내게 덤벼든다면 쓴맛을 보여줄 자신이 충분히 있거든요. 그리고 그 쓴맛은 그들이 맛보는 마지막 맛이 될 거고요. 하지만 놈들에게 쓴맛을 보여줘 봐야 돈이 한푼도 안 나와서 피하는 것 뿐이예요.


 한데 말이라는 동물은 제대로 처음 보는 순간 이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말이란 게 이렇게 컸었나?'하는 생각이요. 그리고 도저히 쓴맛을 보여줄 엄두 같은 건 나지도 않았어요. 언젠가 봤던 조랑말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위압감이었어요.



 3.사실 그 말은 훈련된 말이었으니 내가 필요 이상으로 겁먹긴 한 걸 거예요. 그래도 말에 올라탈 때, 고삐를 잡을 때 말의 기분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400킬로가 좀 넘는 녀석이 나를 엿먹이려고 작정하면 그건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일 거 같아서요. 


 아주 잠깐 이런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가 내게 고삐를 달고 고삐를 잡으면 내 기분이 나쁠 것 같다는 생각이요. 마찬가지로 이 녀석도 고삐를 잡으면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그냥 고삐를 안 잡고 타면 이 녀석의 기분이 덜 나쁘지 않을까? 했죠.


 그러나 녀석이 걷기 시작하자 교관 말마따나 고삐와 생명줄은 이음동의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말에게 미안했지만 고삐를 꽉 잡았죠. 

 


 4.흠



 5.말이 걷기 시작하자 또한번 알게 된 사실은 이 우주가 끝날 때까지 내가 말을 타고 달리며 화살을 쏘는 일따위는 없을 거란 거였어요. 헐리우드 영화에서, 말을 타고 달리며 화살을 쏠 줄 아는 사람들이 엑스트라 취급을 받는 건 정말 잘못된 일이었구나 하고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죠.


 어쨌든 말을 타보니 왜 내가 혼자 하는 게임, 혼자 하는 일을 좋아하는지 상기하게 됐어요. 귀찮거든요. 사실 인간들과는 협동해서 뭘 하려면 신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듀게에 종종 쓰듯이 인간들은 스스로를 사랑하니까요. 그들은 그들 자신이 생각하기에 스스로에게 최선의 선택들을 하죠. 상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상대를 신뢰할 필요도 없는 거고요.


 하지만 승마의 협동은 정말 신뢰라는 것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요. 나보다 더 크고 더 무거운 말에 내 몸의 안전을 맡기면서 말을 믿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말과는 말이 안 통하니까요. 이쪽에서 먼저 믿음을 주고 그 믿음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이 승마인 거라고 내 나름대로 규정하게 됐어요. 늘 그렇듯이 나만의 비유법을 만들어서 세상을 이해하는 나름대로의 방법이죠. 


 

 6.이건 뭐, 말과는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을 상대로는 절대 그럴 일이 없겠죠. 인간들과는 신뢰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두려움을 주고받아야 잘 지낼 수 있으니까요. 상대를 패닉 상태에까지는 빠트리지 않으면서 적당한 조심성은 가지게 만들어주는 적정량의 두려움을 말이죠.



 7.이제는 지나가다가 동물을 봐도 그냥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네요.








    • 재밌는 글이예요. 은성님 성장담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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