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1.요전의, 일요일 아침글에는 혼자 출격한다고 썼지만...역시 혼자는 좀 그래서 여기저기 연락을 했어요. 그리고 오랜만에 누군가와 연락이 됐어요. 글에 몇 번인가 언급되었던 사람이죠. 오랜만에 만난 그는 월급을 거의 안 쓰고 모으고 있다고 했어요. 그가 모은 액수를 듣고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어요.
"어떻게 그런 돈을 모을 수 있지? 인간이라면...보통의 인간이라면 그런 액수에 도달하기 전에 무언가는 사버리게 되잖아?"
하고 물어보니 그는 정말 사고 싶은 것이 없다고 했어요. 적어도 돈으로 사거나 얻을 수 있는 것들중에선요. 그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며 "나도 어서 자네의 경지에 도달해야 할 텐데."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2.뭐 그래도 내가 앞서 있던 부분도 있었어요. 나는 아이들을 싫어하거든요. 내 세상에선 아이들은 부모의 가능성과 미래, 행복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뿐인 존재니까요. 그리고 그것을 동량의 무언가로 승화시키는 게 아니라 그냥 빨아들이고, 사라지게 만들 뿐이예요.
나에게 있어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분수대에 금화를 던져대는 것과 정확히 같은 일이예요. 금화가 있다면 좋은 일이 일어나길 빌며 분수대에 금화를 던지는 바보짓을 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냥 그 금화를 쓰면 되는 거죠.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의 그는 아이를 무척 가지고 싶어했었어요. 아이를 낳아서 올바르게 키우는 것이 인생의 빛나는 일이라고 늘 말하고 다녔죠. 그런데 이번에 만난 그에게 아직도 아이가 좋냐고 물으니 아이들은 매우 짜증난다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왜냐면 안 본 사이에 그에겐 조카가 두 명 생겼거든요. 그래서 그에게 이렇게 말해 줬죠.
"이제야 자네가 나의 경지에 도달했군."
3.내가 앞서 있던 부분에서 그가 나를 따라잡았으니 이제는 그가 나를 앞서 있는 부분에서 내가 그를 따라잡는 일만 남은 거겠죠. 어쨌든 돈을 많이 모은 그가 정작 돈으로 하고 싶은 게 별로 없다고 해서 그에게 그럼 돈은 많을수록 좋으니 주식으로 돈을 좀 불려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어요. 그러자 약간의 코웃음 같은 소리와 함께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어요.
"자네 아직도 한국 주식 하나?"
4.휴.
5.이 세상을 살아가며 아는 사람들이 염세적이고 비관적이고 계산적으로 되는 걸 볼때마다 마음이 놓여요. 아는 사람들이 염세적이고 비관적이고 계산적으로 되면 될수록 내가 그들을 걱정할 필요성이 점점 줄어드니까요.
혹시 오해를 살지도 몰라 약간 말해보자면...염세적이고 비관적이고 계산적으로 되는 건 나쁜 강한사람이 되기 위한 게 아니예요. 할 수 있는 만큼 선량하고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한 거죠. 약간 남아있는 몇 조각의 선량한 면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죠.
이상하게도 꿈이나 사랑, 믿음, 의리, 정의 따위를 입에 담는 녀석들은 그 엄정한 기준을 다른사람에게만 적용하고 본인 자신에겐 전혀 적용을 하지 않거든요. 누군가를 정말로 신경쓴다면 세 치 혀를 놀릴 필요 없이 그를 신경쓰는 만큼 금화를 쓰면 되는거예요. 부모님들이 그들의 자식들에게 그러는 것처럼 말이죠.
6.앞으로는 금요일에 tv앞에 매여있을 필요가 없게 됐네요. 프로듀스 101 방영기간은 일종의 축제 기간 같았어요.
어제 연습생의 인터뷰에서 '여기까지 해온 이상 무조건 데뷔는 해야겠다. 데뷔를 하기 전엔 그만둘 수 없을 것 같다.'라고 하는 걸 보고 조금 섬찟했어요. 사실 그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긴 해요. 어떤 것을 하면서 진짜 맥시멈으로 노력을 해본 적은 없거든요. 내게 노력이란 건 하기 싫은 것을 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참는 것 둘중 하나였을 뿐이었어요. 그래서 중간중간에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하기 싫은 것을 안하거나 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었죠. 그리고 이 꿈은 안된다 싶으면 재빨리 손을 빼기도 쉬웠고요. '헛꿈 한번 꿨네'라고 중얼거리면서 말이죠.
한데 하기 싫은 걸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걸 안하는 것...이 두개를 동시에 해나가야 하는 노력을 했다면 '헛꿈 한번 꿨네'같은 말은 안나올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콜로세움에 등장했으니 구경꾼들의 열기가 그토록 하늘을 찔렀었던 거겠죠. 벼랑 끝에 서있는 사람들이요.
7.'헛꿈 한번 꿨네.'라는 말은 나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꼭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거나 무언가를 손에 넣어야 한다고 여기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냥 꿈을 잘못 꾼 거라고 해버리면 쉽게 빠져나올 수 있거든요. 내게 있어 꿈을 꾸던 시절은 무지에 의한 착란 상태였던 시절인 걸로 절하되어 버렸어요.
그런데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꿈 같은 것뿐만이 아니라 일상에 있어서도 장기적인 계획은 짜지 않게 됐어요. 가게에 갈 때도 예약을 하지 않고 사람을 만날 때도 약속은 안하게 됐죠. 가게의 경우야 돈을 가져가니 늘 환영받지만 사람의 경우에는 '당일에 연락하는 건 곤란...'이라는 반응이예요. 뭐 그들은 어른이 된거거나, 어른 흉내를 내고 싶은 거겠죠.
한데 만약 약속이나 예약을 했는데 막상 당일이 되면 만나거나 가기가 싫을 수도 있잖아요. 아니...만약이 아니라 거의 80% 확률로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어떤 날 뭘 하고 싶은지는 그 날이 되기 전엔 영 알 수가 없는 거거든요.
하하, 껄껄거리며 조금 웃었습니다.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