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자전거를 샀어요.

1_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생각할 때가 있죠. 그러니까 삶의 이유, 근본적인 원동력 같은 것 말고,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보상 그런거요. 예전부터 보상을 좋아했어요. 무언가를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죠. 왜 내가 아무것도 순수하게 이득이 되질 않는데 그걸 해야하지 싶으면 그걸 하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아쉽게도 이 이야기는 개과천선으로 끝나지 않아요. 아직까지도 전혀 변하지 않았거든요. 무언가를 바라며 살아가는 것 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들어나죠. '이제 어른인데, 그냥 해야지. 누가 그거 했다고 칭찬해야 하고 아니면 안 하면 되는거야? 어른답게 굴어라, 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일상화시키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해요. 아무리 존경해도 아깝지 않아요. 예컨대 보육. 단순하게는 설거지나 청소, 빨래, 애인과의 연락과 같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 공부와 운동. . . 저는 제 자신에게만 이득이 되는 것도 바닥에서 시작하기 힘들더군요. 그래서 늘 욕망으로 가득차 있고 그걸 실현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놀라워요. 보통 퇴행이라고들 하죠, 생각의 일부를 성장시킬 생각이 없을 때 말이에요. 저는 그게 약간 의문스러워요.


2_ 저는 제 자기과시욕을 잘 알고 있어요.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싶어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길 바라죠. 하지만 그러기엔 시대가 달라요. 전에는 좀 더, 결과 자체가 과정까지 포함해서 설명을 했다면, 지금은 누구든 아주 조금만 노력하면 그럴 듯하게 말할 수 있죠. 하지만, 그럴듯 한 것과 그런 것의 차이는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아요. 그래도 누구나 아주 조금만 노력하고 싶지 정말 힘들게 뭔가를 얻고 싶겠어요.


. . . 정말 제가 뭔하는게 뭔질 모르겠군요. 그것만 구체적으로 알아도 세상이 좀 더 편해질텐데.


저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다들 표면에 머무르며 살겠죠. 모두들 세포막 속에 핵을 고이 모셔두고, 다른 이들과 잠깐잠깐 충돌하면서 살아가는 거에요. 가끔 정교한 이야기가 그들을 파고들어서 내면에서 가장 중요한 법칙을 전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변화시켜 버리겠죠. 뭐, 언제나 개종 수준의 변화만 있진 않겠죠. 원칙이 하나 변한다던가, 순서가 변한다던가, 약한 수준으로 변화도 시킬 수 있겠죠.


이렇게 써보니까 이해가 되네요. 저는 무색무취한 정보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그걸 열심히 모아다가 엮어내 올려서 그런 변화를 실제로 보고 싶은거죠. 그러니까 아무런 의도가 포함되어 있지않은 정보만으로 결정을 바꾸거나 생각을 바꾸게 되는 것 말이에요. 그렇네요, 개입은 하되 개입이 아니며, 누군가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군요. 아,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까지 집착했던 주제들이 이해가 갑니다. 희긋희긋한 것을 또렷하게 보이게 하는만큼 재미있는게 없는 거에요.


하지만 가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어요. 배우면 배울수록 스케치를 할 수 없게 되거든요. 자료는 차고 넘칠듯이 많지만 거기서 맥락을 뽑아내고, 논리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검증과 계산이 너무나 많이 필요해요. 형태만 보고 직관으로 무언가를 만들면 틀리기 쉽상이죠. 사실, 좀 틀려도 되죠. 여기다 글 올리는게 논문을 쓰는게 아니잖아요. 그래도 영 꺼림직한 것은 달라지지 않고. 인구는 이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어서 다양한 시각에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고.


흠... 그렇게 생각하니 제가 기생할 주제를 새로 더 찾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정보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것 때문일지도. (하... 뭔가 건조하기 짝이 없네요. 정보의 상수도로써 사랑을 받고 싶다니. 제 자신를 좀 생각했으면 싶은데.)


3_ 이사온 지 1년 정도 되었어요. 이제 드디어 이 공간에 조금씩 녹아들고 있네요.


자전거를 샀어요. 저는 사람들 각각 자신의 인생 이동도구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에게는 차량이 행복도를 상승시켜주고, 어떤 사람은 스쿠터가 딱 맞고. 새삼 다시 생각했는데 전 자전거가 제 인생 이동도구에요. 전국일주 같은걸 하거나, 비싸고 좋은걸 사는건 전혀 아니지만, 아주 오랫동안 타왔고 그 속성이 저한테 너무나 들어맞아요. 이번에 다시 살 때까지 8년 정도는 안 타고 살았던 것 같군요. 속도의 근원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 ... 음 설명할 수 없이 좋아요. (비가 오면 두 배로 쳐지지만 뭐.)


자전거를 사니 운신의 폭이 넓어지더군요. 보통 차량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경험하는 것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에요. 비일상의 이동거리보다 일상의 이동거리가 늘어나는거죠. 거의 1년 동안, 평일 저녁에 집 밖 5분 거리 이상을 나가본 적이 없었는데 요새는 평일 저녁에도 10분 거리 정도는 나갈 수 있죠. 이건 효율이라는 달콤한 보상이 있기 때문일 꺼에요. 걸어서 행동하는 것보다 시간도 단축되고 몸도 편하다는 보상 말이에요. 어쨌든, 평일과 주말이 전부 바뀌었어요.


평일엔 요가에 다니게 되었죠. 한 달 밖에 안 됐고 끊임없이 갈등을 불러오지만. 이런 거 말이에요. 내가 내 돈을 내고 시간을 들여서 날 꾸준히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군, 하는 거. 내가 이 돈을 들이면 즐거움을 즐길 수 있는게 그렇게 많은데 왜 사서 고생해야 하지? 하면서도 일단은 버텨오고 있네요. 그래도 요가를 하면 확실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자신이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요. 저는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뒤로 누울수는 있지만, 허리가 매우 약하다던가 그런거 말이에요. 몇몇 부위의 근육들 중 유연한 것과 유연하지 않은 것을 고통으로 알게 되죠. 전 그렇게 뻔하게 안 좋은게 보이는데 방치하는건 잘 못하거든요. 특히 몸에 관해서라면. 후, 그래도 계속 갈등하고 있어요.


주말엔 도서관에 가보게 되었어요. 후, 그거 아세요? 도서관 만큼 제게 행복한 공간이 없다는거요. 보통 저는 환경의 영향에 대해 과소평가 하거든요. 내적 심리에서 원인을 찾으려 하고,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너무 편향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환경의 변화야말로 제 삶을 때마다 크게 바꿔놓았는데도 말이죠. 가끔씩 자신이 동물이라는걸 자각하는 것도 좋죠. 좀 오버했는데, 어떤 특정한 공간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은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면 제게 도서관이 최고라는 거죠. 기분이 안 좋으면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생각해보면, 도서관과 저와의 관계가 중립적일 때는 항상 좋았던거죠. 질척거리는 무언가(수험 등)와 합해져서 가분이 나빴던거지. 누구나 그런 공간이 있을꺼라고 생각해요. 미술관이나 고양이 카페, 영화관이나 산, 수족관 혹은 놀이공원 같은 곳 말이에요. 어떤 불쌍한 이들은 현대 사회에서 접할 수 있는 공간 내에 자신의 취향이 없을 수도 있겠죠. 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면서, 저희 집이 3개의 도서관을 선으로 잇는 3각형의 무게중심 쯤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제가 사는 도시의 도서관 열 곳 남짓 다녀봤는데, 새로 추가하는 것도 재미있더군요. 교차 반납같은 것도 가능하고. 다만 좀 자제해야 할께, 교차반납을 하게 되면 택배로 붙인다더군요. 음, 이동도서관이 도서관들을 순회하면서 전달해주는지 알았는데. 도서관 각각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기회에.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요.


책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기로 했죠. 수족관에 담긴 물 같은 거요. 물고기가 모든 물을 호흡에 쓰진 않잖아요. 그래도 물은 가끔씩 갈아줘야 하구요. 책을 대출해서 2주 단위로 돌린다는건 그냥 물갈이 같은 걸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뭐, 다 안 읽으면 반납만이 가능한거죠. 그리고 뭐, 또, 반납할 때까지 물리적으로 5권을 전부 읽을 수 없다면 뭐 어때요, 그냥 그런거인거죠. 그런 걱정을 하느니 차라리 100%의 책을 만날 기회를 더 늘리는게 낫겠죠. 나중에 다시 빌릴 수도 있는거고 뭐. (집에 사놓은 책들은 뭐, 고여서 썩어버렸는지도 모르겠군요. 얼마 되지도 않지만...) 책 고르는 이야기도 재미있겠네요.


4_ 요새는 담론들이 그냥 피로해요. 트위터에 있으면 내가 돈을 지불하지 않았는데도 끊임없이 주기적으로 고통스럽죠. 후...


저는 전망 없는 담론들을 증오해요. 음, 다시 쓰자면 전망이 빠진 담론이요. 어떤 담론이든 손질만 하면 전망이 생겨나요. 그게 악질인가 아닌가 그런 문제는 있겠지만. 그런데 요새는 마치 담론들이 바닥에 흩뿌려진 레고 블럭들 같아요. 사람들이 펄쩍펄쩍 뛰게 하는게 전망은 아니겠지만. . .


5_ 아침에 샤워하는 것도 꽤 좋더군요. 전 샤워는 자기 전에나 하는 건줄 알았죠. 사실 전에도 아침에 샤워했던 적이 있어요. 근데, 야간에 일을 하고 돌아와서 자기 전에 샤워를 했던 것이라. 샤워 -> 근육 이완 -> 잠이 몰려온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잠이 깨기도 하더군요. 음, 원리는 잘 모르겠어요. 샤워나 하러 가야겠네요.

    • 오옷, 요가 하시는군요. 제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 중의 하나가 요가였어요. 


      (정확히는 아슈탕가 요가) 열심히 하면 늘기도 빨리 늘지만 다치기도 쉬우니까 꾸준히 살살 하시길 


      다음 주가 벚꽃 절정기인 것 같아요. 자전거 타고 벚꽃 구경하러 가세요. ^^



    • undeground_ 요가에도 계파가 있나 보군요. 제가 다니는 곳은 골반을 다른 곳보다 중요시 한다고 하더군요. 말이 그렇지, 다른 곳을 다녀본적이 있어야 말이죠. 여섯 분 정도 돌아가면서 하는데, 각각 수업법이 미묘하게 다른 것도 재미있어요. 개 중 한 분 입버릇이 '종편TV에서도 중요하다고 하는 ~'이라 조금 괴롭지만.


      자발적으로 꽃놀이를 가 본 적이 없네요. 꽃이라는게 누군가와 같이 보러 가는 거 아니었나요. 잠깐 언덕배기의 벛꽃이 생각나긴 했지만, 순식간에 귀찮아져서.. 그래도 다니는 길목에 벛꽃 나무들이 잔뜩 있어서리, 전처럼 아예 못 보고 봄이 가버리거나 하진 않을 것 같아요.

    • 자전거 획득 축하해요.


      공자가 그랬더군요 옛날에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삶은 단순한데 사람들이 복잡하게 만든다고요.


      좋으면 좋고 나쁘면 나쁘고


      원래 사람은 그 시점 주변에서만 생각이 가능하요.


      그마저도 지나면 잊어버리죠.


      좋아하는 곳 있으면 정말 좋죠 거기 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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