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대국을 보고난 후.

며칠 전까지 알파고 대국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바둑에 대해서 정확히 잘 모르지만 컴퓨터와 제대로 바둑을 두게 되는 날이 왔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고, 벌써 여기까지 왔나 싶었죠.
완전한 인공지능이 탄생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고는 하지만 한 때 바둑계를 호령했던 프로기사와 호각을 넘어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복잡한 생각이 안 들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러던 중 트위터에서 듀나님 트윗을 보게 됐어요.
"우리가 더나은 지적 존재를 만들 수 있다면 우린 그들의 요람이 된 것으로 만족하고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이 도리"

근데 이 트윗을 보니까 예전에 읽었던 스패로의 한 구절이 생각나더라고요.
"신 외에 다른 것들이 존재할 수 있게 신은 우주에서 자신을 지웠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런 구절이었어요.

저는 이 구절을 신과 함께하는 이상 자유로울 수 없을 피조물들을 위해서 신이 그들에게 자리를 넘겨줬다는 의미로 해석했는데, 듀나님의 트윗을 보니까 딱 이 구절이 생각나는 거예요.
인공지능이 정말 영화에서나 나오는 완전한 인공지능으로 변해간다면 분명 인공지능에게 인간은 그런 존재가 되지 않을까요.
인간이 있는 한 인공지능이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없게 되는 시기가 분명 오겠죠.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걸 그들이 먼저 지겨워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고요.

그 때엔 정말 인간들은 신이 이 세계에 피조물만 남기고 떠난 것처럼 떠날 수 있을까요. 인간은 분명 신이 아니지만서도, 저런 상황과 마주하게 될 시기가 왠지 아주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프로메테우스(영화)도 생각이 나네요.
    • "우리가 더 나은 지적 존재를 만들 수 있다면 우린 그들의 요람이 된 것으로 만족하고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이 도리"

      -------------

      듀나 님이 전에 이 주제로 디스토피아 단편소설도 쓴적있죠. 이 문장도 그 소설 말미에 독백처럼 흘러나옵니다.
    • 인간복제로 AI에 맞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개기면 전원을 빼버리는게 인간의 필살기인데 그들이 인간처럼 생각하게 되어서 사상결단으로 전력차단에 맞선다면?

      기껏 만들어놓고 그들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니

      자식을 낳아놓고 자식이 나보다 낫기를 바라면서

      내 앞에서는 나보다 못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오버랩되는군요
    • 듀나님의 저 멘트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걸까요. 제일 온건하게(?) 생각해도 미래에 태어날 아이는 모든 생산적인 일에서 손 떼는 게 도리라는 뜻인지.
      • '더 나은' 부터 미천한 인간들로써는 의견이 분분한지라 저는 그냥 '한 인간의 의견'정도로 간주했는뎁쇼
    • 듀나님 소설에도 비슷한 분위기/뉘앙스의 얘기들이 꽤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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