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1.요즘은 예전에 알았었던, 옵션에 손대던 아저씨가 조금 이해가 가요.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라요. 연락이 끊겼거든요. 그 아저씨는 망했을 수도 있고 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돈을 걸어야 한다면 그가 망했다는 데에 걸겠지만요. 그가 이 글을 볼 가능성따위는 없으니...
2.뭐...사람들은 모두가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죠. 이건 누구나 마찬가지예요. 나쁜 일이 일어나길 바라며 사는 인간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살다 보면 결국 좋은 일이 일어날지 나쁜 일이 일어날지를 기다리는 기간이 너무 길어질 때가 있어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날이요. 그게 너무 길어져 버리면 어떤 사람들은 이상한 착란 상태에 빠져버리곤 해요. 이 인생이 잘될지 잘 안될지의 여부보다 그냥 빨리 결판이 나는 게 더 중요해지는 거죠.
보통 이런 종류의 인간들은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여기곤 하죠. 실제로 똑똑한 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결말을 빨리 보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곤 하는데...이런 종류의 시도는 결과를 빨리 알 수 있는 대신 성공가능성을 깎아먹는 담보를 잡혀야 하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는 게임을 하는데 걷는 대신 뛴다거나, 바둑을 두는데 초읽기만 있는 바둑을 둔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나쁜 결과값이 나왔을 때, 이 나쁜 결과가 어차피 나왔을 나쁜 결과인지 아니면 까먹은 성공가능성에 좌우되어버린 나쁜 결과인지는 알 수가 없죠.
3.위에선 이런 종류의 인간들이 똑똑하다고 썼지만 아닐지도 몰라요. 그런 자들은 주위 친구들이 굳이 들이받지 않는 바위에 온 힘을 다해 태클을 해보고서야 바위가 자신보다 단단하다는 걸 인정하곤 하니까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그런 자들은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날들을 아무리 오래 겪어도, 그것에 절대 익숙해지지 못하거든요. 무언가...극적인 비약을 가져다줄 만한 뭔가를 늘 찾아다니죠. 물론 그런 자들 10명 중 9명은 망해버리고 말아요.
4.휴.
5.한때는 그런 자들이 왜 그럴까...참을성이 없어서일까? 뭐가 문제일까 하곤 했어요. 요즘은 그것을 '주인공병'이라는 병에 걸렸기 때문에 그렇다고 여기게 됐어요. 주인공병이라는 건 아무리 잘 돌아가는 뇌를 가졌어도 현상 파악과 주제 파악을 잘 못하는 종류의 병이예요. 자신이 바위보다 단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신에게만은 뭔가 극적인 비약을 이루는 날이 올 거라는, 와야만 한다는 착각에서 도저히 헤어나올 수가 없는 거죠. 그것은 거의 신앙과도 같아서 도저히 빠져나오기가 힘든 거예요.
가끔 소름끼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혹시 내가 주인공병에 걸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요. 저는 스스로를 주인공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여기고 있는데...문제는, 제가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자신이 주인공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 또한 주인공병의 증상이거든요.
왜 이게 무섭냐면, 주인공병에 걸려 있으면 주인공이 될 수가 없다는 거죠. 주인공병에 걸린 자들은 어떤 날...어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 결국 참지 못하고 저질러버리고 말거든요. 풋옵션을 사거나 콜옵션을 사거나 스스로를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강남에서 만난 웬 정체모를 놈에게 돈을 맡겨버려요. 그들이 멍청해서가 아니예요. 주인공인 자신에게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서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러버리는 거죠.
6.정말로 좋은 일이 일어난 후라면야 스스로를 주인공이라고 믿어도 좋겠죠. 하지만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스스로를 주인공이라고 여기고 주인공처럼 행동하는 건 너무 위험한 짓이예요.
위에 쓴 주제파악이라는 말은 보통 나쁜 의미로 쓰여서 약간 보충해요. 비하의 의미로 쓴 게 아니라 현상 파악을 잘 하다가도 계산 과정에 본인이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그들 머릿속의 계산기가 고장난다는 뜻으로 썼어요.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진짜로 똑똑하긴 했어요. 다만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는 것만큼 똑똑했는지는 모르겠어요.
7.이따 바둑전을 보려면 슬슬 자야겠군요. 알파고가 대국 직전에 기계 목소리로 '자신이 없네요. 질자신이요.'라고 외쳐주면 재미있을 텐데.
결과라 생각하는건 사실 과정일 뿐이라서 승부가 없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