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뼈는 침묵이다_고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사실 소리의 뼈는 침묵이라고 말한 사람은 기형도 시인입니다. 잎속의 검은잎이라는 유고 시집에 동시가 실려있습니다. 


소리의 뼈
기형도

김교수님이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 그 말을 웃어넘겼다, 몇몇 학자들은
잠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김교수의 유머에 감사했다
학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일 학기 강의를 개설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장난삼아 신청했다
한 학기 내내 그는
모든 수업 시간마다 침묵하는
무서운 고집을 보여주었다
참지 못한 학생들이, 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침묵일 거라고 말했다
박군은 그것을 숨은 의미라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에 접근하기 위하여 채택된 
방법론적 비유라는 것이었다
그의 견해는 너무 난해하여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다음 학기부터 우리들의 귀는
모든 소리들을 훨씬 더 잘 듣게 되었다
----기형도, [소리의 뼈]({입 속의 검은 입}, 문학과지성사) 전문


최근에 신영복 선생님의 책중에 변방을 찾아서를 읽었습니다. 뛰어난 서예가이기도 했던 선생님이 자신이 직접 글을 쓴 현판이 걸린 곳을 찾아 이런 저런 소회와 역사적 철학적 의미를 되짚는 그런 신문 연재물이 있었는데 그걸 모아 책으로 내신 것이죠. 


책이 얇기도 하고 내용이 쉽게 읽혀서 누구나 즐겨 읽을만한 책이지 싶습니다. 이 작은 책 한권을 읽으며 신영복이라는 한 인물의 생애를 떠올립니다. 41년생,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투옥되어 20년의 수감 생활. 전주에서 8월에 출소.. 이후 교직에 계시며 여러권의 책을 내시고 우리에게 익숙한 "처음처럼"이라는 소주의 글씨가 역시 선생님의 글씨라고 합니다. 


통일혁명당 사건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신영복 선생님의 연관 여부는 이 인터뷰를 보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http://legacy.www.hani.co.kr/section-021075000/2006/05/021075000200605110609056.html 


어찌되었건 파쇼 정권하에서 억울한 옥살이 20년이면 분통이 터지고 한이 쌓여서 고운 말 한번 하기가 힘이 들것 같은데.. 선생님의 글들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나 더불어 숲을 보면 깨달음을 얻은 인품이 엿보입니다. 


변방은 중심에서 떨어진, 지역적으로 멀기도 하고 혜택에서도 소외된 곳을 말합니다. 선생님의 글들이 그런 곳에서 자리잡고 있는 것은 변방이 중심이 되는 흐름속에 언젠가 변화를 기대하며 묵묵히 나아가라는 그런 뜻은 아닌가도 싶습니다. 해남의 초등학교 분교, 상원사 문수전,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 이세종 열사와 김개남 장군의 묘비, 박달재 현판과 고 노무현 대통령 묘비, 서울시장 집무실의 현판까지.. 참 많기도 하고 다양하기도 합니다. 


글에 인품을 실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런 글의 모범이 있다면 그 예가 변방을 찾아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시대의 큰 어른이셨던 고 신영복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로써.. 제가 생전에 꼭 뵙고 싶었던 어른 한분이 또 가셨습니다. 

    • 삶에 대한 사유가 매우 깊으셨던 분입니다.

      • 삶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 저도 며칠전 그분의 책 한권 사서 어제가 되어서야 읽기시작했습니다. 머릿말이 좋더군요. 저도 20년 감옥생활이라니... 상상이 안됩니다. 그런 억을함을 겪고도 아무도 안미워할 수 있을까

      수면제를 먹지않고 잠들 수 있을까
      • 저라면.. 1년도 못버텼을것 같아요. 긴긴 수감 생활을 겪었던 분들, 그걸 이겨낸 분들이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물론 각종 흉악범이나 파렴치범들 말구요. 억울하게 옥살이 하신 양심수들.. 에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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