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the 100, 프로듀스 101)


 1.침몰하는 배에서 해야 하는 일은 딱 하나죠. 내리는거요. 하지만 대한민국이란 배에서 내려서 어디로 가겠어요. 박근혜가 키를 쥔 배에 타고있다는 건 겁나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죠. 운좋게 결정적인 빙산은 피해가기를 바라며 버티는 수밖에.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내구력을 테스트하는 듯한 조타 실력을 보고 있으면 아무리 정치 무관심자라도 흠칫거리게 돼요. 



 2.the 100과 프로듀스 101은 조금 비슷해요.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없는 곳에 떨어져버린 100명정도 되는 아이들이란 설정이요. 그러면서도 다른 점은 the 100은 결국 극일 뿐이지만 프로듀스 101은 아무리 잠깐 스쳐지나가고 소모품으로 다뤄지는 한명 한명도 한명의 분투하는 인간이라는 거죠. the 100처럼 그때그때 작가의 필요에 의해 나타났다가 소거되는 캐릭터는 없어요. 보여지지를 않을 뿐이지 101명은 한명한명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소우주죠.



 3.그래서 프로듀스 101를 다시 보면 이전에 안 보였던 게 보여요. 아...저 캐릭터는 저 때 구석에서 저러고 있었구나. 저 캐릭터는 저 때 저런 표정으로 있었구나 하는 것들이요. 드라마처럼 작가에 의해 제어되는 복선 장치들이 아닌 실제 설정인 거죠. 물론 현실은 극과는 달리 어떤 일이 일어날 때 그럴듯한 복선이 없을 수도 있고 그럴듯한 복선이 있다가도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도 하죠. 



 4.흠.



 5.생생하게 만들어진 캐릭터는 가끔 작가의 의도를 뛰어넘어 극 자체를 바꿔버리기도 하죠. 아무리 서사 위주의 이야기를 써가는 작가라도 너무나 캐릭터가 생생해진 순간...알아버리는 거예요. 이 캐릭터는 이 상황에서 이 서사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거요. 원래 계획된 서사를 깨부숴버리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순간 그 캐릭터는 이야기라는 소우주 안에서 신(작가)의 의도를 거스르는 존재가 되는 거죠. 


 좋은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 프로듀스 101을 계속 돌려보고 있어요. 돌려볼 때마다 한 명 한 명 포커스를 맞춰서 '이번엔 황소영 위주' '이번엔 김민지 위주'하는 식으로 그 캐릭터는 그 순간에 뭘하고 있었는가? 하고 관찰하고 있어요.



 6.exid때도 말했지만 아이돌 자체보다 아이돌을 둘러싼 현상을 보는 걸 좋아해요. 사람들은 내심 자신이 열광할 만한 무언가를 찾는다고 보거든요. 그러나 무언가를 좋아하고 기대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실망하게 되는 일련의 사이클 때문에 열광할 만한 무언가를 찾는 기준을 너무 높여 버리고 말죠. 


 

 7.우리를 마지막까지 실망시키지 않을 무언가를 찾았거나, 찾았다고 믿게 된다면 우리는 열병을 앓게 되죠. 그건 이 침몰해가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걸 잊게 만들게 주는 기분좋은 열병이예요. 그 열병을 앓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건 기분이 나아지게 되는 몇 안되는 일 중 하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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