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
레진에서 연재 중인 이자혜 작가의 '미지의 세계'를 보았습니다.
볼 수록 신기하더군요. 그러면서 예기치않게 예전에 같이 영화나 공연을 보러 다니곤 했던 한 친구, 온라인 모임에 같이 나갔었던 다른 친구 등등
제가 좀 더 어렸을 때 취향의 일부를 공유하면서도 '나는 저런 열정은 정말 가지기 힘들 것 같다'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사람들이 떠올랐어요.
저는 특히 배우 하나의 열성팬이 되어서 그의 필모를 따라간다든지 하는 것은 별로 해본 적이 없네요.
위에 언급한 영화나 공연을 같이 본 친구는 잘생긴 남자 배우에 꽂힐 때가 많고 작품의 선택 기준도 거의 그 부분이었어서
친구가 보고싶어하는 작품을 보고 난 다음, 친구는 오로지 그 배우에 대한 열정에 가득 차서,
제 입장에서는 대화가 별로 흥미롭게 이어지지 않았다든지 하는 기억이 많아요.
그러니까 저는 '덕질'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인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순간들이랄까요.
요새 트위터같은데서 오가는 이야기들의 톤은 정말로 제가 따라잡을 수 없는 종류의 것들이 아닌가 싶어요.
사실 새삼스러울것도 없는게, 약 15년 전쯤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 덕질을 중심으로 아직 '동인녀'라는 단어가 활발하게 쓰일때쯤(요새는 이 단어가 잘 안쓰이는것 같던데)
저는 심지어 창작 주체(?)로서 모임이나 행사에 참여했던 적이 종종 있었지만
주변을 둘러싼 열정이나 애정에 도저히 물들수 없었고, 언제나 이질감만을 느꼈던 기억도 나구요.
지금의 트위터 분위기가 그때 제가 만났던 사람들 사이의 분위기와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네요.
나도 좋아하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영화, 책 등등이 있는데
대체 계속해서 느끼게되는.. '덕질'에의 진입장벽? 이질감의 정체가 뭘까 생각해보니
저는 뭔가를 좋아하면 딱 대상 작품과 저와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은데
덕질하는 사람들은 뭔가 더 열려있는 것 같아요. 훨씬 적극적으로 작품이나 캐릭터를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에 활용?한다든지
뭐랄까 예술 감상의 태도가 엄청 확장적이면서도 동시에 세부적인 부분에 민감한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미지의 세계'에서 주인공 미지가 자주 하는
예술을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끼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게다가 그 부분에 너무 집중된 식의 접근법은
예술을 하는 입장에서도 무척 반감이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동시대 체고존엄 콘텐츠 미지노세카이에서 예술을 스노비즘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당연하게도 매우 부러 위악적인 것이죠. 고오급 인간들과.. 고급얘기들을 나누는 그런.. 것.... ★
'위'악적인 것인지 여러모로 저는 은근히 의혹의 시선을 보내게 되는 것이 연재 중에 작가인 이자혜씨가 참여한 순수 미술 전시가 이루어졌던 신생 공간의 성격이나 이후 그가 순수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영역의 내부적 분위기나 에너지가 미지가 가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태도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것처럼 읽혀서요. '커먼센터'를 스노비즘으로만 보는것은 아니지만.. 소위 '네임드'끼리 영차영차해서 힙하고 쿨한 뭔가를 한다는 자족감을 느끼는 분위기는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실제 작가가 참여하는 미술계나 미술계 인사들 사이의 분위기는 미지가 가지고 있는 시각처럼 극단적인 것은 아니라 다소 혼합적인 느낌이겠지만 어쨌든 저로서는 근본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어떤 것이 한 축으로 존재하고 있는것처럼 느껴져요. 따라서 저는 작품과 작가를 투명하게 겹쳐보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래도 완전한 '위악'은 아니며 오히려 부정하거나 지워낼 수 없는 본인 안의 성향을 자조적으로 폭로하고 있는 것으로 봤어요. 저 자신에게 그런 성향이 공감할 만한 것으로 강하게 다가온다면 위악이든 폭로든 자기고백이든 그 적극적인 표현을 통해 얻어지는 카타르시스가 상당하겠으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는 그렇지가 못하네요.
저도 솔직함에 가장 끌리는 작품입니다. 한편으로 미지의 세계가 보여주는 솔직함같은 정도에 충격을 받는 저는 이미 작가나 미지가 몸담고 있는 문화적 토대? 분위기와 거리가 먼 것, 단순히 그것 뿐인것 같다 싶고.. ㅎㅎ 어떤 이들 사이에서는 트위터로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내용들을 웹툰에서 하나의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 것 뿐인데 저같은 외부인(?)은 '진짜 솔직하다' 라며 감탄하게 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