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의 테레즈를 보니 비비안 마이어가 생각나네요.
인상적인 것은 놓치지 않고 꼬박꼬박 찍으면서 한장도 팔지 못한 채 차곡차곡 쌓아만 놓고 있다는 대사를 들으니
작년에 보았던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다큐멘터리가 생각나더군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보면 대부분 지나치고 놓치는 이미지 입니다. 카메라로 대상을 바라보지 않고 찍기도 한 것 같았는데,
밑에서 바라보는 듯한 구도의 인물사진을 통해 사진기를 가슴에 걸어놓고 그 위치에서 셔터를 눌렀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었죠.
테레즈와는 달리 비비안 마이어는 생전 유명세는 커녕 자신이 찍인 사진을 현상하지도 못하였다고 하더군요.
이전에 라이브톡 내용 관련한 장면이 나왔었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별로 중요한 것 같지도 않고
저에게는 테레즈와 캐롤과 오래된 캐롤의 친구외에 다른 인물들은 주인공들의 세상에서 방해만 되는 존재처럼 보이던데요.
반세기전 배경에 21세기에나 어울릴법한 인물들이 보이던데, '이미테이션 게임'의 키이라 나이틀리가 연기한 조안 클라크가 그렇고(실존인물 말고 극중에서요)
이 영화에서는 캐롤측 변호인이 그렇더군요. 뭐 자신의 직업에 충실한 것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대단합니다.
저는 '파 프롬 헤븐' 보다 '벨벳 골드마인'이 떠오르더군요. 영상의 탁한 컬러가 주는 느낌 때문인가 봅니다.
감독이 인터뷰에서 2차대전 이후의 여성 사진작가들 작품을 많이 참고했다고 했었죠. 비비안 마이어도 그 중에 언급되었으니 자두맛사탕님이 바로 보신거죠. 파프롬헤븐은 철저한 서크 오마주이고 인공적인 스튜디오 영화인 반면, 캐롤은 모든 면에서 여성적 시각으로 현실적인 느낌을 주려했다고 말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구요.
21세기에나 어울릴법한 인물이 사실 한 둘이 아니지않나요? 하지도 그런 면이 분명 있는게 캐롤과 애비가 과거 연인관계였음를 알고있으면서도 결혼을 어떻게든 유지하려 하는 걸 보면 전형적 인물은 아니거든요. 그 시대 동성애자들이 어떤 종류의 무시무시한 '처벌'를 받았는지 생각해보면 다들 시대와 살짝 어긋난 태도를 보이는데 저는 그 점이 참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우야된동, 방해꾼들 중 최악은 첫씬에서 테레즈와 캐롤의 재회 순간 나타나는 그 테레즈 지인이요. 나중에 이 사람이 어떤 순간을 방해한 건지 알고나면 관객입장에서 목을 조르고 싶죠. 재밌는 건 이동진 역시 영화 밖에서 이 방해꾼들의 연장선이 되었다는 점. 아까 해명글을 읽었는데 잠시, 설마 저거 해킹당한 거 아냐 했어요. 대략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