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 어려운게 아니다. 낯설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가 아니면 어려워합니다.
과학과 경제부분가 특히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그건 어려운게 아닙니다. 낯설 뿐이죠.

'올림픽'의 최고의 교훈은 이겁니다.
아무리 재미없어 보이는 비인기 종목도 규칙을 알면 재미있다.

과학은 실제로 복잡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물론 과학도 모두가 그런건 아닙니다-_-)
경제는... 글쎄요, 제가 생각하기에
너무 단순한 걸 일반인들이 못알아보게 어려운 방식으로 풀다보니
더 어려워진? 체계적인 천동설 이론처럼 
교묘하게 복잡한 헛소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 이건 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니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_-)

저는 월가(Wall Street)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을 좋아합니다.
그곳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이 왔다갔다 하는 곳이죠.
돈은 곧 권력이니까, 세계의 컨트롤타워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정말 중요한 결정들을 하겠죠?
그럼 그들은 합리적 이성으로 우리를 아름다운 세상으로 이끌겠죠?

그럴리가요. 
그들은 단순히 이성을 베팅하는 겜블러들일 뿐입니다.
어려운 말들과 자기들만의 합리성으로 고객의 돈을 모으고 한탕치는거죠.
(사실 이런 면에서 전 이성을 별로 신뢰하지 않아요.
말놀이처럼 느껴질때가 많죠. 가끔 과학도요.)
사실상 제재가 없는 사기의 천국.
속고 속이고 욕망이 뿜어져 나오는 수많은 인간군상들.
그러니 재미없을수 있을까요?

빅쇼트도 그런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기는 당연히(?)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이죠.
사태가 일어나기 1년 전 쯤부터, 
몇몇 금융전문가들이 이 사태를 사전에 간파합니다.
그들은 지금의 호황기가 빚더미 위에 지어진 사기라는 걸 깨닫게 되고,
곧 붕괴가 시작되리란걸 알게되죠.
수백만의 사람들이 집을 잃을 것이고, 
기업과 은행은 망할 것이고, 직원은 정리해고 될 것이고,
삶이 무너질 것이고, 자살할지도 모르죠.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실제로 그렇게 됐구요.
아... 기업과 은행은 구제 받았지요. 국민들의 세금으로요.)
그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대처해야 할까요?
언론에 나가서 이 위기가 올 것을 떠들어야 할까요?
사기치는 금융사들을 검찰에 고소해야 할까요?
그들의 말은 먹히지 않을 겁니다.
비웃음만을 살 뿐이죠.

그래서 그들은 세계 경제가 망한다는데 돈을 겁니다.
(제목인 빅쇼트는 가치가 떨어지는 것에 투자하는 경제 용어입니다.)
망하는거에 돈을 건다니, 이거 참 황당하죠?
하지만 뭐 못할게 뭔가요. 돈을 건 내기일 뿐인데요.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망할 세상,
자기라도 돈 좀 벌겠다는데, 누가 그들을 비난할수 있을까요?

지금같은 호황기에 갑자기 망하는데 돈을 걸다니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을 호구로 봅니다.
이런 튼튼한 시장이 망할리가 없고, 
그러면 망하는데 돈을 건 사람들은 돈을 잃을테고, 
그러면 자기는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테니까요.

이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는 어려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많은 뉴스, 영화, 다큐, 책에서 언급된 이야기를 또 하는거죠.
2008년 사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만한 이야기죠.
하지만 또 그런 경제이슈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역시 그냥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 영화는 경제라는 특수분야(?)를 어떻게 관객에게 이해시킬까요?

끊임없는 반복입니다.
이 영화는 탑클래스 남자배우 4명이 등장합니다.
그들이 한팀을 이뤄서 돈을 따는 영화일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각각 자신의 팀이 있죠.
그들은 월가에 있는 전혀 각각의 사람들 입니다.
그들 모두 각자 사태를 예견하고 망하는데 돈을 걸죠.
즉 같은 이야기를 몇차례 계속 반복합니다.
크리스찬 베일이 깨닫는 과정, 라이언 고슬링이 깨닫는 과정,
스티브 카렐 팀이 깨다는 과정, 브래드 피트 팀이 깨닫는 과정,
또 각자가 투자하는 과정이 이어지죠. 
같은 이야기를 변주하며 관객이 이해할 때까지 계속 보여줍니다.
제가 볼때, 티비와 인터넷이 존재하는 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게 반복학습해주죠.

이걸로도 부족했는지 영화는 그냥 대놓고 설명합니다.
뜬금없는 유명 카메오들이 출연해 
카메라를 쳐다보며 설명하고 또 설명합니다.

마치 계몽주의 시대의 작품들마냥
"왜 깨닫지 못해, 이 미련한 중생들아!!" 라고 외치는 작품이죠.
2008년 사태를 다룬 영화는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해왔는데
이 영화가 가장 주제 의식이 선명한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까지 대놓고 이야기해줘도 몰라?' 뭐 이런 걸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따분하진 않습니다.
사실 꽤 재밌어요.
빠른 컷 전환과 재기넘치는 대사들이
이 직선적인 메시지를 상당부분 보완해 줍니다.
그리고 만든 사람들의 이런 수고로움을 찾는 재미도 있죠.
그리고 현실을 보면 사람들이 못알아먹는것도 틀린 말은 아니죠.

영화는 딱 미국시민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결국 미국은 돈을 무작위로 찍어내서
너희들의 삶을 무너뜨린 놈들을 구제해주고
그 빚은 너희들의 세금으로 메꿀거라고 말하죠.
그리고 또 같은 방식으로 너희를 등쳐먹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우리같은 변두리 국가의 사람들은
미국이 아무리 자국 화폐를 찍어내도
달러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어날 전세계적 피해까지 생각하게 되지만요.

영화는 생각보다 윤리에 관해 묻는 영화입니다.
'스티브 카렐'과 '브래드 피트'가 이에 대해 
고뇌하는 부분이 잠시 나오기도 하죠.
하지만 정말 잠시일 뿐이고... 
그들이 할 수 있는건
결국 자신들도 거기에 편승해서 돈을 버는 것 뿐입니다.

세계는 어느순간부터 메트로폴리탄(거대 도시)의 연합체가 되고 있습니다.
국가, 시장, 이런 전통적인 것들, 그 위에 전혀 다른 세계가 있는 거죠.
뉴욕, 베이징, 런던, 파리 등등.
물론 이 메트로폴리탄의 연합에 서울은 끼지도 못합니다.
그냥 흉내만 내고 있죠.
이곳에 소속되면 세계 시민인 거고, 아니면 난민이 됩니다.
문제는 뭐냐면, 이건 국가 개념이 아니라서 통제가 안된다는 거죠.

저는 이 개념을 배우면서 세상에 대한 
전혀 다른식의 사고를 많이 하게되었는데(주로 좌절이었지만요-_-)
언제 방송에서 한번 이야기해봤으면 좋겠군요.
(아직 제 머리 속에서도 정리가 안되서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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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는 팟캐스트 놀러 많이 오세요. [영화는 알고 있다]
http://www.podbbang.com/ch/9350
    • (제 유전자에 어떤 결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적어도 제 눈에 보이는 사람들(동료들)이 고생하는데 저만 편하기는 차마 할 수가 없더군요.


      알고 봤더니 동료들의 고생은 당연한 그들의 몫이었고 동료들은 자기들끼리만 더 좋은 혜택을 누리는데 나는 당연한 내 권리도 못찾아먹었다.. 이건 각오하고 있습니다.


      위험을 알려서 욕을 먹고 같이 바다에 빠지기보다 위험을 이용해 돈을 버는게 칭찬도 듣고 돈도 벌고 명예도 얻는거죠. 그런데 저는 못하겠습니다. 그럴 위치도 아니지만요.


      흠 가서 약이나 더 먹어야겠어요.




      세계가 착취하는 자와 착취당하는 자로 나누어져 있다는 데 동의하고 저도 세상 돌아가는 것 알면 알수록 좌절입니다.


      그래서 '녹색 평론'은 비관주의라죠.




      저도 모든 일은 1 ->2 ->3 .. 이렇게 가다보면 10에 이르는 단순한 과정이라는데 동의합니다.


      제가 잘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인양 어려운 단어를 써서 얘기하며 진땀 흘릴때, 듣는 사람은 감탄할지 모르나(대부분은 제가 모르는 것을 간파하더군요.ㅋ)


       저는 '저는 사실 잘 몰라요! 공부 더 하고 올께요' 라고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욕먹고 내 팀이 위험해질 수도 있고 돈을 잃을 수도 있고... 그렇죠.

      • 마치 드론을 이용한 공격이 죄책감이 적듯이... 금융으로 인해 누군가는 피해를 받겠지만... 그 사이에는 많은 단계가 있고 죄책감은 거의 사라지겠죠.


        사실 영화속 인물처럼 자신이 돈을 버는 것에 그정도 죄책감이라도 느끼는 사람이 많다면 세상은 훨씬 좋은 곳이었을꺼란 생각도 듭니다.


        채찬님은 훌륭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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