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e Blue Eyes
좋아하던 사람이, 기한에 맞춰 일하던 곳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아직 기한이 다 되지 않았지만 자신이 있던 곳의 많은 부분을 정리했습니다.
기한이 있음을 안다는 것과
그 기한에 맞춰, 그 사람이 있던 곳이 비워져 가는 모습을 실제로 보는 건
왜 이리도 괴리감이 있을까요.
좋아하던 사람이, 그간 잘해주어 고맙다며
저와 제 동료에게 수제 케이크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기뻐서, 선물을 받고도 한동안 바라만 보았습니다. 마침 케이크 상자도 동화처럼 이뻤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있던 자리가 비워져 가는 모습을 목도하고
집으로 돌아와, 케이크를 먹는데 왜 이렇게 맛이 없을까요.
좋은 케이크집에서 만든, 평소에 제가 좋아하던 종류의 케이크인데도 말이죠.
변함없는 한 공간에서, 단 한 사람의 부재를 감당하는 것은 왜 이렇게도 두렵게 느껴질까요.
이제껏 그 사람으로 인해 의미가 있었던, 그 공간 속 저만의 작은 부분들이
모조리 그 의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이제 없어요.
일터에 고정적인 많은 사람들이 오가지만, 그들과 또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겠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기실 제게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입니다.
왜 딱 한 사람만 그 의미의 답이 되는 것인지.
부재를 어떻게 감당하시나요.
감정적인 성격이지만, 나름 큰일을 겪고 나면서 혼란과 동요를 겪을 만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저렇게 대처해야겠다, 계획을 하는 버릇을 들였고 마음을 그 계획대로 이끌고 가곤 했어요. 그에 어느 정도 성공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런 부분만큼은 계획대로 안돼요.
정말이지 불에 덴 것 같아요.
전에 올렸다 지우신 글도 읽었는데...
현실적으로 결혼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연애는 걸어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저라면 그 분한테 나 당신 좋아하니 연애 한번 하자고 하겠어요. 결혼은 무리인 것 아니까
그런 건 안 바라고 그냥 연애나 하자고요. 좋은 여자 생기면 보내주겠다고요. ^^
(다시 볼 수 있는 사람도 아닌데 고백하는 게 뭐가 그리 두려우신가요?)
고백했다 거절당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으니까.
나로선 할 만큼 했는데 뜻대로 안 된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미련이 남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말도 해보지 못하고 가슴에 쌓아둔 건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 같아요.
아... 전의 글에 짧게 다뤘지만
그분에게도 제가 더 다가갈 수가 없네요. 한가지 이유만도 벅찬데 더욱 많은 이유로요...
지금 일터에 앉아 있어요.
괜찮다고, 의외로 괜찮지 않냐고 스스로 반문하는데 눈에선 눈물이 쏟아질 것 같네요.
열도 좀 나고 토악질도 하고, 뭐 어쩔 수 없습니다
네, 어쩔 수 없죠. 인생의 많은 부분이 속수무책이었어요.
네, 방법은 거의 그것밖에 없으리란 걸 알아요. 예전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이조차 추억이 되어 엷어지리라는 것이 예상이 되고, 그렇게 되리라는 것조차도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