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도 추위를 견뎌나가기

스웨덴에 겨울이 늦게 온다고 좋아할 거 하나 없다. 언젠가 오게 되어있다. 마치 앗 늦게 와서 미안, 대신에 강하게 와줄께 라고 동장군이 말할려고 하는 것 처럼, 크리스마스때가 하지때 처럼 따뜻했다 (?) 라고 한 바로 뒤 부터 겨울이 왔다. 스웨덴 어디에는 마이너스 40 까지 내려갔다는 데, 내가 사는 곳은 그정도는 아니고 낮이어도 마이너스16도를 유지하는 그런 추운 날들이었다.

며칠전 학교를 가는 길에 갑자기 아이가 가다말고 멈추더니 나를 보고서는, 엄마 입이 차가워 라고 놀란 목소리를 말했다. 아마 얼굴이 다 어는 듯한 추위에 놀랐나보다. 보통은 코가 차갑다고 하는데, 아이한테  코가 차가운건 여러번 느꼈지만 입까지 차가운건 생각해보니 처음이었나보다.  응 세상이 다 추워, 무척 추워 라고 대답을 하니까 아이가 입을 내밀면서, 엄마 뽀뽀 란다. 뽀뽀를 하면 영하 18도의 아침 추위에 얼어붙은 입술도 녹을 거라고 확신하듯이. 길거리 한복판에서 아이랑 뽀뽀를 하고 웃으니까, 두사람 입에서 흰 김이 새어나오지만 따뜻하다. 


우리의 가엾은 육체는 늘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매일 매일이 작게 크게 우리를 보호해야 한다. 그것이 때로는 극심한 추위일때도 있고, 너무나 따가운 햇살일때도 있고 어쩌면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자갈길일 수도 있다.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건 몸뿐이 아니다.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찬바람 부는 심장의 세계를 견디어 나가기 위해 더 조심해야 하고 단단히 보호 하고 지켜야 한다.  많은 여자들이 이해할텐데, 가끔은 화장을 하면서 화장을 하는 행위란 정신적인 갑옷을 입는 행위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굉장히 유명한 향수개발자 인터뷰를 읽을 때 비슷한 말을 읽었다. 그 사람이 자신이 이런 이런 상황일 때는 이런 이런 향수를 쓴다 그러면서 집에 있을 때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향수는 나한테는 무장하는 것이랍니다. 요 몇년간, 나는 가끔 뜸금없이 선물이보고 엄마 선물이 많이 사랑해 란 말을 했다. 길가다가도 하고, 밥먹다가도 하고 책읽다 말고 갑자기. 어쩌면 그 말이 방패가 되어서 기둥이 되어서 작아지고 예민해진 내 마음 뿐 아니라 우리 둘을 세상 모든 것으로 부터 보호해 주기를 바랬나보다. 그 말을 하면 마음을 잃지 않고 다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잡을 수 있는 손, 잡아 주는 손, 뽀뽀, 그리고 믿음. 추위를 견뎌내기 위해서 산 모자 장갑 코트만큼이나 중요하다. 


    • 젠장 그래서 내가 이렇게 춥구나

      • 저는 오른손으로 왼손을 살포시 잡습니다. 뽑뽀는 거울에..

        괜찮아 널 사랑해

        미친*처럼 보이는게 유일한 단점입니다.
        • 안 춥게 만드는 약 좀 주세요

        • 난 오른손이 더 차요 그래도 왼손이 안잡아줍니다만 억지로 맞잡게 하죠.



        • 길거리 가다가 가끔 저한테 사랑해 합니다. 누가 들으면... 뭐 전화하는 줄 알겠죠

    • 언제나처럼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이가 주는 축복중 하나가  너무나 따뜻하게 사랑받는 느낌인것 같아요. 태어나기전에는 사랑해줄 준비만 하고 있었는데, 받는 사랑이 더 큰것 같은 느낌이 가끔 들때가 있어서 좀 미안해질때도..

      • 저도 아이 키우면서 그런 생각했어요. 부모의 사랑이 조건없는 사랑이 아니라 아이의 사랑이 정말 조건없는 사랑이구나 하고요. 

    •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이제 다섯살이 된 우리 둘째는 얼마전에 제 엄마가 의자에 발을 쿵 찧어서 무척이나 고통스럽게 폴짝 폴짝 뛰는 옆에 와서 "엄마 왜그래? 엄마 괜찮아? 엄마 사랑해.."를 시전하고 돌아서더군요. 아픈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하는게 너무 웃겨서 다들 깔깔대고 웃었는데.. 어찌보면 몸과 마음에 위안이 되고 도움이 되는 것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키워볼수록 아이들은 작은 기적이예요. 

      • 엄마 아프지마요 ㅠㅠ

      • 아주 다른 상황이지만, the hours에  어린 리차드가 엄마 한테 엄마 사랑해라고 말하는 장면, 어린 아이가 엄마한테 최대한 위안이 될려고 할때가 생각나네요. 


        어휴, 아이가 마음이 얼마나 아팠으면, 눈에 보여요. 예뻐라

    • 오늘처럼 추운날 꼭 맞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여기도 아직도 추워요. 영하 9도. 그래도 스웨덴 사람들은 이거야 뭐 한자리 수인데 라고 말합니다.

    • 추운 날씨는  고통스럽기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추운 날에만 나올 수 있는 글이, 정서가 확실히 있네요. 그리고 또 그것이 무척 아름답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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