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치즈 인더 트랩 감상
주말에 집에서 멍하니 4편을 내리 시청했습니다.
집중해서 봤다기 보다는 틀어놓고 밥먹고 청소도 하는등 생활을 했다에 가깝네요.
인상은 '나쁘지 않네. 이것보다 더 뭘 바래?' 입니다.
평범한 로코 드라마에 가깝지만 사실 원작도 뼈대는 그런식이거든요.
주연 배우들도 다들 비주얼도 연기도 다 좋아 보이네요.
몇부작인지 모르겠지만 원작에 있었던 초반의 지루한 갈등 요소들을 나름 추려내서 속도감이 있네요.
원작에 있었던 오영곤이라는 캐릭터를 뺀건 잘한 결정 같네요. (뺀거 맞나요?)
사실 원작의 주변 인물들은 대부분 캐릭터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의미없이 사건만 일으키는 '요소'들이에요.
캐릭터란게 없이 사건만 일으키는 존재들로 가득한 세계에서 '유정'이라는 인물을 소시오패스라고 표현하려니 먹힐리가 없죠.
남의 시간표 몰래 바꾸고 레포트 훔치고 폭력상해 유발시키고 술먹여 추행하려 들고 초면에 반말하고 폭력행사하려들고 핸드폰 빌미로 돈뜯어 먹는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 '유정'을 수상쩍게 본다는 '홍설'이라는 인물을 예민하다 표현하니 이게 말이 되기나 한가요:(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건 원작의 가장 큰 특징은 스릴러적인 요소가 가미된 것이라기보다는 로맨스가 거세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유정이 홍설을 좋아하고 홍설이 그와 사귀고 백인호가 홍설에게 감정을 느끼는 이야기임을 작가는 끊임없이 부정하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거 같은 느낌이에요.
이 삼각관계에서 소시오패스로 표현되는 유정만이 그나마 '왜' 좋아하는가 설명되고 나머지 둘은 오히려 연애세포가 없는 인간처럼 그려져요.
특히나 홍설은 얼마전에 들은 지대넓얕에서 묘사한 '백기사 신드롬'의 나쁜 예같아요.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못이룬 인정욕구를 밖에서 보상받아야 하는데 주변엔 물어뜯으려는 사이코패스만 한가득.
미치지 않은게 신기하고 감정표현에 그리도 서툰게 이해가 갑니다.
가장 감정에 솔직할 것같은 백인호라는 인물이 오히려 멍청할 정도로 말없이 두사람 옆을 맴도는 건 단지 작가의 필요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가 과거를 밝히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그의 역할은 끝이 나게되니까요.
최근 연재분에서 홍설과 인호가 싸우는 장면은 가장 바보같은 장면의 하나였습니다.
사실 대부분 로맨스 드라마가 그렇듯 이 드라마도 캔디의 변주입니다.
일하느라 바쁜 캔디에 사이코패스 취급당하는 안소니, 자기 감정에 비겁한 테리우스에 이라이자,닐이 십수명입니다.
혹은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 초반부를 길게, 아주 길게 늘여 놓은거라고도 할수 있겠네요.
역설적으로 원작 인물들이 비인간적으로 그려진 탓에 김고은, 박해진이 연기하는 드라마 속 인물들은 오히려 생명을 불어넣은 인물같이 보입니다.
지난 두편의 영화에서 욕만 먹은 김고은은 확실히 이 드라마가 도움이 될거 같네요.
서강준이 연기하는 백인호 비중은 줄어든것처럼 보이지만 극을 위해선 좋은 결정같아요.
원작에서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보나마나 그의 원한의 비밀은 사실 시시한 것일테니까요.
전체적으로 드라마는 원작의 예민함을 조금 평범한 로코로 메꾼 작품이지만 사실 그게 더 말이 되는 모양새입니다.
홍설은 원래 그런 인물입니다.
자신을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선배때문에 휴학을 하려하지만 초면에 함부로하는 날건달에겐 마음을 엽니다.
겉으로는 예민하게 굴지만 내면엔 완성되고 성숙된 자아란게 없는 텅빈 존재에요.
그게 작품에서 소시오패스로 표현되는 유정이 동질감과 애정을 느끼는 유일한 이유라고 저는 생각해요.
공감가는 글이네요. 원작에 약간 질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저도 주변 캐릭터가 섬뜩할 정도로 평면적인 면과 중심인물들 사이의 로맨스와 감정 묘사가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라고 느꼈어요.
원작의 초반부에서는 그런 결핍이 중심인물 유정의 내면과 결부되어 작품의 테마처럼 읽히는 부분이 조금이나마 재미있었는데(작품에서 묘사하는 세상 = 유정이 바라보는 세상, 유정 내면의 결핍, 이런 유정에게 로맨스라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의혹을 기반으로한 스릴러?)이제 극 전체의 양상은 삼각관계로 흘러가는 듯 하면서도 백인호와 홍설 모두 감정적 묘사가 굉장히 불충분해서 이게 뭐지? 라는 느낌만 드는듯 해요.
심지어는 서브 캐릭터들인 보라와 썸타는 그 남자 캐릭터(이름이 갑자기 기억 안나네요..) 사이도 괴이합니다. 갈등만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서로 달달하게 교감하는 상황이 더 묘사되어 있어야 이후의 갈등이나 복잡하게 꼬이는 관계에 흥미가 생길텐데 서로 좋아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건 그냥 설정만으로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극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그저 지루한, 의미모를 오해와 어긋남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