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죽는 것)


  1.예전에 그렸던 만화에 나오는 녀석들 중 어떤 녀석이 있어요. 행성을 날려먹거나 피할 수 없는 촘촘한 탄막을 광년 단위로 깔아대는 녀석들이 존재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녀석이 제일 쎄죠. 끝판왕보다 더요. 하지만 녀석이 하는 일이라곤 두가지뿐이예요.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보상하거나 보복하거나. 녀석은 하고싶어하는 일이 없거든요. 그렇게 살다가 어느날 별볼일없어 보이던 녀석에게 따라잡히고 말아요. 


 그 만화를 다 그리진 않았지만 이미 구상은 다 해 뒀어요. 이 녀석에게는 아주 처참한 최후를 준비중이예요. 왠지 이놈이 나를 닮은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거든요. 끝판왕보다 세다는 걸 빼면요. 하긴, 작가가 만든 캐릭터들은 모두 일정 부분 작가를 닮긴 하지만요.


 록키에서 록키가 이런 말을 하죠. 세상보다 더 강한 펀치를 날릴 수 있는 녀석은 없다고요. 운 좋게도 세상이 날리는 강한 펀치를 맞아본 적이 없어서 으스대는 녀석들은 만화 속에서라도 박살을 내주고 싶어요.



 2.늘 말하듯이 모든 것엔 밝은 면과 나쁜 면이 있어요. 요즘은 죽음의 밝은 면...장점이 점점 커져가는 걸 느껴요. 죽음의 밝은 면이 많아지는 건 아니고, 단 하나뿐인 밝은 면이 점점 커지고 빛나지는 거죠.


 모두가 어릴 때부터 아는 사실이지만, 죽으면 힘든 건 끝나잖아요. 그리고 힘든 일이 끝난다는 건 경우에 따라, 다른 모든 걸 합친 것보다도 더 좋은 거고요. 



 3.대학교 때, 자살한 사람의 장례식에 가서 그의 다른 친구들이 자조하는 걸 들었어요. 어차피 자살할 거면 돈도 땡겨서 펑펑 써보고 마음에 안 드는 녀석들을 다 없애버린 뒤에 죽지 않았냐고요. 뭐 그때는 저도 왜 안 그랬을까 싶긴 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죽더라도 돈을 다 쓰거나 마음에 안 드는 놈들을 보내버린 뒤에 죽는 건 절대 할 수 없을 일 같아요.


 지난번 말했듯이 강제된 모든 건 나쁜 거거든요. 만약 정말로 죽을 마음을 먹은 뒤에, 가진 돈을 카지노에 가져가서 펑펑 다 쓰고 대출을 내서 또 펑펑 다 쓴후 마음에 안 드는 놈들을 다 보내버렸다면? 그러면 그때는 죽는다는 사실이 너무 서글플 거 같아요. 왜냐면 그 상황에 스스로를 몰아버리면 그땐 정말로 할 게 죽는것뿐이고, 강제된 죽음은 슬픈 거니까요.


 

 4.흠.



 5.어른이 되고 보니 아마 죽는다는 건 카톡 메시지를 보내는 용기와 비슷한 거 같아요.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카톡 메시지를 다 써놓고 보낼까 말까 고민하다가...갑자기 어떤 순간, 알 수 없는 용기가 솟아올라서 전송 버튼을 놀러버리는 일 같은 거죠. 그리고 '에헷, 저질러버렸으니 이젠 되돌릴 수 없지롱.'하고 생각하는 거예요. 한데 어느 순간...모든 상황이 맞아떨어져서 그 전송 버튼을 팍 눌러 버리는 용기를 낼 수 있는 단 1초가 지나버리면, 또다시 그 용기를 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아마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게 되더라도 통장 계좌에 있는 돈들은 고스란히 남을 거예요. 



 6.뭐...이렇게 말하니 뭔가 우울해 보이지만 저는 인생을 좋아하는 편이예요. 하지만 그래도 요즘은, 언젠가는 죽음이 확실히 오긴 온다는게 다행이라고 느끼며 살아요. 언젠가는 힘든 인생이 확실히 끝나긴 끝난다는 보장이 있는 거니까요.



 7.음...죽음이 있다는 게 또 다행인 게, 어떤 선택을 잘 내릴 수 없을 때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면 이 모든 건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주식을 살까말까 고민중일 때,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말을 붙여 보려고 할 때 망설이다가도 퍼뜩 깨닫죠. 어차피 이 주식도 저 여자도 나도 100년 후에는 먼지가 되어있을 거라는 거요. 돈을 잃을 각오를 하고 위험한 다리를 건너든 말든, 여자에게 쪽팔리는 말 몇마디 쯤 듣든 말든 이 모든 건 먼지가 되어버려서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 될 거예요. 


 130년도 못 버티고 사라지는 하찮은 존재라는 게 참 다행이예요. 이렇게 하찮은 존재로 태어나서 그나마 용기를 내며 살 수 있으니까요. 저 같은 겁쟁이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었다면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며 살아가겠죠.


 ...써놓고 보니 역시! 2번 항목에 쓴 것처럼 모든 것엔 밝은 면이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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