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관련 글들을 보고 든 생각

매일같이 사측에서 자소서나 면접을 보는 일을 합니다


제멋대로의 기준으로 그때그때 꽂히는 기준에 따라 채용하는 기업들도 참 많고 그래서 자소설이 범람하는지도 모르지만

사실 (제대로된) 기업들이 자소서나 면접에서 자꾸 별거 없는 나의 과거 경험을 물어보는건

xxx의 대모험 류의 자소설을 기대하는건 아니고ㅜㅜ

아무리 작은 경험일지라도 거기서 스스로가 의미를 찾고 깨달을 줄 아는 사람을 선별해내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지나간 일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어떠한 형태로든 차곡차곡 쌓아서 결국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조금씩 바뀌어가거든요
(때로는 안좋게 바뀌기도 한다는건 함정...;;)

반면 자신의 과거 경험에서 별다른 의미를 못찾아내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제자리걸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거짓으로 써진 자소서를 100% 걸러내는건 불가능하지만 (필력 장난 아닌 분들 있어요ㅜ) 거짓 자소서 특유의 느낌이 있기는 해요.

이런 자소설들은 흥미롭고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외외로 '뻔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어릴때 거짓말 안들키려고 학원 빼먹은거 둘러대는 아이가 지어내는 얼핏 자기딴에는 그럴듯하지만 어른들은 아무도 안속는 급조된 이야기 같은 특유의 느낌이 있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합격 자소서라는 것들을 보면 엄청난 드라마가 펼쳐지는 자극적인 것들이 많지만

사실 '매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이렇게 딴에 드라마틱하게 써봐도

회사 생활 좀 한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별로 안어렵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고 패턴도 비슷해서 그냥 대충 스킵하면서 보게 됩니다

합격 자소서라고 돌아다니는 것들이 대부분 그래요

사실 딱 봐도 진심으로 마음을 담아 쓴 티가 안나요. 영혼이 안담겨있어요...


그럼 어떻게 이놈의 자소서에 영혼을 담느냐?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자소서는 결국 '매우매우 진솔한' 자소서가 아닌가 싶어요


영혼이 담긴 진솔한 자소서가 나오려면

우선 지나간 여러 경험들에서 의미를 찾아 그것들을 연결시켜, 그 경험과 깨달음, 배움 같은 것들이 어떻게 지금의 나를 형성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만들어봐야 합니다

무슨 도닦는 얘기냐고요?


스티브잡스도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에서 connecting the dots... 어쩌고 학생들에게 강조한 것 처럼

우리가 막상 그 일을 할 때는 보통 별 의도와 목적 없이 하더라도 결국 나중에 가서 이어보면

사실 그 경험과 깨달음들이 결국 지금의 나라는 인격과 내가 가진 능력이나 특성을 만들어낸거 아니겠습니까?

별거 아닌 과거의 봉사활동에서라도 '아 내가 남들보다 좀 더 성실하구나', '남들보다 좀 더 참을성이 강하구나' 하는 것들을 찾아내야 해요

이렇게 뭔가 진짜 깨달음을 찾아낼 수 있어야 글에서도 면접에서도 남을 믿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중요한게 '매우 구체적인 표현'입니다.

구체적인게 중요한게 '나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책임감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해봐야 도통 어떤 사람인지 알 도리가 없어요

'저는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하는 사람이며 일단 해야할 일이 주어지면 개인적인 희생을 통해서라도 노력을 다하여 팀에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나아가 인정받기 위해 항상 추가적인 노력을 더 하는 사람입니다'

정도는 묘사해줘야 대충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그림이라도 그려집니다 (이래서 짧은 자소서가 더 잘 쓰기 어렵습니다...)

이 어렴풋한 그림이 기업이 특정 직무에서 필요로하는 모습과 일치하면 합격 확률이 높아지는거죠


쓰고보니 너무 얘기가 길었는데 요즘 자소서 쓰시는 분들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요즘같은 취업난에 꼭 성공취업 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취업 후도 괴롭긴 해도 돈이라도 번다는게 어딥니까 엉엉)

    • 요즘 자소서 쓰고 있었는데 마침 정말 유익한 글을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 코미디 작법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웃긴(funny) 일은 누구에게나 일상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걸 발견하는 눈을 가진 사람이 코미디를 쓸 수 있다. 진부해 보이는 일상에서 그럴듯한 내러티브를 만들어 내는 건 구라를 치는 것과는 다른 영역의 작업이죠. 그런 관찰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같이 일하고 싶을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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