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한 편 추천드립니다! [사랑이 온다]

올 해 본 70여편의 공연을 통틀어서 최고였어요.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하는 연극인데요. 가격도 착합니다. 일반 1만 5천원, 학생 1만원.


'지구를 지켜라'에 나온 황정민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제가 쓴 리뷰 첨부할게요. 제목은 무려 '완벽한 연극'! 연극이 좋을 수록 리뷰는 짧아지는 것 같네요. ㅎ 경어가 아닌 점 양해 부탁드려요.





지독하다. 연극 [사랑이 온다](연출 심재찬)에는 한 치의 아름다움과 평화도 존재 하지 않는다. 배봉기 작가가 만든 이 가족이라는 소우주는 폭력과 악으로 가득 찬 지옥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 지옥에서 건져올린 한 줄기 구원의 빛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적막하고 고요하다. 이 작품, 올해의 연극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집 나간 아들(김수현 분)이 15년 만에 여자1(이소영 분)을 데리고 집을 찾아온다. 선한 인상의 아내(길해연 분)는 아들의 방문을 목 놓아 기다리고, 몸이 불편한 남편(박경근 분)은 아들의 뜬금없는 방문에 성질을 부리지만 은근히 기다리는 눈치다. 아들은 도착하자마자 욕지기를 내뱉으며 아버지에게 대든다. 그리고는 살벌한 이야기를 늘어 놓기 시작한다.


줄거리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 작품은 아무 정보도 없이 온전히 감상되는게 옳을 것이다. 무대가 주는 아우라 앞에 언어는 초라할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의 언저리에서 구구절절 몇 마디 문장을 덧붙여 본다. 작품은 예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작품의 윤리는 미학을 감싸고, 미학은 윤리를 지탱한다. 아름다움과 평화가 존재하지 않는 다는 문장은 고쳐져야 할 것이다. 여기엔 고통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는, 시간과 죽음의 윤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름답다. 지독한 비극을 다루고 있지만 결코 비극의 카타르시스에 매혹당하지 않는다. 비극의 연원은 폭력이었다.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시간을 껴안지 않고는 말해질 수 없는 것이다. 폭력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 끝엔 죽음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말해 질 수 없는 폭력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극복할 수 없다. 다만 “날마다 조금씩 짐승을 죽이고” 있을 뿐이다. 혹은 “거의 다 죽였다”고 “죽일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비루하지만 믿어야 한다. 


대본과 연출과 연기가 완벽에 가깝다. 대극장이 소극장처럼 느껴졌다. 왜 연극인가, 에 대답하는 작품이다.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더 이상의 설명은 불필요하다. 결코 놓쳐서는 안될 작품. 공연기간이 짧다. 12월 5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공연한다. 




    • 예전에 극단 산울림의 '사랑은 흘러간다'라는 연극 본 게 기억나네요. 흘러가는 것보다는 오는 게 좋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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