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을 소싯적에 보고 절감한 게 뭐냐면, 악령이~퇴마를~ 같은 대사를 한국어로 치면 소름끼치게 어색하다는 거였어요. 서양의 엑소시즘 영화 대사는 영어라는 필터가 씌어지고 자막으로 또 한단계 걸러지니 덜한데 비슷한 대사를 한국어로 직접적으로 들을 때의 그 어색함이란....
따라서 검은 사제들도 대사의 압박이 제일 장벽이 아닐까 예상했는데 다행히 걱정했던 것만큼 어색하진 않았습니다. 초반에 신부님들이 모여서 대화하는 장면이 약간 걸리긴 했지만 그 부분을 넘어가면 술술 진행됩니다. 대사의 로컬라이징을 어색하지 않게 처리했다는 점만으로도 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퇴마록과 비교해서 또 마음에 드는 점은 영화의 소박함입니다. 과한 설정도 없고 어슬픈 반전도 없이 구마의식을 중심으로 단순하게 풀었어요. 이런 부분에선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습니다. 이야기가 싱겁다고 느낄 관객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다만 저는 앞에서 지적한 대사 문제와 비슷한 관점으로, 설정이 과했다거나 이야기가 더 나아갔다면 그만큼 어색해졌을 가능성도 농후했으리라고 봅니다. 이야기가 싱거워지는 것을 감수하고 대신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추는 데 무게추를 맞춘 것 같은데 저는 이쪽이 더 좋습니다.
다만 캐릭터가 지나치게 단순해진 것은 아쉽습니다. 어떻게 보면 검은 사제들에서 진짜 주인공은 사제들이 아니라 구마의식 같을 정도예요. 그래도 배우들이 잘해줘서 캐릭터의 단순함은 큰 문제로는 느껴지진 않았네요. 일단 강동원의 비주얼이 워낙에 훈훈해서.....ㅋ
엔딩을 보면 속편을 예고하는 것 같은데요. 검은 사제들은 확실히 시리즈의 파일럿 같은 인상이 강해요. 속편이 제작된다면 좀더 과감한 시도를 해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