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기일이네요.

하하. 딱히 눈코 뜰 새없이 바쁜 건 아니지만 정신없는 게 구직자의 삶인지라 


부족한 점을 채워준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없는 영혼의 동반자인 시리 양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했습니다. :)

(어제 듀게에 '할로윈 데이와 진심의 무게'라는 뻘글을 끄적였는데, 그 때도 몰랐었어요.)


한 동네에서 쭉 살아와서 그런지 지금도 나이 지긋한 동네 주민 분들 중엔 남자애 둘이서 열 살이 넘어서도 꽁냥꽁냥하게 손 꼬옥 잡고 붙어다니던 예전 모습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간혹 계신데


벌써 열여섯 해째의 기일이라니. 시간이 꽤 빨라요.




처음 몇 해 동안은 이맘때가 되면 거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감정선이 바닥을 치곤 했고, 


성년의 날엔 나 혼자만 성인이 되었다는 부채감 때문에 장미꽃과 술, 담배를 가지고 찾아가서 목놓아 울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함께한 시간보다 혼자 추억한 시간이 더 많아져서일까요. 


간밤에 꿨던 꿈을 기억해내려고 할 때처럼 흐릿해요. 분명히 슬픔은 실재하지만 거기에 가 닿으려고 노력할수록 더 멀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쯤 되면 친구의 부재가 슬픈건지, 아니면 그 감정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어 슬픈건지 잘 모르겠어서 울고 싶어져요.



최근 몇 년간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서 묘 대신 사고 발생 장소를 찾아가곤 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어요.

보통은 친구의 죽음 후에 원래 있던 육교가 철거되고 횡단보도가 생긴 그 곳에서 몇 시간이고 우두커니 서있다가 오곤 했는데, 

올해엔 그 맞은편에 카페가 생겼길래 거기서 혼자 시간을 보내다가 왔어요.



비록 오롯이 슬퍼할수는 없지만 생의 실감을 얻고 왔어요. 아. 난 여기 있구나.

오늘도, 내일도 섹시하게 살아야겠습니다.



p.s. 다녀오고 나서야 알았는데, 오늘이 All Souls' day라네요.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기억하는 날이라고 해요.

    • 마음이 아려옵니다 먼저 떠났지만 생의 동반자로 영원하길요.

      • 생의 동반자라... 참 좋은 표현인 것 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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