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1.발원지를 알 수 없는 굉음이 멀리서 들려오는 도시를 헤치며 돌아오는데 갑자기 식사를 안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한식을 매우 먹고 싶었어요. 정확히는, 제육볶음정식이요. 이건 둘중 하나겠죠. 내게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거나, 최근 느끼한 것들을 너무 많이 먹었거나. 둘 다일 수도 있겠네요.
2.한데 24시간 도시락을 배달하거나 야식을 배달하는 곳은 대개 번화가예요. 거주지에는 치킨이나 햄버거 같은 음식은 24시간 해도 한식은 글쎄요...뭐 딱히 없었어요.
아직은 아슬아슬하게 괜찮은 도시락 배달집의 배달 거리 내였어요. 택시에서 당장 내려서 도시락 집에 전화를 걸어 지금 서있는 곳에 배달 좀 해달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또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보니 이미 강남은 벗어나 버렸어요. 그래서 간만에 gs도시락을 먹어야지 하고 검색을 했어요.
강된장!
최근에 강된장 제육이라는 도시락이 나왔나 봐요. 맛있을 거 같았어요. 동네로 돌아가 gs25를 순회하기 시작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모든 gs25점에 강된장 도시락이 없었어요. 진짜로요. 바싹불고기나 스팸도시락이나 홍석천 치킨도시락 같은 건 있었는데 하필 그게 없었어요. 모든 gs25를 도느라 너무 힘들어서 그냥 아무거나 사 가지고 가려고 하는데...잠깐.
모든 gs25를 돌면서 아무것도 안 사 가지고 나오는 저한테 인사해 준 곳은 딱 한군데였어요. 다른 곳들은 아무것도 안 사고 나가니까 인사를 안하더라고요. 뭐 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한테 인사를 해준 곳에서 사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다시 한참을 걸어 그 편의점으로 갔어요.
3.최근에 하루의 모든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는데 어떤 술집 앞을 지나가게 됐어요. 그리고 6월 달엔가 '꼭 한번 올께'라고 말했던 게 떠올랐어요. 그건 자꾸만 붙잡는 사장이 귀찮아서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그냥 한 말이지만...어쨌든 제 입에서 나온 말이잖아요. 흠. 입에서 말이 한번 나온 이상 빈말이든 뭐든 지키는 편이라 그냥 갔어요.
이 시간에 700ml은 도저히 무리일 거 같고 500ml정도라면 술집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잔씩 돌리고 하면 다 없앨 수 있을 거 같아 그렇게 시켰어요. 앉자마자 '그동안 내가 여길 왜 안왔더라?'하고 떠올려 보기도 전에 그들이 상기시켜 줬어요. 귀찮게 구는 거요. 전혀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한명씩 들어오면서 인사를 하는 거 말이죠. 어떻게 하면 방해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친절하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시도하다가 그럴 방법은 없는 거 같아서 결국 큰 소리로 말해야 했어요. 휴, 그래서 그곳에 아예 발을 끊은 거겠죠. 서울엔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손님 대접을 해 주는 곳이 50군데쯤 있으니까요.
그래도 거기서 한가지 건진 게 있으니까 이 글을 쓰는 거겠죠? 옆에 앉아있던 사람 왈 '오빠는 다른 손님과 좀 다른 거 같다.'고 했어요. 이런 영업용 멘트가 어떻게 수습되는지 보고 싶어서 뭐가 그러냐고 하자 '완전 쿨한 거 같다'고 했어요. 전 곧바로 맨스플레인 모드로 들어가 이세상에 쿨한남자는 없고 남자들은 99% 찌질하며 쿨해 보이는 남자는 그 순간엔 아쉬운 게 없어서 그러는 것 뿐이라고 일장 연설을 했죠. 맨스플레인은 정말 재밌어요.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아요.
흠.
쿨함과 찌질함의 차이는 뭘까요. 저는 찌질한 상태가 좋아요. 찌질한 건 적어도 원하는 게 있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찌질한 남자는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이런 저런 걸 시도하고요. 그런 시도들은 지나고 돌아보면, 보상받을 가능성이 적은 비합리적인 시도들이지만 그순간만큼은 집중할 수 있는 거죠.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건 그순간만큼은 인생의 나쁜 것들을 어쨌든 잊을 수 있다는 거고요.
쿨할 수 있는 순간은 원하는 게 없는 순간뿐이죠.
4.휴.
5.갑자기 어렸을 때 읽은 어린 왕자 얘기가 떠오르네요. 어린 왕자가 만난 술고래가 말하죠. 술 마시는 게 창피해서 그걸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요. 그때는 '그럼 술을 안 마시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거잖아?'하며 한심해했어요. 술고래 아저씨가 멍청해서 저러는 거라고요. 하지만 요즘은 글쎄요...그런 행동은 멍청한 것과는 관계없는 거 같아요. 하루 하루 오류가 쌓이다 보니 뇌 속이 복잡해지고 복잡해진 뇌는 멍청한 명령을 내리는 게 아닐까 해요. 기계가 오작동하는 것처럼요.
기계식 시계라면 분해해서 오버홀이라도 하면 좀 나아지겠지만 인간은 그게 안 되잖아요. 어딘가 고장나고 틀리게 되어도 그냥 멈출 때까지 계속 가는 거죠. 잘못된 시간을 가리키면서요. 휴. 멈춰 있는 시계는 하루에 두번씩이라도 맞지만 고장난 채로 계속 가는 시계는 그냥 계속 틀리는거죠.
아, 다음에 써야겠네요. 네이마르가 골을 넣었대요. 화면에서는 라케치치가 넣은 거 같은데...해설이 틀린거겠죠?
난 가끔 1%만 쿨하다 그것도 마는데 그런 사람은 영화의 히어로 같은 생각이 들어 주눅이 들어요.
저도 3번에 흥미를... 인간은 다 찌질해요. 그건 인간이 사랑받고 싶어하는 언젠가는 죽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슬쩍 들여다본 술집 재미있습니다. '오빠..'라고 불리는 군요. 하긴 저는 '언니..'라고 불렸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