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파프리카 스프로 먹는 점심

영국 가디언 신문에 midlife ex wife라는 칼럼이 있다. 내용은 50대의 이혼 여성의 사랑찾기 라고 할까. 어쩌다가 지난 여름 부터 글을 읽기 따라왔는데, 처음에는 은근히 공감하면서 읽었다 (그랬으니까 계속 읽었겠지) 그런데 몇주전 부터 절반 정도 정말 이 글이 사실일까? 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여성은 정말 남자복이 없는 건지 아니면 인테넷 데이트랑게 그런건지 한 남자가 아주 길어야 5주 이상을 가질 않는다. 3,4 주 지나면 끝이 나고 마크도 로저도 다 사라진다. 그렇다고 그 다음 칼럼에 이야기 할 상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한번 데이트 하는 사람으로 부터 다음 3,4 주 동안 작가의 감정세계의 중심이 될, 아니 이 칼럼의 내용의 중심이 될 상대가 나타난다. 새 사람을 만나는 것 자채가 힘들은 나에게는 (물론 나는 인터넷 데이트를 하지 않았으니  그에 따른 내 잘못된 판단 일 수 있다) 새로운 사람이 계속 나타나는 게 더 이상하다. 

이 의심을 접어 두고, 작가가 쓰는 모든 일이 지금 현재 진행형이라고 믿는 다면 이번에는 이 작가의 용감함과 버티어 내는 그 힘, 그리고 사랑에 관한 끝없는 믿음과 요구에 정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농담이 아니라, 누굴 좋아하게 되어, 메시지를 받으면 심장이 떨리고, 다음 미팅을 준비하고, 그 상대가 운동과 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가볍게 한 흰 거짓말을 증명할 기회가 있을 지 없을 지 모르는데도, 집에서 살사를 혼자 배우고, 그가 다닌다고 한 수영장 표를 끊고 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2,3 주 달콤하디 달콤한 메일들을 주고 받고, 나는 당신과 사랑에 빠지고 있어요 이런말을 들은 다음 주에, 아, 나 생각이 바뀌었어요 란 말을 듣는 걸 이렇게 반복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그렇게 누군가에게 나의 감정을 투자하고 (이 단어는 정말 싫어하지만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게 저버려지는 걸 3,4 주 마다 경험하며, '당신은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라는 말을 욕처럼 들어야 하는 걸 반복할 수 있을 까? (아, 나도 내가 사랑스러운 사람이란 말이 내가 사랑받는 사람이란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아주 힘들게 깨달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반복함에도 어떻게 다음에 누가 나는 당신과 사랑에 빠지는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할  때, 그의 말을 오직 그의 말로 받아들일 수 있을 까? 그의 행동을 오직 그의 행동으로. 정말 이 칼럼의 작가는 대단하다란 생각이 든다.


날씨가 선선해져서 25도였다는 타이완에서, 아침에 일어나니 영하 2도에 서리가 쫙 깔린 스웨덴으로 돌아온 S는, 밤 11시 비행기로 도착했는데 다음날 부터 열심히일하더니, 결국에는 감기에 걸린것 같다고 메시지가 왔다. 토요일에 집에서 볼까, 시내에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이걸 아직 결정짓지 않았던 중, 정말 두달 만에 내니 문제가 해결되어서, 혼자 나갈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선물이 겨울옷들을 또 준비해야 해서 시내에서 봐요 란 메시지에 답이 꽤 오랫동안 없어, 왜지? 메시지 또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을 머리 한 구석에 둔채 선물이랑 책을 읽고 있을 때 온 답이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괜찮으면 시내로 나갈께요 란 그의 말에 그러지 말고 그냥 집에서 보는 걸로 해요. 그냥 신경쓰지 말고 푹자요. 점심에 같이 스프 만들어요, 정말 간단하지만 맛있는 스프를 알거든요 라고 하자, 그래요 그럼 고마워요 라는 그의 답.

타이완에 갔다 올 때 마다 고등학생 머리처럼 짧아진 그의 머리, 그가 가던 주에 자른 내 머리는 벌써 많이 자라서 티도 안난다. 옆에서 그는 아채를 씻고, 무언가 더 도울려고 하지만, 워낙 내가 빠른 데다가 사실 무척 간단한 스프라 할게 없다. 향료 뚜껑 덥는 거 자기가 하겠다고 하는 그의 말에 웃어보이자 그도 웃는다. 그리고는 뭐 특이한 재료없이 만드는 이 고기 파프리카 스프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는다. 예전과 달리 내가 그 사진 프레임 안에 들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나는 물을 붓고 뚜껑을 덮고 이제 10분만 기다리면 되요 라고 말을 한다. 


집으로 나가기 전, 그는 당신과 함께 있는 게 참 평안해요 라고 말했고, 우리는 손을 잡았다. 4월에 그는, 자기의 손은 땀을 조절 하지 못한다는 거, 그래서 청소년 때 부터 누군가의 손을 잡아야 한다거나 만져야 할때를 굉장히 싫어했다는 거, 이런 것이 하나의 컴플랙스가 되어서 굉장히 수줍어 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우리가 잡고 있는 건지 내가 잡고 있는 건지, 살짝 손을 놓아보니 그의 손이 떨이지지 않는다. 다시 살짝 주어지는 손의 힘. 나 이제 가야한다고 할 때 까지, 이것 저것 이야기들을 하면서 손을 잡고 있다. 


그랑 내가 영원할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영원할거 같아서, 미래에 대한 어떤 약속 때문에 행복한게 아니라, 지금이 거짓이 아니라는 믿음, 그리고 바람불면 날아가는 그런 가벼움이 아니라는 믿음에 행복하다.  적어도 당신은 참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란 말을 단도로 쓰지는 않겠지, 모든 긍정적인 말들이 긍정적인 의미로 남아있겠지. 그리고 내가 이 사람의 침묵이나, 이 사람의 다른 행동들을 이 사람의 것으로만 보고 있다면, 다른 사람이 나한테 한 과거에 기준해 해석하지 않을 려고 한다면, 나는 쓸데없는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가을 햇살 화사했던 주말과 달리 월요일은 온통 회색이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동료 한명이, 정말 이렇다니까, 스웨덴의 가을도 지난 주말처럼 아름다울 수 있어, 진짜 화사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 :-)

      • 언니네 이발관 새 앨범은 언제나오나요?

    • 현재를 온몸을 다해 사는 것은 좋은 겁니다. ^_^ 그건 현재가 온몸을 다해 살아도 될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일까 생각해봅니다.

      • 어딘가에 살 힘이 있어서...

        • 맞아요. 내게 살 힘을 주는 것들이 너무나 소중하죠. ^__^ 그게 때로는 아이였다가, 그 사람이었다가, 나 자신이었다가 그렇더군요. 

    • 돈 몇배나 많이 버는 사람이나 연애 상대가 많은 사람도 어쩌다 그렇게 됐지만, 


      어쨋든 어쩌다 그리된 물질의 모습들은 그리 크다고 볼수는 없네요.


      그러게 어쩌다 그렇게 되듯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데도 어쩌다 그리 잡지를 못하면 허공을 휘저며 살고.


      님과 같은 연애가 이상적인데 그건 어려운 일입니다.

      • 이상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얻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 저도 항상 지금, 순간이 좋아야 좋은거라고 해요.
      • 지금 이 순간이 정말 좋다, 좋다란 나의 느낌을 믿어도 된다라는 것도 어떤 관계에서는 쉽지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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