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본 드라마 "상속자들"과 김우빈

드라마 뭐볼까 하다가 문득 상속자들이 김은숙 작가꺼라는 걸 알게되었어요.
심심풀이로 1회를 보다가 끝까지 다 봐버렸습니다. --;;;
무려 20회나 되는데!(전 16회짜리도 흥미가 떨어져 다 못보는게 수두룩...)

내용이 너무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 장르를 "매우" 충실히 따르는데다 현실감 제로라 제가 재밌게 볼 구석이 별로 없는데도
순전히 작가의 글빨로 끝까지 봤네요.
다 보고나서도 "헐...나 끝까지 다 봐버렸어!"라는 느낌

심지어 고등학생 설정인데 애들이 헤어 메컵 완벽히하고 대사나 행동하는게 성인같죠.
요즘 아이들이 성숙하다는데 저정도인가요?? 전 정말 고2때 생각하면 너무 어리고 단순했던 거 같은데;;;
가끔 중간고사니 공부를 하는척 나와도 이질감이 느껴진달까.
차라리 대학생이면 좀 낫겠다 싶은데, 고등학생 교복을 입히려고 저 나이 설정을 한걸까요.

특히 차은상과 김탄은 외박을 수시로 하며 둘이서 밤을 보내는데 그걸 주변인 아무도 개의치 않고(집에 들어가라는 몇마디 말 정도만..다리몽둥이가 부러져야하는거 아님미까!!)
그렇게 밤을 보내는데도 착하고 올바른 차은상은 밤새 공부만 하는걸로....(;;;)
차라리 사고를 치고 "풍문으로 들었소"로 가는게 낫지 않냐!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주인공을 반대하는 부친의 악행이 생각보다 싱거웠고 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공공의적 만들기....
아아 내가 이걸 왜 다 봤지. 내 20시간 ㅠㅠ

이 드라마에서 가장 반짝이는 사람은 단연 김우빈이네요.
이민호는 생각보다 연기가....흠. 외모는 주연인데 그 매력으로 연기력을 커버하고 있고 박신혜는 그냥 늘 하던대로.

김우빈은 예전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 처음 봤는데 그때도 정말 강렬해서 이후 드라마가 기대되었는데 이렇게 장 성장했군요.

상속자들에서 김우빈이 연기한 캐릭터는 정말 쓰레기에요.
왕따를 주도하는 일진이죠. 초반엔 저런 쓰레기 캐릭의 인기가 높았다니 의아했는데
김우빈이 연기를 잘했네요.
초딩처럼 좋아하는 아이를 괴롭히다가 안받아주니 상처입은 짐승처럼 쓸쓸해지더라구요.
대사를 치는 톤이라던가 감정을 폭발하는 씬도 좋구요.
중간에 차은상이 "그래서 날 어쩔껀데?"라고 하자
"내가 뭘 어떻게 해! 난 내 상처도 어쩌지 못하는데!" 뭐 그런 말을 하는데
그전까지 "저런 쓰레기같은놈..ㅉㅉ"하고 보다가 깜짝 놀랐죠. 말을 하는데 정말 자신의 상처도 어쩔 줄 몰라하는 쓸쓸함이 화내는 모습속에 녹아있었거든요.

뭐 여튼 기승전김우빈으로 끝나는 감상평이에요.
    • 최근에 스물 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서도 활약이 대단합니다.

      김탄과 차은상은 외박할만한 상황들이었어요~ 당장 잘 데가 없다던가 수학여행 왔다던가..


      여기의 십대들 말빨은 현실적이지 않아요. 현실의 아이들은 외모는 조숙하게 꾸밀지 몰라도 언어는 이렇게까지 스마트하고 위트넘칠 수가 없죠.

      쨌든 재밌었기에 용서는 돼요.

      • 저도 글 읽으며 그런 생각했어요. 평소 제 생각이기도 하고요. 나 어릴 때 완전 맹추였어? 코찔찔이였어? 라고요. 그런데 글 다 읽고 나서 생각하니, 제 친구들은 좀 범상치 않았던 거 같아요. 아니 제 시절에 그런 애들이 많았던 듯요. 어떤 애는 공부가 아예 체질인지라 티브이보면 머리 아프대요.. 독서평설인가하는 책도 스스로 구독해서 달마다 받아보곤 했는데 지금 봐도 어려운 내용들이었어요. 어떤 애는 영화에 빠삭한지라 요즘 영화평론가 저리 가라고, 어떤 애는 취미가 영어인지라 스스로 회화학원 알아봐서 맨날 쏼라 쏼라하고 다니고, 하여간 개성있달까, 깊이가 있달까. 애늙은이들도 많았고... 인터넷이나 티브이 매체로 정신 세계가 대동단결되던 시기가 아니어서 그런가... 다들 한 우물 파며 성격적으로도 안정감 있었단 기억이 퍼뜩 떠오르네요.




        게다가 당시와 이전 만화를 보면 주인공인 중고딩들이 왜 그렇게 철학적으로 심오한지.. (또는 심각한지..) 확실히 상속자들의 캐릭터들은 너무 세련된 화법과 정제된 태도를 가져서 읭? 스러운 부분이 적잖았지만, 올훼스의 창이니, 울지 않는 소년 등등... 심각하고 깊이 있으며 우아한 청소년들이 매체의 주를 이루던 시기가 분명 있었거든요. 수레바퀴 밑에서, 데미안 등의 소설에 나오는 아이들은 괴랄할 정도로 깊이 있고 철학적이죠. 그런데 그때는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으니.. 왜그랬던걸까요?

        •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저도,

          요즘의 아이들이 전보다 몰개성적이고 깊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학교폭력이나 미디어중독도 강도가 쎄지는 것 같고. 어른들 책임이 큽니다만.


          저두 고딩땐 나름 철학자였죠 ㅋㅋ 내가 아는 세상이 다인줄 알고. 그 시간이 도움이 됐는진 모르겠어요.돌아보면 창피하기만해서. 상속자 속 주요배역 아이들은 최소한 자기감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 부러웠어요.
    • 전 오히려 나이먹은 다음에 우연히 옛날에 제가 쓴 글이나 그 나이대의 흔적들을


      접했을때 "어라, 내가 이렇게 글을 잘 썼었나? 사고가 이렇게 멋졌나? 근데 지금은 왜 이래!"


      이랬던 적이 꽤 있었어요. 찌질함은 갈수록 현재진행형.




      저도 그 소리치는 장면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면서 그놈의 잔치국수 좀 같이 먹어주지... 싶었습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살아가는 건 언제나 녹록치 않죠. 


      영도에 관해 뭔가 더 쓰고 싶은데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이대로 마무리.

    • 전 고등학생때 정말 나름대로 방황하고 고민도 많고 쓸데없이 감성적이었는데 지금 그때랄 생각하면 정말 피식거릴 수준으로 세계가 좁았다고 생각하거든요.전 중2병스러울 정도로 우스웠는데 이 드라마에서 애들은 너무 성숙해서요. 그런데 또 무작정 내여자는 내가 지켜!!라고 큰 소리치는 김탄의 의지가 가볍게 꺾이고 결국 아버지의 허락을 구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적이긴 하네요. 정말 본인이 지키겠다면 허락과는 상관없이 집나가서 살림을 차렸어야 하는거 아닌가....;;;애초에 18살 여자친구 정도인데 그 난리를 치며 반대하는 것도 의아하긴 합니다만. 어린나이 첫사랑이 결혼까지 가는 확률을 생각하면요.
      • 댓글을 보다보니 어쩌면 저는 곧 학부모가 될테니 이미 기성세대의 눈을 장착해버린게 아닌가 의문이 드는군요. ㅠㅠ
        • 그러다 혼외자 생기면 재산 잘라 줘야되니까...라고 생각한 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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