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잡담

머리에 나름 신경 좀 쓸려고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미용실은 그렇게 많지만 막상 또 내 마음에 드는 미용실 찾기란 참 힘들죠.

그리고 요즘은 대부분 예약제다 보니 미용실 한번 가는 시간 맞추기가 참 귀찮습니다.


1년 이상 다니는 미용실이 있었지만 저번에 좀 실망을 해서 다른데를 가볼까 생각중이었죠.

그래서 어제 지나가는 길에 새로 생긴 미용실이 있길래

커트 가격이 너무 싸서 망설여졌지만 머리를 더 놔두기는 힘들어서 그냥 들어갔습니다.


20대 이후로 동네미용실은 절대 안갔습니다.

물론 잘 자르는 동네미용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한 경우가 별로 없었죠.

싸니까 자르긴 했지만 미용사간의 실력 차이는 확실히 큽니다.


예전에 어떤 미용사는 앞머리를 완전 일자 호섭이로 만들어놨길래

'앞머리가 너무 일자 아니에요?' 그랬더니 한다는 얘기가

'손님 두상때문에 이렇게 밖에는...'

내 두상때문이라면 지금까지 내 머리는 계속 호섭이었어야 했을텐데...


어제는 처음 가는 미용실이고 머리를 안자른지 꽤 돼서 사진을 보여주고 잘라달라고 해야겠다 생각했죠.

근데 제가 원하는 머리스타일에 딱 맞는 사진이 닉쿤 사진밖에 없더군요.

좀 민망하지만 닉쿤 사진 보여주면서 이렇게 잘라달라고 했죠.


미용사 표정이 굳어지면서

'손님 머리가 이렇게 뻗치는데 이렇게 짧게 자른다구요?'

근데 그 말이 '니 얼굴이 닉쿤이 아닌데 이렇게 자른다고?' 살짝 이런 뉘앙스로 들렸습니다.

뭐 제 피해의식 때문이겠죠.


'이때까지 계속 이렇게 짧게 잘랐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자신없어 하는 표정이길래 좀 불안해서

'앞머리랑 전체적으로 짧게 잘라주시는데 위에는 너무 짧지 않게 잘라주세요'


그 이후로도 의심은 계속 됐습니다.

이 머리는 너한테 안어울린다 라는 느낌의 의심이었죠.


미용사 : 머리를 어느정도로 짧게 자른다는거죠?

나 : 사진처럼 짧게 자른다니까요?'


미용사 : 머리를 자른지 얼마나 됐죠?

나 : 좀 오래됐습니다


미용사 : 이 정도면 지금 머리의 반을 자르는거에요.

나 : 네

 

미용사 : 그럼 평소에 머리에 뭘 바르세요?

나 : 왁스 바릅니다.


미용사 : 앞머리는 짧게 하실거에요. 길게 하실거에요.

나 : 최대한 짧게 해주세요. 너무 반듯하게만 자르지 말아주세요.

미용사 : 반듯하게는 안잘라요...


말로 설명을 하든 사진을 보여주던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의문을 표시하는 미용사는 없었기에 살짝 당황을 했습니다.

역시 닉쿤 사진이 문제였을까요.


뭐 어쨌든 결과는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와이프도 머리 자르는데 돈 아끼지 말라고 하는데 어제 머리 자른걸 보고 괜찮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그 미용실에 다시 갈 마음은 안생기더군요. 좀 피곤했습니다.








    • 배두나 숏컷 사진 들고 가서 이 머리로 잘라주세요 했다가 폭망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이 가네요. 개인적으로 배두나는 여배우 치고 좀 못생긴 축에 속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그 머리를 직접 해보니 배두나는 예쁜거였더라고요. 앞으론 닉쿤 사진 말고 셀카 한 장 담아두셨다가 그거 쓰세요. ^^

      • 좀 유명한 곳에 실력있다는 미용사들도 손님이 연예인 사진 보여주면서 똑같이 잘라달라고 하면 긴장한다고 하더군요. 다 자르고 나면 사진하고 다르다고 항의하는 손님들이 많아서요. 그럴때 말로는 못하지만 속으로 그런다고 하더군요. '얼굴이 다른거에요!'




        아무리 그래도 어제 그 미용사는 대응이 많이 미숙하다는 느낌이었죠.

    • 반 농담입니다만 미용사가 닉쿤 팬이었다던가 그랬던 거 아닐까요.

      서비스직은 아무래도 실력도 실력이지만 접객 솜씨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너무 친절한 것도 부담스럽지만.
      • 사실 친절한거는 둘째치고 고객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느냐 안되느냐가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과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데 고객이 원하는 머리를 자르기는 힘들죠.

    • 사진을 들이대거나 연예인 누구머리라고 하면 미용사들이 싫어하는 티가 역력한 것 같아요. 자기 생긴 탓 안하고 똑같지 않다고 컴플레인 걸까봐 그러는건지.. 설명하기가 어려워 그런건데. 미용사와 손님 사이에서 통역내지는 중재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어색어색.
      • 실력있는 미용사들은 고객이 뭘 원하는지 빨리 캐치하죠.

    • 우선 미용학원에서 쓰는 더미의 두상이 반듯해도 너무 반듯해요. 게다가 먹고 살 길을 위해, 욕심이나 감각 없이 배운 분들이 미용학원에서 배운 딱 그대로 자르시죠. 저는요... 두상이 정확히 콘헤드에요. 미용실 갈 때마다 번뇌가 확!!
      • 6개월 미용 아카데미 다니고 바로 동네에 미용실 차리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하죠. 특히 나이 들어서 뒤늦게 미용 배운 분들은 다른 미용실에서 일하면서 배우기가 힘드니.

    • 미용 실력도 중요하지만 손님 대하는 센스 때문에 미장원을 택하기도 하죠. 오래 전에 이대쪽에 괜찮다고 해서 갔는데 성인식 부를 때의 박지윤 사진을 들고 가서 이런 머리 하고 싶다고 했어요. 지금 생각하니 내가 무슨 짓을 했나...그런데 원장님은 침착하게 그 머리는 드라이를 엄청 해서 유지된 거라고, 매일 그렇게 드라이하고 젤 바르실 수 있겠냐고 하시더군요. 바로 꼬리 내리고 손질하기 편한 걸루요 라고. 그때도 원장님이 실력만큼 설득력도 뛰어난 분이다 했어요. 

    • 전 읽다가 그래도 머리는 예뻐서 단골이 되었습니다 로 결론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ㅎㅎ
    • 저는 항상 단정한 커트를 요구하는데 미용실마다 조금씩 달라요. 그래서 미용실을 여기저기 다니는 재미가 있습니다.

    • 그래서 저는 디자인이 전혀 필요없는 헤어스타일(윗뚜껑 상투, 주변머리 빡빡)을 고수합니다. 2번 바리깡이요. 하면 끝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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