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에 필요한 남녀의 용기


한참 동안 모니터 화면을 쳐다보았습니다.
3분도 되지 않는 유튜브 영상은 이미 재생을 끝마쳤는데.


여성 외모 품평이 끝나면 머리를 한 대 치거나 옆으로 밀어버리거나 큰소리로 윽박지르지 않아도 웃음이 존재하는군요.
 
남성의 용기와 여성의 용기는 무게가 다르다고 명확히 말하는군요.
남녀 모두 살아가는데 용기는 평등하다고 타협하지 않아요.
삶도 버거운데 왜 서로 싸우느냐고 말리지 않아요.


남성의 용기
무참히 거절당할지 몰라서 극도로 불안하지만, 용기를 내어서 고백함.


여성의 용기
사귀는 과정이나 이별 후 폭력, 살인, 강간이 발생할 수 있지만, 용기를 내서 고백을 받아들임.


스스로 자신을 포함한 남성을 노골적인 '찐따'로 묘사하지만 이미 알고 있어요.
남성의 특권과 권리를 칼날로 꿰뚫고 인지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풍자임을.


무대 위에서 나는 찐따입니다.
하지만 몇 걸음 무대 밖으로 걸어나가면 금방 강자의 위치를 회복하지요.
웃음거리로 전락하더라도 실생활에서 어떤 해악도 미치지도 않고 불편하지도 않아요. 


폭우가 쏟아져서 무너져내리고 있는 천막 아래에서 혼자서 빗물을 막으려고 사투하는 모습을 스치듯 본 것 같아서 잠시 밖을 쳐다보았습니다.  


국내 시사 주간지에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더군요.
공중파 PD가 만든 시사프로보다 적어도 읽을 가치는 있군요.


여성 혐오나 학대에 관해서 <The Murderer Next Door> 저자는 말하죠.


외모 폄하에서 폭력까지, 남성의 학대는 여성의 자긍심을 손상시킨다. 자긍심이란 연애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재는 도구로, 그러니까 일종의 가격

측정 센서다. 이 자긍심 센서가 망가지면 여성은 자신의 시장가치를 과소평가하게 된다. “남성은 여성에게, 다른 남자들이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을

테니 자신과 함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주지시키려 하는지 모른다. 강력한 배우자 감시 전략인 학대와 고립은 여성을 손상된 관계에 잡아매는 극악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니까 학대란, 자신보다 ‘시장가격’이 높은 여성 배우자에 대한 무의식적인 가격 흥정 전략이다. 마치 중고차를 고르며 이리저리 트집을 잡고 사

고 기록을 따져 묻듯, 학대는 배우자 여성의 가치를 줄여 잡아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도구다. 이 전략은 분명 자기파괴적이고 위험하지만, 자

신보다 ‘시장가격’이 높은 여성은 어차피 떠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우자보다 뒤처진 남성에게는 이판사판으로 해볼 만한 도박이 된다.


그렇다 해도 이것은 절망적인 전략이다. 1대1 관계에서는 학대를 통한 흥정에 성공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도 있는 반면, 온라인 공간에서 불특정 다

수를 향한 저강도 학대는 애초에 협상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서 가격 흥정이 될 수가 없다. 1대1 관계에서 써먹으라고 진화가 내장해놓은 전략이 엉뚱

한 장면에서 스위치가 켜진다. 더욱이 여성혐오는 연애 시장에서 그 남성의 시장가치를 더 떨어뜨린다.


몇 년 전, 여성회원이 많은 게시판에서 재미있는 해외토픽이 올라왔어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여성에게 그 비법을 묻자 "남자를 사귀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어요."라고 답변하죠. 
재미있었던 것은 댓글이었는데 오래 살지 못해도 남성과 사귀겠다고 한 여성들이 많았죠.


여성혐오가 극으로 치닫고 미러링도 나온 지금 시점에서 위의 용기 있는 댓글이 얼마나 유효할지 궁금하군요.

    • 역시 천관율이라는 말 나올 정도로 이번 시사인 기사 좋더군요. 빅데이터 수집에 치밀한 분석. 이에 비하면 피디수첩은 완전 초딩이 만든 거 현상분석조차 못하던 거였고.

      옮겨 놓으신 고급 스탠딩 유머에 저 또한 감명을 받았어요. 오늘 인터뷰기사가 나온 한 개그맨의 인식과 극명하게 비교되는...
    • 버그 라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또라이 남친을 떠나지 못하고 점점 동화되는 여자가 나오죠


      누가 무슨 짓을 하건 내 가치를 믿고 지키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며칠전 타워팰리스 살인이라는 기사 나온 것도, 삼십 년 결혼생활 동안 무슨 고문기술자처럼 아내를 괴롭히다 결국 어느날 자던 중 아내에게 살해된 사건인데 그런 폭력이나 모욕을 당하고도 별다른 보복이나 앙갚음을 못 한것 같아서 어쩌면 여자가 남자를 괴물로 키운게 아닌가 싶었어요.

      인분교수 사건도 그렇고.. 나에게 그런 짓을 하면 나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경고를 날릴 수 있는 멘탈이란게 흔치 않은것 같아요. 자기보다 힘과 권력을 가진 자를 상대로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6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0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8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