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요양병원의 장례식장

아파트 공고란에 전단지가 붙은게 한달전 쯤이었습니다. 아파트 정문쪽에 개업한 요양병원에 장례식장이 생긴다는 내용이었어요. 이미 허가를 받은 상태고 올해 말쯤부터는 운영을 한다는 것이었어요. 아파트 입주민들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 집값이 떨어진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주민회의를 알리는 방송이 저녁마다 나오고 거리에는 장례식장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입주민들의 참여가 낮으니 계속해서 방송해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전단지도 나돌고요. 


공원에 산책을 나갈때 요양병원을 지나칩니다. 요양병원은 왠지 초록을 둘러싸고 있을 것 같지만 주변은 회색입니다. 현관에는 주로 간병인과 환자가 나와있어요. 뭘 볼까 궁금합니다. 거리에는 철물점과 공구상들 벽지상 들이 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저는 그들을 보고 그들은 아마 저를 보겠죠. 휠체어에 앉아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 건강을 위해 산책을 나가는 청년.


죽는 건 피할 수 없으니 어딘가에는 죽음을 처리하는 장소도 있습니다. 죽음을 떠넘기는 것 같아요. 반려동물을 길에 버리는 것처럼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떠넘기는 거죠. 죽음에 대해서는 쉬쉬하고 질문보다는 애도를 표하는게 예의입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성한 소문이 떠돌고 죽음은 말이 없어요. 장례는 절차에 따라 착착 진행되고 계획에 따라 사람들은 돈을 내고 절을 하고 육개장을 먹습니다. 


그런데 누가 사제인가? 죽음이 단순히 시체를 물리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절차와 형식은 내용이 있어야합니다. 장례는 예에 관한 것이니까요. 불시에 죽음을 맞닥뜨린 산자들이 준비가 되어있는가? 나를 둘러싼 죽음에 대해 그걸 축복하든 저주하든 죽음은 이러한 것이다라고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가? 죽은 사람은 그 자체로는 더이상 세상에 부채가 없습니다. 장례는 결국 산자들이 삶에 대해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형식이죠. 


미래에 관해 가장 확실한 것이 내가 죽는다는 것이라면, 나는 곧 사제 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을 섬긴다는 의미가 아니고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의미에서요. 휠체어에 앉은 노인과 제가 얼마나 다른지도 잘 모르겠네요.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나가는 시간을 바라보며 과거를 떠올리고 있을까. 혹은 죽음 뒤의 무언가를 상상하고 있을까. 천국에 대한 희망인가. 혹은 윤회를 끊는 해탈인가. 남아 있는 산자들에 대해 연민일까.


장례식장은 12월 말부터 운영합니다. 지금은 9월이구요. 시간은 또박또박 흘러가네요. 아파트 사람들이나 노인이나 저에게나요.

    • 우리나라 골때리는거 같아요. 생로병사를 인정 안하는 분위기랄까 애는 낳으라면서 애새끼들 데리고 우리 아파트로 오는건 안돼 애새끼들 놀이집도 우리 아파트에는 안돼. 늙은이들은 빨리죽으라고 하고, 장애인들 시설도 안돼, 장례식도 안돼.


      이상합니다. 전국민들이 인생을 통채로 잊고 산다는 느낌이에요.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먹고 싶은 것만 먹으려고 하기 때문아닐까요..


        자유라는 이름 아래 나는 친구들과 가족과 감정 직업 등을 선택하는데, 이 선택이 결국에는 자기 주변에 성을 쌓는거죠.


        내가 원하는 것만 들어와라. 


        너, 는 더이상 이해할 대상도 아니고 타인 무관심 혹은 배척해야할 대상.



    • 요양병원에 근무했었는데 그냥 좀 슬펐습니다. ㅠ ㅠ


      어떤 이들은 알고나서 절대 요양병원에 안온다고 하는데 저는 나중에 요양병원에 입원하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여야겠구나..하고 생각했지요.

      • 얼마전에 병원에 입원한 기억이나요. 저는 하루 입원할 정도의 상태여서 그저 무료함에 링겔을 밀고 이리저리 나다니고 있었구요. 책을 보다가 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약을 먹었습니다. 저는 커튼을 치고 귀마개를 하고 잠을 잘 수도 있었죠. 거긴 제 자리였으나까요. 하루뿐이지만. 요양병원도 비슷하지 않은가요. 다만 요양병원에서도 제 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정말로 갈 곳이 없겠구나. 집으로 돌아간들 제 자리가 온전히 있을까요. 오히려 더 큰 외로움이 반기지는 않을까. 처음이 어려운법이지 두번째는 쉬우니까요. 그럼에도 저는 제 컵 대신 병원의 스뎅컵을 따라 간 어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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