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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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브르 박물관 소장, 앤 클레브 (독일명 안네 클레브)>

바로 '왕비의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영국의 헨리 8세와 그의 네번째 왕비와의 결혼 비화 말입니다ㅋ
왕이 어떤 여인의 초상화만 보고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막상 실물로 보니 영 그만 못해서 이혼 한다고 난리를 쳤던 그 이야기요^^;;

갑자기 그 문제의 초상화가 보고 싶어져서 다시 찾아봤답니다. 사실 초상화의 실제 주인이 어떻든 그 화가도 엄청 유명한 화가라 작품만 감상한다해도 의미가 있거든요.

일단 화가 선생부터 소개할게요. 이름은 한스 홀바인.  <어린 토끼>의 알브레히트 뒤러와 루카스 크라나흐와 함께 16세기 독일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3대 화가중의 한 사람이랍니다. 
이 분은 생애의 대부분을 주로 고국인 독일의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지냈지만 젊은 시절에 2년 정도 그리고 이후 만년에는 10여년간의 생을 영국 런던에서 궁정 화가로 지냈답니다. 당시 영국 왕이었던 헨리 8세의 총애를 받아 왕과 왕비들의 연작 초상화 그리고 왕자와 궁정의 고위 관리들과 유명인사들의 초상화를 여럿 남겼는데요. 그래서 이제 말씀드리려는 문제의 초상화도 이 분의 손에서 그려지게 된거죠.

세번째 아내를 잃은 헨리 8세는 독일의 제후국들 중의 하나였던 클레브 공국의 공녀 '안네'와 약혼을 하게 됩니다. 당시 관례에 따라 이 결혼은 물론 왕족들의 정략 결혼이었는데요. 문제는, 헨리 8세가 나쁘게 말하면… 몹시 미색을 밝히는 성향에, 좋게 말하면… 로맨스에 목숨을 건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당시는 모든 왕들이 국익에 따라 정략 결혼을 하는게 당연한 시대라...헨리의 이런 바램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었죠―,.― 사실 헨리는 담당 대사에게 약혼을 하기 전에 당사자인 공주를 실제로 만나 보면 안되겠냐고 청을 하다가 화난 대사에게 엄청 잔소리를 들은적도 있으니 말 다했죠ㅋ ( 당시 예법으로서는 무척 무례한 제의여서 헨리는 신하들 앞에서 그 무안을 당하면서도 아무 소리도 못했다는ㅋㅋㅋ)

하지만 홀바인이 그려준 초상화를 보고는 헨리는 뛸듯이 기뻐합니다. 자기가 꿈에도 그리는 이상형의 여인이라나...여튼 그리고 그 독일의 공녀와 만날 생각에 마냥 행복하게 지내다가 실제 만난 뒤로는....;;

대체 홀바인이 클레브의 안네 (영국 이름 앤 클레브)를 얼마나 미화해서 그렸길래 그 소동이 난건지...-_-;;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실망한 헨리 8세는 그녀와 6개월만에 이혼하고 위자료를 두둑히 줘서 독일 클레브 공국과 별 외교분쟁 없이 일을 처리합니다만
...결혼을 주선했던 토머스 크롬웰이라는 재상은 한 순간에 몰락하고 말죠. (청교도 혁명의 크롬웰 아님, 올리버 크롬웰은 동명의 조카손자라고 하네요)

 물론 공식적인 죄목은 '뇌물 수수와 반역적인 독직행위'였습니다만, 실제 이유가 중매를 잘못 서서 그렇게 된거라는 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이었죠;;

결국 토머스 크롬웰은 모든 것을 잃고 런던탑에서 참수되고 맙니다. 그는 죽기 전날까지 헨리 8세에게 애절한 탄원서를 보냈지만 감히 임금을 폭탄..-_-;;과 결혼시키려한 중죄인을 용서할 맘이 눈꼽만큼도 없었던 왕의 마음을 돌릴 수가 없었죠…>.<


그러면 마지막으로 초상화를 그린 화가 홀바인은 어떻게 됐을까요?...놀랍게도 별 일이 없었답니다!@.@

사실, 사기로 그림 그린 인간이 젤 혼나야 할 텐데, 예상외로 헨리 8세는 신경질적인 잔소리를 몇 번 하는 걸로 화가에 대한 문책은 마무리 짓고 말죠. 그것 뿐인가요. 그 이후로도 홀바인은 궁정화가의 직책을 잃기는 커녕 계속 궁에 머무르며 왕의 초상화를 그립니다. 대체 이게 웬 일일까 싶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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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바인이 그린 헨리 8세의 초상화 모사본, 원본은 소실됨>


그런데 홀바인의 초상화들을 보니 그 의문이 좀 풀리는 것 같습니다. 사실 헨리 8세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허영덩어리에다 바로 그 자신이 일국을 대표하는 일인자, 바로 한 나라의 왕이거든요ㅋ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를 후세의 왕들이 대대손손 볼 거라는거, 아니 왕들만이 아니죠. 왕국의 모든 귀족과 신민들이 다 볼 텐데...그 동안 홀바인이 그려준 자신의 초상화는 정말 너무 너무 멋진 것이었단 말이죠! 
사실 홀바인 만큼 제왕의 품격이 당당하게 그려진 초상화를 그려줄 사람도 없는 데다가, 더 문제는… 홀바인을 사기죄로 처벌할 경우, 그 동안 그려진 자신의 멋진 초상화도 다 뻥에 불과하다고 동네방네 소문내는 꼴이라...-_-;;

헨리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ㅋㅋㅋ
( 사진이 없던 시절의 비애....―,.― )


여튼....역사를 뒤흔든 왕과 왕비의 초상화를 감상해 보시죠^^
    • 조선의 화원들이라면 이단자라고 손가락질 하겠지요. ^^;;




      노국대장공주의 초상화들을 보면서 그녀를 사모하던 연산군이 생각나네요. 한국전쟁 때의 화마를 피해 남아있는 몇몇 조선의 왕들의 어진 이외의 다른 모사본이나 원본, 초기본 어진들이 발견은 될런지...아쉽네요.

      • 저도 노국공주 초상화를 본적이 있는데…연산군에게 그런 일화가 있었군요^^…… 유실된 초상화들 정말 아쉽습니다.…ㅠ

      • 조선의 화원들 얘길 듣고 보니 저 사건 당시 다른 궁정 화가들이 홀바인에 대해 어떤 평을 했을지 궁금해지네요ㅋ

        여튼 헨리 8세는 홀바인이 그린 자기 초상화가 넘 마음에 들어서 많은 복제품을 그리게 해서 잉글랜드 내에 돌렸거든요. ( 자신의 지지자들과 아첨하는 신하들에게^^)



      •   종묘에 있는 노국공주의 초상화입니다. 남편 공민왕과 부부 초상화로 그려졌네요.


        (듣자하니 태조 이성계도 이 초상화를 그렇게 좋아했다고 하네요^^)




      • 이건 노국공주의 단독 초상화....좀 다른 버전이네요^^;;

        • 종묘의 공민왕 부부의 초상화는 후대에 그려진 것인데, 이 단독초상화는 근래에 그려진 것이군요. 연산군이 좋아했던 것은 공민왕이 직접 그린 초상화를 중심으로 하는 콜렉션이라고...^^;;

    • 헨리 8세가 홀바인을 벌하지 않고 계속 잘 써먹은거(?) 보면 나름 헨리8세가 분별있게 처리 한거 같은데요

      그시절 화가한테 뭔 힘이 있었겠나요 그저 귀족이나 왕이 해달라는 대로 그려줄수밖에 없잖았겠습니까 ㅎㅎㅎ 그 사정까지 잘 헤아려 화가를 벌주지 않은거 보면 또 좀 따뜻한 구석도 있는 모양이고요 암튼 실물을 보고 나니 헨리 8세도 화가의 실력을 더 확실히! 잘 알게 됐을테니 그런 능력자를 내치는건 손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ㅎ
      • 그런것 같습니다ㅋ( 따뜻한 남자 헨리 8세…^^;;)


        중국 한나라 때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데ㅋ- 그 때는 미녀를 제대로 그리지 않아서―,.― …뇌물 바친 궁녀의 그림만 잘 그려줬다던가… - 화가가 그만 죽음을 당하고 말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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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당조의 화가 주방의 잠화사녀도입니다. 


        ( 이 분부터 궁정화가들의 미인도가 정착한다고 하네요)




        그 이전 시절인 한 왕조때는 미인도가 어땠을지...^^;;

    • 헨리8세는 어차피 바람 피울거면서 정실부인의 미모는 뭐하러 따진건지. ㅎㅎ 크롬웰이 처형된건 아무래도 독일인들의 뇌물을 받고 감히 왕인 왕인 자길 속였단 생각에 용서 못한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 예, 헨리 왕은 그렇게 말하더군요. 그랬는데 나중엔 크롬웰 만큼 일 잘하는 신하를 만나지 못하자 그를 죽인걸 엄청 후회했다고…얼마나 후회했냐면, 크롬웰을 처형하라고 충동질한 대신을 나중에 런던탑에 투옥할 정도로요…-_-;;

        여튼 헨리 왕은 한 순간도 안심할 수 없는 사람이라니까요…--;;
        • 헉 분노조절장애인가요? 조울증인가요? 확실한건 범죄자 과군요.
          • 헨리 8세는 영국사 최악의 폭군이랍니다…;; 앞으로 이 양반 얘기 계속할테니 자세한 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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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8세와 동 시대의 중국 명나라때 활동한 화가 당인의 모란사녀도입니다.




      홀바인의 왕비 초상화와 중국 황실의 여인 초상화(이 쪽은 지체 높으신 황후가 아니라....궁녀지만^^;;)




    • 청나라 건륭제의 정비 효현순황후의 초상


       


      건륭제는 당시 궁정화가로 서양인 화가들을 고용했는데 (가장 유명한 사람이 낭세령 - 이탈리아 선교사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 


      이 황후의 초상화에는 서양화의 기법이 보입니다.

    • Empress XiaoXian.PNG




      효현순황후의 전신상입니다.

    • 예술가의 뻥은 죄가 아니지요.하하


      재밌게 읽었습니다

      • 그렇죠...진짜로 리얼리즘으로 자기 초상화를 그렸으면 헨리 왕이 화를 더 냈을걸요...ㅋㅋㅋ (이 양반 거울도 안보시나...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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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조 가정제의 정비 효결숙황후의 초상화입니다.


      ( 본문의 앤 클레브와 동시대의 사람이죠^^)




      역대 명나라 황후들 초상화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외양을 지닌 분이네요.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몇년전에 동유럽을 여행할 일이 있어서 빈에 있는 미술사 박물관에 들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봤던 그림들이 생각나서 옛글을 뒤적이다 왔습니다. 사진이 없던 시대의 화공들은 요즘 말로 보정 기능이 있느냐.. 포샵 기능을 권력자의 맘에 들게 구사할수 있느냐가 생존의 관건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영 다르게 그릴수는 없지만 또 정말 사실적으로 그렸다가는 밥줄이 끊기거나 목숨이 오락가락할 수도 있으니까요. 




      예고하신 역사평설의 첫번째..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

      • 감사합니다^^


        빈 미술사 박물관에는 제가 젤 좋아하는 여제 마리아 테레사의 소녀 시절 초상화가 있죠.

        말씀하신 궁정화가들의 생존조건…--;;

      •  


        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소녀 시절 초상화.


        (이 분은 그 유명한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어머니.)


         

    • ㅎㅎ 벨라스케스가 그린 합스부르크왕가 사람들 그림을 보면 미화해서 그린것도 그 정도인데 실제는 어땠을지..

      마르게리타공주 성장도를 보면 애정을 담아 이쁘게 이쁘게 그려준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놈의 저주받은 왕가의 턱이 안습이기도 하고.ㅜ
      • 마르게리타 공주 초상화 저도 어렸을적 정말 좋아하던 그림이었죠^^ 화첩에 정성껏 모사하곤 했었는데ㅋ


        드레스 장식선 그리다가 선이 꼬여서 애먹었던 기억이...;;)


         


        ( 역시 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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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RTINEZDELMAZOjuanbautista_LaInfantaMar


         


        마르가리타 공주의 성장 모습인데...아직까지는 턱이 무사하군요...^^;; (그놈의 근친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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