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예전, 버스정류장

그시절의 저는 돈도 없고 미래도 너무 불확실했죠.
준비하던 시험에선 아무리해도 붙을 자신이 없었고
더욱더 가난해진 집안에 돈을 달라고 하기 미안했었죠.
아르바이트를 해도 간신히 생활비 수준이라 월급날 일주일전이라던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거나 하면 또 막막해졌어요.

그렇게 어느날 너무 많이 힘들어지면 버스정류장에 갔습니다.
어디론가 가려고 버스정류장에 간 건 아니에요.
그 버스정류장은 많이 이용하지 않는 정류장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 저의 그런 모습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어요.
그리고 벤치가 있었고 언덕에 있는 터라 멋진 한강이 보였어요.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한강 야경을 보면 조금 기분이 나아졌죠.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를 그런 불확실한 날에 그렇게 버텼어요.
집에 와서 잠이 들 때면 내일 눈을 떴을 때 서른이 지나있기를, 그럼 무언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아이러니한건 정작 서른에 그토록 원하는 많은 걸 이뤘음에도 저의 정신세계는 지옥에 있었다는 거죠.

가끔 차로 그 버스정류장을 지나칠때가 있는데
다시 찾아가 본 적은 없군요.
    • 전 지금도 그런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좀 앉았다 갈까 어쩌다 잠시 앉을 때도 있고 아쉬워 하며 가곤 합니다.

    • 얼마전엔 일부러 그런건 아니고 정류장 분위기는 좋았어요.


      저만큼 누가 앉는데 뭘 먹고 있었거든요.


      꼭 포레스트 검프 생각이 나는게 먹을래요 손바닥에 조금 덜어주고 싶은데 안먹는다 그럴거 같아서.

    • 원하는 것은 그냥 직장을 가지고 가족을 가지고 뭐 그런 평범함이었습니다. 그땐 그런 평범함이 저에겐 이뤄지기엔 너무 힘들어보였어요. 인정하기 싫었지만 모든 걸 다 실패하고(혹은 실패할 것 같은) 엉망진창인 날이 오래 이어졌거든요.

      버스정류장이 어디인지는 비밀입니다. 아마 아주 나이가 들면 한번 가보지 않을까요.
    • 좋은 글이네요. 제게도 그런 벤치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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