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유럽, 지금 스웨덴에서, (난민자 이야기)

선물이가 태어났던 해 여름, 선물이는 정말 착한 아가였다. 먹으면 자고 일어나면 먹고. 그래서 아이가 자면 무려 인터넷까지 할 수 있었다. 어늘 날 인터넷을 보다가 어떤 한국영화 예고편을 틀어봤다. 제목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내용이 한국전때 어느 마을 사람들이 피난을 가려는데 미군에 못가게, 학살한 그런 사건을 다룬 영화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예고편 중간쯤 엄마를 잃은 어린 아이가 운다. 엄마 찾는 울음 이었다. 그냥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온몸이 아파오고 끔찍하게 고통스러워서 예고편을 꺼버렸다. 순간, 친구들이 엄마가 된 뒤에는 아이들이 괴로워 하는 영화는 볼 수 없었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다 경험했을 것이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안다. 보통의 부모라면 한살도 안된 아이를 데리고 모든 것을 버리고 고무보트에 몸을 맡겨 바다를 건너겠다는 생각은 전혀 머리속에 들지 않는 다는 것을. 그런 생각은 상상도 안한다는 것을. 사실 아이를 데리고 자동차를 타고 4시간 가는 것도 힘들다. 아이를 안고 업고 걸어서 유럽을 횡단하겠다는 생각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결정은 더 이상 어떤 선택의 상황이 없을 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잠자는 듯이 보이는 세살짜리 어린 아이의, 소년이라고 부르기에도 어린 아이의 시체가 바다에서 떠다니는 것은 현실보다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상상할 수가 없다. 


몇주전까지만 해도 이들을 이민자라고 부르던 가디언도 이제는 난민자라고 부른다. 사실 몇주전까지만 해도 이민자랑 관련된 정치적 디스코스(discourse)와 아젠다는 극우파들의 소리로 덮혀있었다. '나는 나눕니다'란 켐페인에 참여한 스웨덴의 유명한 여작가는 ' 이런 사람들은 바보인데다 고집도 세어서 아무리 내가 사실을 말해도 듣지 않고 자기가 믿는 것을 믿어서 나는 지금껏 토론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더이상 침묵할 수 없다. 그들에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했다. 지금 스웨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중 내가 가장 기뻐하는 일은 바로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난 그렇게 생각지 않아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 그리고 '나는 내가 할 수 있을 걸 한다'라는 운동을 통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고 정치인들이 못하는 것을 하며 또 그래서 지금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새로 이 근방 도시에 난민들이 도착했다며 대학 직원중 한사람이 메일을 보냈다. 어린아이들이 많은 데 옷을 좀 바란다고. 선물이 어렸을 때 옷 중 몇개와 사실 신발을 남의 신던거 안 신는 거라는 데 그래도 따뜻한 신발 하나 남은게 있어서 챙겼다. 학교를 다녀온 선물이는 그걸 보더니 어 내꺼 하면서 다시 꺼낼려고 한다. 아이에게 이건 작은 옷들이고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아이한테 줄려고 한다 라고 말한뒤에, 선물아 너는 장난감이 많잖아, 그런데 장난감 하나도 없는 아이들이 있어. 좀 나누어 주지 않을래? 했더니 아이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자동차 두개를 주었다. 사실 처음 보는 그 직원의 사무실에 갔더니 나보고 고맙단다. 사실 안쓰는 거, 점심값같은 돈을 내는 건 제일 쉬운 일이다. 사무실 하나를 꽉찬 이 무걸든을 나르고 정리해야 하는 걸 스스로 맡은 사람이 나보고 고맙다니, 나는 나누는 걸 쉽게 해준 당신이 고맙습니다 란 말을 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지금 스웨덴은 어느때 보다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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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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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그 기사 헤드라인만 보고 차마 클릭해서 읽을 엄두가 안나더군요. 너무 끔찍한 일이죠.
    • 정말 지금 아무리 유럽이 힘들다고 해도 유럽에 있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극우 반 이민자 정책이 뚜렷한 헝가리나 덴마크 같은 곳에 보통사람들이 발벗고 이 난민자들을 도우는 것을 읽으면 너무나 가슴아픈 그 사진, 그 아이의 죽음이 참 큰일을 해냈다란 생각이 들어요. 


      스웨덴에 10대들이 극우 성향이 높아간다는 기사를 몇번 읽었는데 요즘에는 1kr (제일 작은 단위) 모으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답니다. 학생회대표 말이 모든 학생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모두 1kr은 절약할 수 있다라고. 그 학교 교장선생님이, 이런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교장이란게 너무나 자랑스럽다 라고 상기한 얼굴로 인터뷰 하는 게 좋았어요. 



      • 유럽 젊은이들의 보수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더니 스웨덴도 예외가 아니군요. 서유럽은 오히려 노인세대가 진보성향이죠. 그 분들 젊은 시절이 68세대였으니까요.

        문득 영화 '유령작가'대사가 생각나네요.


        " 요즘 젊은 애들이 우리보다 보수적이라는거 알지? "

    • 유럽에서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상황에 대한 기사들 제목의 기적이란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고 느껴요.


      제일 놀랍던 것은 이집트 부호의 섬 구입 제안이었는데 이탈리아와 그리스 양국의 답이 없다고 하네요. 해프닝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 음 이 기사는 읽은 기억이 없어요. 어떤 재안이었나요? 하지만 그냥 섬을 구입해서 난민들을 거기에 살게 두자 라는 제안이라면 문제가 많죠. 이 사람들은 새로 이주한 나라에서 교육을 받는 것도, 직장을 잡는 것도, 하나의 사회 일원으로 사는 게 필요한데요. 그래야 하는 건데 그냥 섬을 사서 더 큰 난민 지역을 만들자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죠. 지금 움직이는 많은 난민들 중에 전쟁지역의 난민 수용소에서 오래 살다가 그곳에 삶이 없어서 이동을 결심한 사람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은근히 걱정하고 있는 게 이 문제입니다. 난민자, 이민자들이 스웨덴 사회에 integration되는 게 힘든 요즘 정치인들이 어떤 리더쉽을 발휘할지. 

    • http://omn.kr/f9y1 


      정착지로서 제공하고 본인은 이를 위해 주거, 의료, 교육시설도 세울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해요.

      • 꿈같은 이야기네요. 


        갑자기 읽으니까 세상의 1%의 부자가 부를 몇%를 나누면... 뭐 이런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나는 군요....

    • 4월인가 복지국가 스웨덴에 대해 책을 쓰신 작가님 모시고 토론회 한적이 있습니다. 그때 가장 인상깊었던 스웨덴의 모습..혹은 구호중에 "국가는 국민이 사는 집이다.."라는 것과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는 것이 있었지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것이 국가인만큼 갈등의 목소리야 왜 없겠습니까만.. 기본적인 기조가 저렇게 단단히 잡혀있는 나라가 너무 부러운 요즘입니다. 세월호 사건이 아직도 묻혀있고 오늘도 권력자들의 탐욕과 부패로 고통받고 있는 이 나라에는 남을 위한 선행은 있어도 그걸 떠받치는 철학이 없어요. 




      아이들이 고통받는 영화나 소설을 볼수가 없습니다. 지금의 난민들 이야기는 머지않아 우리의 현실이 될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구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겠습니다. 

      • 아이들을 다 같이 책임 지는 것, 복지이겠지요. 다른 쪽에서는 참 많은 복지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는 복지의 힘을 경험하면서 삽니다. 




        정말 아이들이 고통받는 건,,,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대응하는 사람들을 보면 경멸이 느껴집니다. 

    • 죽어간 아이가 그 아이가 처음이 아닐텐데 많은 생각이 들어서 더 맘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목숨만큼 어른들의 목숨도 소중하고요. 하지만 아이의 희생이 이렇게 많은 사람의 맘을 움직이는구나... 여러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저도 아이들이 다 제 아이 같아지더군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이 저때문에 바뀔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때문에 그저 그들이 제게서 조금이라도 따뜻함을 얻었으면 하고 바라는 중입니다.


      단점은 그러다보면 제 아이는 뒷전이 되더라고요. 내가 주제넘는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싶을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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