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처음으로 보다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각에, 막 내가 생각을 하는 건지 꿈을 꾸는 건지 그 경계선에 있을 때, 자나요 ? 한 메시지가 왔다. "(메시지 소리에) 깼어요" 가 정확한 답이겠지만 그러면 얼마나 미안해 할지 잘 알고있다. "깨어 있어요"라고 답을 보내자, 오늘 범 별똥별 쇼를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으면 나가서 북쪽하늘을 보라고, 자신은 벌써 다섯개를 봤다고 그가 메시지를 보냈다. 아직은 반바지만 입고도 나갈 수 있는 날씨. 나가기 위해 옷을 입는데 "하지만 너무 오래 있지말아요. 벌써 늦은 시간이에요" 라고 다음 메시지가 왔다. "응 그런데 적어도 하나는 보고 싶어요. 나 별똥별 본 적 없어요" 라고 문자를 보냈다. 

북두칠성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는 하늘을 보면서 와 오늘 정말 별똥별 보기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하나가 떨어졌다. 하나봤어요! 다음거 기다려요 라고 문자를 보내자 S는 다시 한번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지 말아요, 벌써 늦었어요' 메시지를 보내왔다. 정말 순간이다. 같은 장소에 서 있다해도 다른 곳을 보고 있다면 누가 저기 별똥별이다 라고 말하는 사이 지나가 버릴 정도로 정말 빠르게 떨어졌다. 

두번째 별똥별이 떨이지는 걸 기다리면서 Sarah Waters가 한말이 생각났다. 'in your 40s, sadness enters your life. Before 40, you say hello to things; after 40, you say goodbye to them.' 아직도 새로운 걸 경험할 수 있다니, 거기다 더 이 새로운 경험은 다음에 또 해도 여전히 경의로울 것이다. 


S는 아직 계약이 끝나고 나면 더 남아 있을 지 아닐 지 결정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 관계가 언제까지 좋을 지 아무도 모른다. 사람이 마음이란게 순간 바뀔 수 있다는 걸 난 잘 안다. 지나고 나면 지금 내가 S 랑 함께 하는 시간은 별똥별 떨이지는 그 순간 만큼 짧은 시간으로 기억되는 그런 관계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S의 말대로 누군가로 인해 마음이 따뜻해지고 누군가의 마음에 자리잡을 수 있는게 아직도 가능하다는 걸 경험하고 있는 이 순간, 별똥별 떨어지는 경의로운 순간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그렇게 기억하고 싶다. 

두번째 별똥별이 떨어졌다. S는 이제 good night 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별똥별 보면서 소원을 비는 여기 사람들. 한가지 소원이 더 남아서 세번째 별동별을 기다리다가 서서히 찬 기운에, 또 내일 일해야 하니까 들어가기로 맘을 먹었다. 문을 열면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하늘을 한번 더 바라봤다. 세번째 별똥별이 그 어느 것보다 선명하게 떨어졌다. 

    • 저도 그 경이로운 순간을 함께한 느낌이에요 :) 사라 워터스의 말이 가슴에 남는군요. 커피공룡님은 언제든 온 마음으로 안녕할수있는 분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Hi든 bye든요. 경이로운 순간들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 요즘들어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한테 소중한 사람이 되는 건, 경이로운 순간이란 생각이 들어요

    • 이 장면이 떠올랐어요.


      • 어느 영화인가요? 



        • <아비정전 Days of Being Wild>(1990)입니다.

    • 아아...제가 왜 자버렸을까요...

      • 전 집으로 들어갈떄 왜 정원 바로 뒤에 있는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지 않았지 그럼 더 잘 보였을 텐데 라는 생각을. 

    • 보통 평생 몇개나 볼까요.

      • 별똥별 쇼때 깨어만 있다면 많이 많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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