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즈의 모니카 같은 이웃
무거운 잔듸 깎이를 가지고 해는 안나오고 비만 와도 쑥쑥 자라버린 잔듸를 깍고 있는 도중 이웃집 엠마 엄마가 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나에게 평소대로 안녕 인사를 하고 나서 그러고도 멈추어 서 있었다. 아 우선 하나 먼저 말해야 하는 거, 스웨덴에서는 시멘트로 만든, 그 안에 집이 안보이는 담이 없다. 우리 집은 정원이 딸린 아파트 1층인데 골목길 쪽으로는 낮은 나무로 만든 울타리가 우리집과 옆집 사이는 생나무 울타리가 있다. 나무 울타리는 그 높이가 선물이 키도 안된다. 엠마의 엄마는 뭔가 말을 할말이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녀한테 다가가자 생나무 덤불이 많이 컸다른 걸 지적하면서, 이 나무 울타리 높이로 다 짤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덤불 사이로 여러가지 식물들이 자라났는 데 그것도 좀 없애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층간 소음이 이웃간의 싸움 원인 하나라면 스웨덴 내에서는 이웃의 정원이 얼마나 형편없이 엉망인가가 이웃간의 싸움 원인 중 하나이다. 나는 날숨을 내쉬면서 내일 친구가 오는 데 같이 해봐야 겠어요 라고 답했다. 사실 중학교 이후로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나한테 이렇게 정원일은 하는 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엠마 엄마는 네, 그러더니 그런데 친구가 도와줄수 없으면 나한테 말해요 내가 도와줄께요 라고 말하고는 가던 길을 갔다.
잔듸 깍이를 두줄 돌렸을 까 했을 때 엠마 엄마는 벌써 일을 마쳤는 지 다시 그 자리에 와 서있었다. 그러더니 다시 한번 정말 말하겠는데 친구가 도와줄 수 없으면 나한테 말해요 나 정말 이런거 손질하는 거 좋아해요 라고 말했다. 순간, 아 이 사람은 정말 이걸 잘라버리고 싶어하는 구나 란 생각이 들어서 지금 할래요? 라고 물었더니 씩 웃으면 자기가 정원 손질 가위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결론은? 지금 우리집 마당에는 그녀가 잘라낸 나무가지, 덩굴 등등이 가득찬 이사할때 쓰는 큰 검은 플라스딕 봉투가 5개나 있다. 이 일을 다 끝내는 데 한 2시간 걸린듯하다.
그녀는 자르고 나는 잔듸 마저 깍고, 그녀가 잘라놓은 나무가지 봉투에 넣고 그러면서 평소 안녕? 안녕! 만 하던 사이였던 우리는 대화를 시작했다. 그녀가 맡아 키우던 동물들은 다 그녀것이 아니라 누군가 버렸거나 동물들이 힘들어 할 때 잠깐 돌봐주는 일을 한다는 것, (그래서 그렇게 동물이 많았구나!), 허리를 조금 다쳤다는 거 (그러면 이거 하면 안되잖아요?) 등등을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정말 몇년을 알고 지냈는데 이제서야 통성명을 했다. 그녀의 이름은 테레스이다. 테레스는 웃으면서 이렇게 된다니까, 그냥 선물이 엄마, 엠마 엄마로 지냈지 이름도 몰랐다니까. 테레스의 딸 엠마와는 좀 더 가까운 사이이다. 이제 만 10살인 이 아이는 가만히 보면 친구들과도 잘 놀고, 자기 보다 어린 동네 꼬맹이들과도 잘 지낸다. 구두가 너무 좋다는 이 애가 몇번 내 구두들을 감탄하길래 지난번에 선물이가 눈에 안보여 뛰어 나갔을 때 저희도 도와드릴께요 하면서 더 큰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선물이를 구슬려 데려왔을 때, 아이스크림을 주고 내 구두를 모두 보여 준 게 몇주 전 일이다.
내가 테세스에게 엠마는 혼자죠? 라고 물으니까 응 나랑 엠마 단 둘이야. 우린 처음부터 단 둘이었어 라고 말한다. 내가 그런데도 엠마는 큰 언니 같다고 하니까, 테레스가 응 애가 어릴 때 부터 그랬어요 란다. 이런 저런 이야기, 그러면서 테레스는 혼자인 자신은 지금 혼자은 내가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 지 안다, 자기는 늘 좋은 친구들이 옆에 있어서 해나갈 수 있었다 란 말을 한다. 그러더니 필요하면 언제든지 엠마가 선물이를 돌볼 수 있는 물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물이는 너무 예뻐 란다.
테레스는 일을 마치고 나에게 앞으로 이 생나무 덤불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 지 다시 알려주었다, 그러더니, 아니면 나한테 부탁하고 라고 말을 했다. 사실, 나는 이런 거 가꾸는 거 좋아하고, 또 잘 내 이웃들이 잘 손질된 정원을 가지고 있는 게 좋거든.
그녀가 가고 나서 갑자기 남의 집에 가서 청소해주는 프랜즈의 모니카가 생각났다. 동네 아이들 이름을 알게되고 그 아이들이 커가는 걸 보고, 서로 이집 저집 들어가게 되고, 아이들을 맡기고, 우리 동네 살기 좋은 곳이다.
저한테는 정말 큰 일인데, 아주 쉽게 다 해치우더라고요.
처음에는 살짝 겁이 났어요. 그런데 이 사람을 쭉 봐왔는데, 언젠가 한번 이웃 아이중 한명이 다른 아이 한테 아주 못된 말을 하더군요. 여기서도 남의 집 애 문제는 잘 터치 안하는데 아이한테 잘못을 알려주고 설명하는 걸 보고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본인이 다 해버렸어요. 다음에는 아예 날을 잡아서 정원일 하고 저녁을 먹는 걸로 해야 겠어요. 전 어차피 혼자서 못하거든요.
^______^ 이런 얼굴을 하고 글을 읽었어요.
저도 가게 앞에 나무 열여덟 그루로 된 자그마한 생나무 울타리가 있는데 생각난 김에 머리손질 좀 해주러 가야겠어요. 요즘 장마통에 부쩍 자란 터라...
한없는 게으름의 끝에 드디어 이 글로 일할 기운을 얻었네요. 그런 의미에서 Kaffesaurus님도 모니카. :)
그건 아닌 듯 하하. 전 입으로만 했잖아요 하하.
두 시간만에 완료! 내친 김에 고압살수기 꺼내 울타리에 쌓인 먼지까지 싹 털어내고 나니 잎파리가 막 이들이들한 게 저까지 마음이 시원해졌어요. 이제 맥주타임!
떨어진 나뭇잎이랑 가지 쓸면서 옆집의 모니카씨가 생각나 양옆집앞, 도로가까지 같이 쓸었어요. ㅎㅎ 뿌듯하군요.
:)
저런 스타일 저도 이해해요. 완전 다른 경우이긴 한데 저도 어쩌다 순수하게 노동을 자청할 때가 있었어요. 휴가때 혼자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그 친구가 이사한 후 1년이 넘도록 이삿짐 박스를 풀지 않고 급한 옷만 꺼내입으면서 침대 시트도 없이 집 전체가 일종의 '비활성화' 상태로 박스들 속에서 생활하고 있더라고요. 혼자서 도저히 정리할 엄두가 안 나기도 하고 매일 야근이라 시간도 없어서 그 비위생적인(...) 환경을 현실도피하며 지냈던 거죠. 친구에게 돈 달래서 목장갑 끈 락스 같은 걸 사다가 다음날 친구 일하러 나간 사이에 몽땅 정리하고 청소하고 빈 박스와 버릴 건 따로 끈으로 묶어놓고 저는 장렬하게 쓰러졌습니다. 하루종일 걸렸지만 깨끗해지니까 살 것 같았고, 무엇보다 지쳐 퇴근한 친구의 감격한 표정이 아주 판타스틱했습니다.
정말 좋은 친구이시네요. 진짜 친구분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 지 상상이 가요
저는 아파트 생활을 하는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분이 수영장에서 친해진 이후로 종종 음식을 해서 나눠주세요. 그게 또 하나같이 다 맛있어서 낼름낼름 받아먹고 있습니다. 음식만 전해주시는 게 아니라 손글씨로 이건 뭐라고 하는 음식이고 어떻게 먹어요 하는 쪽지도 함께 주셔서 더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아 그리고 잔"듸"로 알고 계신 거 같은데 이거 정말 옛날 표기법 아닌가요 'ㅅ';
이런 정말 언제 바뀌었지요? 제가 한국에서 배울 때도 잔디였을까요? 아마... 어쩌다 그렇게 기억하는 지 하하. 알 수 없군요.
일부러가 아니였다는 ㅠ ㅠ
정말 저한테는 큰 일인데 그걸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저도 그런 동네 살아요. 대부분의 아이들 얼굴을 알고 엄마들도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알고 ... 그래서 엄마들과 친하지않더라도 어떤 아이인지 대략 알고요 ㅎ
저는 그런게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