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 뉴욕의 작은 야외 영화제

아래 loving_rabbit 님의 글을 보다가 뉴욕 에서 살던 시절이 생각나서 잠시 향수에 젖었습니다.

그래서 옛글을 뒤적뒤적 하다 2006년에 올렸던 글을 발견. 후아 이게 4년전이네 벌써.

날씨도 차갑고 이래저래 뒤숭숭한 일도 많은 요즘 따뜻한 여름 사진들이나 함께 즐겨보았으면 해서

다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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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맨하탄 42가에 있는 Bryant Park 에서는 HBO가 주최하는 야외영화제가 열립니다.
매주 월요일 밤 8~9 시 사이에 공원내 야외무대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옛 영화들을
상영해 주는 작은 영화제입니다.

매해 여름마다 이 공원을 찾아 친구들과 영화를 보는것도 이제 3년째가 되었습니다.
잔디밭에 누워 맥주 혹은 와인을 홀짝거리며 빛바랜 영화들을 보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하답니다.
거기에다 적당히 불어주는 시원한 저녁 바람은 한여름밤의 정취를 더욱 돋구어 주구요 :)

그 동안 찍어놓은 사진들을 보다가, 갑자기 듀게에 이 분위기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사진들이 맘에 드신다면 좋겠네요. 동영상도 하나 올립니다.

브라이언트 공원은 맨하탄 42가에 있는 뉴욕시립도서관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공원입니다. 근처
직장인들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곳이죠. 나무 그늘에 앉아 체스를 두거나 책을 보거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무료 무선인터넷도 제공됩니다만, 접속이 절망적으로 안되더군요.

 

 

영화제 기간중의 월요일에는 공원내 잔디밭에 오후 다섯시 전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잔디도 휴식이
필요하니까요.

 

오후 다섯시 쯤이 되면 잔디밭 주위로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찍 도착한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다들 손에는 비치타올등의 깔개를 들고, 잔디밭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경찰을 주시합니다. 주변에는 긴장감이 돌기 시작하지요.

 

들어와도 좋다는 경관의 수신호가 떨어지면, 다들 달리기 시작합니다.

 

대략 5분후의 모습입니다.

 

이런 행사에 레인보우 깃발이 빠지면 뉴욕이 아니죠 :) 자리선점을 키스로 자축하는 커플도 보이는군요.

 

이제는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햇살을 즐기며 영화가 시작하기를 기다리는 일 만 남았습니다.
간간히 먹고 마셔주면서요. 공원 잔디밭에 누워서 찍은 6월의 뉴욕하늘 입니다.

 

친구들이 가져온 와인과 샌드위치 그리고 제가 가져온 김밥을 먹습니다. 김밥과 와인 은근히 잘 어울려요.

비치타올을 깔고 앉은 다른 팀과는 달리 저희 일행은 제가 가져온 대나무 돗자리 위에 앉아 있습니다.

능숙한 솜씨로 와인병을 따는 세호씨입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면 영화가 시작됩니다. 본 영화 상영전에는 항상 루니툰을 한편 상영하는데 호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영화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흐르면 관객들이 일어나서 춤을 춥니다. 주최측인 HBO 에서는 이걸 '5000 명의 HBO 댄서들'
이라고 부릅니다. 사진에 있는 팀은 흥에 너무 겨웠는지 다른 사람들 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춤을 추기 시작했네요.

 

 

04 년의 폐막작은 '러브스토리' 였습니다. 눈밭에서 뒹구는 장면이나 그 유명한 '사랑은 미안하다 말하지 않는것'
이란 대사가 여기저기에서 너무 희화된 탓이었는지 '눈물이나 짜내는 사랑영화 일테지' 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예상외로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여친님이 곁에 계시지 않았다는게 무척이나 가슴아팠다는것을
빼고는 아주 즐거운 밤이었죠.


 

2005 년의 개막작은 'The way we were' 이었습니다. 여주인공 보다 남자 주인공에 계속 눈길이 가게되는 작품입니다.
젊은날의 로버트 레드포드는.. 정말 아름답더군요. 그가 첫 등장하는 장면에선 여성 관객들의 탄성 소리가 공원을
나직히 채웠습니다.

 

 

올해의 개막작은 바로 이놈이었습니다. 괴팍한 히치콕 영감의 괴팍한 작품.

 

 

시대도 변하고 야외 영화제의 분위기란게 워낙 축제 분위기 인지라 유명한 장면들이 나올때 마다 비명대신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오더군요. 그렇다 해도 마지막 장면 쯤에선 여친님이 옆에 없어서 다행이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를 무척이나 두려워하시거든요.


원래 오늘도 계획대로라면 일을 마치고 공원 잔디밭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어야 하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집에
일찍 와 버렸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긴 포스트를 올려 버리고 말았네요. 끝까지 읽어 주신 분이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뉴욕에 사시거나 뉴욕을 여행중인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번 와서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은 행사입니다.
도시의 여름밤을 꽤나 괜찮게 보낼수 있는 방법중 하나라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거든요.

그리고 혹시나 스크린 가까운곳에 돗자리를 깔고 매력적인 필리핀 아가씨와, 흑인 아가씨, 히스페닉 아가씨, 그리고
금발의 우크레이나 청년과 와인을 마시고 있는 키가 큰 동양 남자를 보신다면 말을 걸어 보세요. 아직 와인이 남아있다면
같이 마시자고 할 지도 모릅니다 :)  

 

 

 

 

    • 세호님 손 예쁘시네요.

      회사가 브라이언트 파크랑 그리 멀지 않은데 저는 언제나 이곳을 관광객의 안식처;;라고 생각해서 가로질러 걸어간 적 밖에 없어요. 공원 영화제/ 콘서트라면 저는 거의 local 밖엔 없는 탐킨스 스퀘어파크를 선호합니다. 그쪽은 취향도 훨씬 마이너하시고 'ㅇ'
    • 뉴욕에 안경 떨구기 사기단 있잖아요?
      전 이상하게 브라이언트 파크 근처에만 가면 꼭 달라붙더라구요.
      한 7번쯤 당했던 듯.
      근데 언제나 똑같은 대사에 움찔하면서 사라져요

      "너 나 기억못해? 지난주에도 이랬잖아 ... "
    • 노바디님, 저는 얘기만 들었고 본 적도 겪은 적도 없는데 누구 안경을 누가요? 저도 안경 끼는데'ㅅ'
    • 1. 길 모퉁이에서 범인(!)이 안경을 닦으며 기다리는 중
      2. 내가 그 옆을 지나가면 안경을 바닥에 떨군다.
      3. 그리고 나를 붙잡고 "네가 나를 치는 바람에 안경이 떨어졌고 덕분에 이렇게 금이 갔어" 라고 말하며
      4. 보상을 요구한다.

      주로 관광객스럽게 생긴 사람에게 자주 하구요. 특히나 온순해보이는(?) 동양계에겐 더 그런거 같아요.
      제가 뉴욕있을 때는 맨날 하와이안 셔츠 (...)에 하와이안 패턴이 프린트 된 반바지 (...)를 입고 썬글래스 쓰고 다녀서 ^^;;
      유독 자주 달라붙었던 것 같아요.
      겨울에는 만나본 적 없구요.

      주로 브루클린의 그 .. 지금은 이름이 기억 나지 않는 지하철역과 브라이언트 파크 주변에서 무지하게 자주 만나게 되더군요.
      길 가다가 모퉁이에서 안경 닦고 있는 사람 보면 주의하세요 ~
    • 러브스토리 재밌지요 저도 좋아하는 영화
      사랑한다는 건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라는 대사 여기저기 인용될 땐 웃겼는데
      맥락상에선 꽤 슬펐어요
      여름 사진 보니 벌써 여름이 그립네요 아니 난 겨울이 좋은데도
    • loving_rabbit / 넹 사무실 빌딩 사진 올리신거 보고는 이 근방에서 일하시는군 했어요 :) 학교랑도 가까웠고 직장과도 가까워서 전 브라이언트 파크를 꽤 애용했었어요. 관광객이 많긴 하지만 학생때 뉴욕 도서관서 어슬렁 거리다 햇볕 쐬기엔 여기가 딱 좋았었죠.

      안경떨구기 사기단은.. 자기들이 일부러 행인과 부딪힌 후 자기 안경을 떨구고는 너 때문에 이랬으니 안경값 물어내라고 진상떠는 녀석들이래요.

      nobody/ 컥 저 그녀석들 얘기만 들어봤는데 만나보셨군요! 10년을 뉴욕서 살았지만 한 번도 안 부닺혀 봤어요;;
    • 힉 그렇군요.
      저는 어렴풋하게 들어서 안경 쓴 사람한테 뭔가 해코지하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군요. 교훈은 하와이안 셔츠를 입지 말자.. 아 이게 아니고. 'ㅅ';;
    • settler/ 러브스토리. 대사들도 재치있고 예상보다 훨씬 괜찮은 영화였어요.
      여름은 덥고 습기차서 싫지만 겨울이 시작되면 그리워 지게 되나봐욤.
    • 지금은 공원 동쪽이지만 서쪽에도 잠시 있었는데 그땐 자이야에서 그린티 푸딩 사서 재빠르게 공원을 가로질러 가곤 했었어요.
    • 올해 여름에 "로즈마리의 아기" 보러 갔었어요. 더운 여름 밤에 등골 서늘한 영화를 야외에서 보는 맛이 최고더군요.

      loving_rabbit/이 밤중에 자이야 그린티 푸딩이 갑자기 먹고 싶네요.
    • 브루클린 다리 옆에 있는 공원에서도 야외 영화제를 해요. 여기는 다운타운 야경도 함께 즐길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드림 걸스 한다고 해서 바리바리 챙겨들고 갔는데 비와서 취소된 아픈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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