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에 재밌게 봤던 영화 몇 편
아까 드디어 장대비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가 했는데 하늘이 금세 입을 다물고 다시 고뇌에 빠진 햄릿이 되어 있군요.
(비를 계속 내릴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며칠째 결단을 못 내리고 꿈지럭꿈지럭 하고 있는 하늘을 보니 속이 터져서 최근에 봤던 화끈한 영화들에 대해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 그리하여 엄선된 영화 네 편입니다.
1. After Hours (1985)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이렇게 재미난 영화를 만들었는 줄 미처 몰랐어요.
영화의 시작은 로맨틱해요. 남자주인공이 카페에서 미모의 여자를 만났는데 그 여자가 밤에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하죠.
당연히 남자는 들떠서 그 여자 집에 찾아가고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그녀는 없고, 입은 게 별로 없는 그녀의 친구가 그를 유혹하네요.
그 친구의 유혹에 홀라당 넘어가려고 할 때 그녀가 돌아오고, 그 남자는 다시 예정대로 그녀와 황홀한 시간을 가지려는 찰나
다른 일이 벌어지면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 남자의 길고 긴 고난의 밤이 시작됩니다. ^^
무서운 영화는 전혀 아니고 스릴 넘치면서 재밌고 웃기는 영화예요.
아침이 되고 영화가 끝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깊은 밤 집 안에서 누리는 작은 평화에 감사하게 되죠. ^^
2. Wild Tales (2014)
제목이 <와일드 테일즈: 참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번역됐던데 참 적절한 번역 같아요.
사람들이 화를 참지 못하고 뻥~하고 터지는 순간들을 너무나 잘 포착한 영화거든요.
얼마 전에 조OO 듀게님께서 이 영화를 소개해 주실 때는 이렇게 재미난 영화인 줄 짐작도 못했어요.
(앞으로 이렇게 화끈하게 웃기는 영화를 소개해 주실 때는 좀 더 격한 형용사를 사용해 주세요. ^^)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 재미있지만 특히 3편과 4편이 압권이에요.
영화 볼 때 소리내어 웃은 적이 별로 없는데 3편에서 자동차 두 대의 혈투를 볼 때는 정말 입이 쩍 벌어지더군요.
감독이 아르헨티나 사람인데 남미 사람들의 울컥하는 기질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한 것 같아요. ^^
3. Who's Afraid of Virginia Woolf? (1966) (울프가 Wolf가 아니고 Woolf 였어요!!!)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제목은 참 유명한데 이제서야 봤어요.
지금까지 영화 속에서 본 어떤 부부 싸움보다 격렬했던 것 같아요. ^^
나이도 들 만큼 든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정말 어마무시한 에너지를 뿜어내면서 밤새도록 싸우죠.
등장인물이 부부 두 쌍, 딱 네 명인데 얌전하게 생긴 남녀 조연들도 시간이 지나니 숨겨왔던 이상한 성격들을 드러내더군요.
남녀 주연과 조연 네 명이 모두 아카데미상 후보로 올랐는데 여배우들이 주연상과 조연상을 받았어요.
비슷하게 부부 싸움이 격렬했던 영화가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1958)였는데 폴 뉴먼과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거의 몸싸움까지 벌였던 기억이 나네요. ^^ (이 영화도 참 재미있어요.)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사랑 받지 못해서 불행한 다혈질 아내 역을 참 잘 소화하는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는 남편의 속을 뒤집어 놓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정통한 아내의 화술을 보여주죠. ^^
리처드 버튼은 치사한 남자의 끝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요. ^^ 대학 교수 사회의 지저분한 면모도 조금 볼 수 있어요.
아침이 오고 격렬했던 싸움이 끝날 때쯤이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주었던 상처들을 관객도 어렴풋이 느끼게 되면서
마음이 좀 싸하게 아파지더군요.
4. Stalker (1979)
예전에 "도 닦는 마음으로 봤던 영화"라는 듀나인을 올렸을 때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작품을 네 분이나 언급하셨죠.
잔잔한 롱테이크로 듀게분들의 시야를 흐리게 하고 몸을 노곤하게 하다가 앗차하는 순간 정신을 잃게 만드는 감독인 것 같았어요. ^^
유명한 영화로는 <희생>, <거울>, <노스탤지어>, <안드레이 루블료프> 등이 있는 것 같지만 <스토커>를 먼저 보기로 했어요.
어디서 그런 인상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는데 <스토커>는 뭔가 공포영화같이 무시무시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타르코프스키 정도의 거장이 설마 이상한 장면들로 깜짝깜짝 놀라게 하진 않겠지, 설마 무서운 영화 보면서 졸기야 하겠어,
뭐 이런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어요. (아, 이 영화는 특별히 주말 오전에 봤군요. 정신이 맑을 때 준비된 자세로 봤죠.)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 2시간 40분짜리 영화인데 1시간 50분 정도까지는 아슬아슬한 느낌으로 재미있게 봤거든요.
1시간 50분 이후 20분 정도 뭔가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얼른 자리를 박차고 나가 아이스커피 한 잔 마시고
제정신을 찾아서 끝까지 재미있게 봤어요. ^^
저는 삶을 제대로 묘사하는 소설이나 영화는 조금은 스릴러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막연히 갖고 있었어요.
보잘 것 없는 경험과 지식에 의지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로 한발 한발 걸어가는 삶,
그런 삶 속에서의 불안과 두려움을 표현하려면 스릴러 말고는 없지 않나, 뭐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스토커>는 1시간 50분 정도까지는 스릴러예요.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곳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죠.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또렷하게 이거다 하고 이해되는 건 없었지만 이상하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어요.
특히 화면으로 보이는 풍경들, 인물들의 포즈가 어쩐지 참 아름다워서 영화를 제대로 이해 못해도 그냥 이런 장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글을 쓰는 동안 장대비가 한차례 더 와서 공기가 한결 시원해졌네요.
이 글에서 말씀드린 영화 네 편을 모두 보신 분은 다른 재밌는 영화를 댓글로 추천해 주시지 않으면 여름 내내 귀신이
쫒아다닐 거예요. ^^ (이것은 행운의 편지??)
우리 제목은 특근이군요 흥미롭네요.
우리나라 제목 지으셨던 분이 유머감각이 있는 분인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한 특근, 악마에게 홀린 듯한 야근이었죠. ^^
포스터로는 호러영화
뭐, 이런 분위기였죠. ^^

버지니아 울프말고, 니가 무섭다 마누라야
추천 감사합니다.
글 쓴 보람이 있네요. ^^
아름다운 여름밤에 노래 한 곡~
The Beach Boys - Slow Summer Dancin'
이 글 보고 급 땡겨서 오늘 밤에 1,2번 추천 볼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참하고 예절바른 고양이는 처음 봐요. ^^
The Beach Boys - Disney Girls
부부싸움을 보니 <장미의 전쟁>이 생각나고, 장미의 전쟁을 생각하니 뜬금없이 <죽어야 사는 여자>가 생각나네요;; 메릴 스트립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말이죠.
<장미의 전쟁>은 TV에서 방송해 주는 걸 얼핏 봤던 것 같은데 <죽어야 사는 여자>는 아직 못 봤어요.
메릴 스트립이 코미디 연기 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어떤 모습일지 좀 궁금해요. ^^
The Beach Boys - Your Summer Dream
욱해야 할 상황과 참아야 할 상황을 판단하는 게 의외로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어요.
(그래도 역시 욱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죠. ^^)
성질이 불 같은 주인들 때문에 자동차들이 욕 봤어요. ^^
The Beach Boys - Ballad of Ole' Bet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