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보고, 픽사 이야기

인사이드 아웃은 정말 좋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저도 딱 라일리 나이 때 이사+부모님의갈등+경제적인문제 등이 한꺼번에 겹쳐서 엄청난 혼란을 겪었고, 그 문제가 한 동안 지속되면서 제 삶 자체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 바 있어서, 영화 중후반엔 거의 내내 울었네요.

그나저나 그와는 별개로 최근의 픽사의 행보는 퍽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신인감독들에게 프로젝트를 맡긴 세 편(카2, 메리다, 몬스터대학교)은 내리 픽사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평작 내지 졸작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신인이 맡았던 '뉴트'라는 작품이 질이 워낙 형편없어서 엎어졌던 적이 있죠. 픽사 작품들을 보면 신인들이 단편을 거쳐서 장편 공동감독을 거쳐서 메인감독을 맡는 이런 과정을 겪는 모양인데, '업'의 공동감독으로 연출 데뷔한 밥 피터슨의 첫 메인 연출작인 '굿 다이너소어'도 한 번 엎어지고 감독이 바뀐 채로 다시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한 마디로 픽사는 현재 신인 층이 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번에 픽사의 부활을 알린 '인사이드 아웃'도, '토이 스토리' 1편 때부터 원안 작업에 참여했고 '몬스터 주식회사', '업' 등의 연출을 맡았던 피트 닥터가 각본,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픽사의 차기 라인업을 보아도 두어 작품을 빼면 기존의 흥행작들의 속편들로 가득하고(소위 안전빵이라 할 만한 기획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죠.), 존 라세터, 브래드 버드가 다시 감독 자리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어째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신인 양성에 실패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지브리의 다른 판본을 보고 있는 듯합니다. 지브리와 달리 픽사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쪽이다 보니, 핵심 아이디어 뱅크 진의 변화가 없이 시작부터 쭈욱 고여있다시피 한 현재 상황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죠. 게다가 자기 자신의 이름이 아닌 '픽사'의 이름으로만 작품이 기억되는 상황에서, 베테랑들이 언제까지고 픽사 안에 남아 있으려 할지도 의문이죠. 그래서 앤드류 스탠튼, 브래드 버드가 실사영화로 넘어갔을 테고요.

픽사의 팬으로서 픽사가 빨리 픽사의 명줄을 이름값에 누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이어갈 수 있는 이들을 발굴해 주었으면 합니다. '인사이드 아웃' 상영 전 단편을 보면서도 뭔가 암담한 심사를 감출 수가 없더라고요.
    • menaceT님 말씀대로 지브리와 비슷하게 흘러갈지도 모르겠네요.


      미야자키 하야오도 후임으로 콘도 요시후미로 점찍어 두었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이른나이에 세상을 뜨고말았죠.<귀를 기울이면> 좋은작품이었는데 말이죠.


      픽사의 후속작품 또한 도라를찾아서,토이스토리4처럼 시리즈물로 변하는게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인사이드아웃같은 작품이 있어서인지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하고요.


      여담이지만 어제 자막버전으로 보았는데 제 앞에 할머니,엄마,여섯살로 되어보이는 사내녀석이 있었는데 영화중간도 안되서 나가더군요.


      어린친구가 생각하기에 영화가 어렵게 재미없었나봐요.
      • 일단 6살이면 그렇게 오랫동안 집중을 할 수가 없을거예요. 유아들이 보기엔 내용도 내용이지만 너무 길죠.

    • 브레이브의 경우도 감독이 중간에 바뀐 것으로 알고 있어요. 브레이브가 중간에 감독이 교체되었을 때 나왔던 얘기가, 존 라세터가 생각외로 꽤나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행사하고 있고 개입을 한다고 하더군요.


      커리맨님 댓글처럼 지브리랑 비슷한 부분이 있죠. 미야자키 히야오가 상당부분 영향을 행사했고, 신인들을 쪼는 성격 때문에 신인들이 제 기를 못 폈다는 얘기들도 있으니.. 콘도 요시후미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뜬 것도 있겠지만요.


      전 디즈니의 인수도 영향을 미친 것 같더라구요. 디즈니가 인수한 이후 속편 기획이 늘어난 것도 그렇고.  말씀하신대로 아이디어의 부족이 속편 기획으로 나오는 걸수도 있구요.




      근데 항상 멋진 작품을 만들었던 그동안이 대단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전 그래도 픽사를 믿고 싶습니다.


      공교롭게도, 픽사의 부진이 디즈니의 재기와 얽혀 있다는 게 좀 신기해요. 픽사의 시작부터 전성기내내 디즈니가 부진해서 2D 애니메이션 제작을 접게되던 시기가 떠올라요.


      디즈니가 다시 주춤하게 되면 픽사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응?)

    • 소위 편가르기 등으로 실력 있는 중견급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픽사에서 나갔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내부 사정이 썩 편안하지 만은 않은가봐요. 

    • 저도 비슷한 걱정 반 픽사에 대한 믿음 반... 그렇습니다ㅠ ㅠ 인사이드아웃의 퀄에 대해선 한치의 의심은 없었고 그저 올해 말에 개봉할 굿 다이노가 잘 나오길 바랍니다. 굿 다이노 바뀐 감독이 partly cloudy 라는 단편을 만든 피터손인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픽사 단편인지라 굿 다이노도 기대하고 있어요. 도리를 찾아서나 토이스토리4도 잘 나오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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